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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쓰러진 黃…여권서 '황제 단식' 조롱 싹 사라졌다


입력 2019.11.28 02:00 수정 2019.11.28 05:05        이유림 기자

수일째 단식 황교안, 27일 밤 긴급 병원행

'황제 단식' 조롱 여권, 슬그머니 입장 변화

"사람이 먼저" "건강이 염려된다" 반응 보여

수일째 단식 황교안, 27일 밤 긴급 병원행
'황제 단식' 조롱 여권, 슬그머니 입장 변화
"사람이 먼저" "건강이 염려된다" 반응 보여


8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단식농성장을 방문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등을 만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8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단식농성장을 방문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등을 만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패스트트랙 원천 무효를 주장하며 단식하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마침내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이송되기에 이르자, 그동안 '황제 단식'이라고 비난·조롱했던 여권 인사들이 슬그머니 입장을 바꿨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황 대표는 기온이 영하를 오르내리는 초겨울 날씨에 난로도 거부한 채 8일간 단식을 했다. 단식 5일째부터는 단백뇨 증상이 나타나고, 몸에 부기가 심해지는 등 건강이 날로 악화됐다. 그는 27일 밤 11시께 의식을 잃고 인근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황 대표의 건강이 심각해질 즈음부터 '황제 단식' 조롱 대열에 합류했던 여권 인사들은 "사람이 먼저", "단식 성과 있었다", "건강이 염려된다"며 사뭇 달라진 반응을 보였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날 청와대 앞에서 농성하던 황 대표를 찾았다. 심 대표는 황 대표를 1분 가량 대면한 뒤 기자들에게 "정치보다 사람이 먼저"라며 "정치적 비판은 비판이고 단식으로 고생하고 계시기 때문에 찾아뵙는 게 도리라고 생각해 왔다"고 말했다.

심 대표는 '황제 단식 조롱은 사과했나'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정치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답변만 반복했다.

그는 전날 의원총회에서 "2014년 정의당은 세월호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해 가리개 하나 없이 땡볕 아래서 맨몸으로 열흘간 단식했다"며 "제1야당 대표라고 법을 무시한 '황제 단식'이 허용되선 안 된다"고 비난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8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방문하기 위해 취재진에 둘러싸여 단식농성장에 들어서고 있다. 그는 이날 방문에서 황 대표 지지자들로부터 강한 항의를 받았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8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방문하기 위해 취재진에 둘러싸여 단식농성장에 들어서고 있다. 그는 이날 방문에서 황 대표 지지자들로부터 강한 항의를 받았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황 대표 단식투쟁 '조롱 논란'의 또다른 당사자인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도 "선택을 잘했다"며 달라진 평가를 내놨다.

박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에서 "황 대표가 단식을 시작하며 당내 분란이 일거에 없어졌다. 쇄신 요구가 싹 들어갔다"며 "황 대표가 단식하는 중에는 선거법 개정안도 표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것들은 전반적으로 성과"라고 밝혔다.

그는 황 대표가 처음 단식을 선언했을 때만 해도 "황 대표가 드디어 21세기 정치인이 하지 않아야 할 세 가지(삭발·단식·의원직 사퇴) 중 두 개 이행에 돌입한다"고 비꼰 바 있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전날 YTN라디오에서 "무엇보다 추운 날씨에 몸 상해가면서 하는 황 대표를 걱정하는 마음이 1차적"이라며 "너무 긴 시간이 지났으니까, 건강이 염려되니까 이제는 푸셨으면 좋겠다. 그 진정성 충분히 받아안겠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 역시 황 대표가 처음 단식을 선언했을 때만 해도 "장외집회의 호화로운 무대, 느닷없는 청와대 앞 단식 투쟁에 이어 '황제 단식' 조롱까지 사고 있다"며 "취임 이래 이벤트만 일관하며 민생과 국민에는 등돌리고 있다"고 힐난한 바 있다.

황 대표 단식 초기 평가절하하던 목소리는 여권에 더 있었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교통방송라디오에서 "5일 만에 건강 이상설이 나오는 건 좀 빠르다"고 지적했고, 소설가 공지영 씨는 SNS에 "제보에 의하면 단식 도중 뭘 좀 먹으면 지옥처럼 힘들다 하네요. 깨끗이 굶으면 그리 고통스럽지 않은데, 뭐 그렇다구요. 진짜 고통스러운 것 같아서"라고 적었다.

이종걸 민주당 의원은 나경원 원내대표가 황 대표에게 전하는 형식의 가상의 편지글을 지어내 '교안 오빠, 단식은 안돼요'라고 글을 썼다가 성인지 감수성 부족 논란에 휩싸였다.

이유림 기자 (loveso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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