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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化 성적 1등은 우리은행…신한·하나 '맹추격'


입력 2019.12.27 06:00 수정 2019.12.27 06:00        부광우 기자

시중銀 초국적화지수 11.00%…1년 새 0.85%P↑

국내 금융 시장 성장 한계…해외 보폭 확대 분주

시중銀 초국적화지수 11.00%…1년 새 0.85%P↑
국내 금융 시장 성장 한계…해외 보폭 확대 분주


국내 4대 시중은행 초국적화지수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4대 시중은행 초국적화지수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우리나라 시중은행들 가운데 글로벌화가 가장 많이 이뤄진 곳은 우리은행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최근 우리은행이 잠시 주춤하는 사이 신한은행과 KEB하나은행이 해외 영토를 빠르게 넓히며 맹추격하는 모습이다. 국내 시장이 사실상 과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새로운 성장 발판을 찾기 위해 글로벌 시장을 누비는 은행들의 보폭은 더욱 분주해질 것으로 보인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신한·KB국민·우리·하나은행 등 국내 4대 시중은행들의 초국적화지수(TNI)는 평균 11.00%로 1년 전(10.17%)보다 0.85%포인트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 수치가 상승했다는 것은 그 만큼 은행들의 글로벌 사업이 커졌다는 뜻으로, 금감원이 개별 은행들의 TNI를 산출해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TNI는 기업의 국제화 정도를 가늠해보기 위해 유엔 무역개발협의회가 개발한 지표로, 은행은 전체 자산·수익·인원 중 해외 점포가 차지하는 비중을 토대로 평가한다.

은행별로 보면 우리은행의 TNI가 14.00%로 가장 높았다. 다만 전년 동기(14.33%)와 비교하면 0.33%포인트 하락했다. 그 사이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 우리은행의 턱 밑까지 쫓아온 모양새다. 신한은행은 13.00%에서 13.67%로, 하나은행은 11.00%에서 13.00%로 각각 0.67%포인트와 2.00%포인트씩 TNI가 상승했다. 국민은행의 TNI도 2.33%에서 3.33%로 1.00%포인트 오르긴 했지만, 경쟁사들에 비해서는 아직 크게 낮은 편이었다.

우리은행은 TNI 평가 항목들 가운데 우선 비즈니스 크기 면에서 가장 글로벌화가 많이 진행된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은행의 해외 자산 비중은 9.06%로 시중은행들 가운데 최고였다. 이 비율은 9%대를 넘은 곳은 우리은행이 유일했다. 나머지 은행들의 해외 자산 비중은 ▲하나은행 8.86% ▲신한은행 8.58% ▲국민은행 2.54% 등 순이었다.

해외 인적 네트워크에서도 우리은행의 국제화 수준이 제일 높았다. 우리은행의 해외 인원 비중은 28.50%로 30%에 육박했다. 신한은행(24.68%)과 하나은행(22.73%) 역시 20%대의 해외 인원 비율을 나타냈다. 국민은행의 해당 비중은 4.75%로 한 자릿수 대에 머물렀다.

글로벌 사업의 실속은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이 우리은행보다 나았던 것으로 평가됐다.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이 거둔 수익에서 국외 점포가 차지한 비율은 각각 7.48%와 6.98%로 우리은행(5.39%)보다 높았다. 국민은행의 해외 수익 비중은 1.57% 정도였다.

요즘 들어 은행들에게 국제 금융 강화는 너 나 할 것 없는 고민이자 숙제가 되고 있다. 가계 빚이 1600조원에 육박하며 대출이 한계 상황에 봉착하고 있고,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경제가 구조적인 저성장 국면에 접어드는 등 국내 금융 시장이 포화에 다다르면서 더 이상 사업 확장이 어려워진 탓이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치까지 추락하며 제로금리를 바라보게 된 현실도 은행들의 발걸음을 해외로 향하게 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시장 금리가 낮아질수록 은행의 예대 마진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다, 통상 투자 수익률도 함께 떨어지는 경향을 보이면서 자산운용을 통한 이익 창출에도 제한이 생기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10월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기존 연 1.50%에서 1.25%로 0.25%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이로써 한은 기준금리는 2016년 6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기록했던 사상 최저치로 돌아가게 됐다.

이 때문에 은행들의 글로벌 진출은 앞으로 더욱 속도가 날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은행들의 국외 수익은 최근 2년 새 1.5배 이상 커진 상황이다. 지난해 국내 은행들이 해외 점포에서 거둔 당기순이익은 9억8280만달러로 2017년(8억400만달러)과 비교하면 22.2%(1억7880만달러), 2016년(6억5100만달러) 보다는 51.0%(3억3180만달러)나 늘었다.

특히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경제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는 아시아 시장에서 활약이 돋보였다. 대표적인 고성장 국가인 베트남에서 지난해 우리나라 은행들이 올린 당기순이익은 1억3180만달러로 전년(6100만달러) 대비 116.0%(7080만달러) 급증하며 1년 새 두 배 넘게 불었다. 중국에서의 당기순이익도 같은 기간 1억830만달러에서 1억5380만달러로 42.0%(4550만달러) 증가하며 성장세를 지속했다.

국내 은행들의 대표 단체인 은행연합회가 제안한 10-20-30 전략도 이런 흐름과 맥락이 닿아 있다. 10-20-30 전략은 은행들의 해외 부문 사업 비중을 10년 안에 모두 20% 이상으로 확대함으로써 주요 금융그룹들이 시가총액 30조원 달성을 목표로 해야 한다는 청사진이다.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은 얼마 전 열린 은행연합회·금융연수원·금융연구원·국제금융센터·신용정보원 등 5개 기관 공동 간담회에서 "글로벌 진출의 청사진을 재검토하고, 인수합병 추진을 통한 적극적인 현지화와 디지털 기반의 해외진출 전략 등을 통해 글로벌 진출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며 "이를 통해 대형 금융그룹들의 경우 10-20-30 전략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내 금융권에서 추가적인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기 힘든 여건이 되면서 은행들의 해외 사업 강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 가고 있다"며 "세계적인 금융사들이 굳건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데다 저성장의 늪에 빠지며 기회를 노리기 힘든 상태인 선진국보다는 아세안을 중심으로 한 신흥국 시장이 핵심 타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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