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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임기 반환점, 뒤바꾼 경제정책②] 탈원전만 고집하다 ‘큰 그림’ 놓친 에너지전환


입력 2019.11.12 11:03 수정 2019.11.12 11:53        배군득 기자

에너지전환 세계적 추세…국내에서는 프레임에 갇혀 갈등만 커져

지자체와 국민 참여 없이 에너지전환 쉽지 않아…정책 이해도 높이는 것 관건

에너지전환 세계적 추세…국내에서는 프레임에 갇혀 갈등만 커져
지자체와 국민 참여 없이 에너지전환 쉽지 않아…정책 이해도 높이는 것 관건


탈원전반대 서명 50만 돌파 국민보고대회가 열린 지난 8월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원전 찬성 단체 회원 등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탈원전반대 서명 50만 돌파 국민보고대회가 열린 지난 8월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원전 찬성 단체 회원 등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에너지전환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가장 중요한 국가 정책 중 하나로 추진되고 있다. 현재는 발전원에 있어서 원자력과 화석연료 비중을 축소하고, 재생에너지와 천연가스 비중을 확대시키는 것에 정책적 역량이 집중돼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에너지전환이 단순히 전원 비중 변화만으로 구성되는 것은 아니다. 우선 에너지원에 있어서 전력 부문뿐만 아니라, 열에너지 부문, 수송 부문에서의 전환을 포괄한다.

또 에너지 소비 행동과 규범 전환, 에너지의 공간적 배치전환, 에너지 소유와 운영 관리 주체의 전환과 같은 측면들 역시 고려해야 한다. 결국 문 정부 에너지전환 정책은 방향은 맞지만 시행 초기 ‘탈원전’이라는 프레임에 갇힌 모양새다.

이는 글로벌 흐름인 에너지전환을 더디게 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탈원전에 집착한 나머지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에너지전환 골든타임을 정부 스스로 놓쳐버린 것이다.

지난 2년 반 동안 에너지전환 정책은 갈등이 봉합되지 않은 채 지루한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전환 자체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정부의 일방통행에 반감을 갖는 부분도 적지 않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후퇴하는 원전산업…2년 만에 수출로 선회 ‘오락가락’

탈원전은 문 정부 에너지전환 정책의 핵심 키워드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탈원전에 적극적인 의지를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6월 부산에서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탈원전에 대한 확고한 방침을 제시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원전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원전 중심 발전정책을 폐기하고 탈핵시대로 가겠다”며 “준비 중인 신규 원전 건설계획은 전면 백지화하겠다”고 말했다.

에너지전환 정책은 이때부터 삐걱대기 시작했다. 탈원전이 전면에 나서면서 본질 자체가 흐려졌다. 연이은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라는 악재도 겹쳤다. 신재생과 LNG발전을 늘리면서 한국전력 적자도 불어나는 결과를 초래했다.

전문가들도 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날선 비판을 했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원전 시장 재개 움직임이 전 세계적 추세인 만큼 미래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서라도 정책 수정이 필요하다”며 “이 시점을 놓치면 산업생태계에 향후 더 치명적인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지적에도 정부는 2017년 10월 24일 국무회의에서 탈원전 정책을 발표한다. 명분은 에너지전환 로드맵이었지만 탈원전을 위한 대책이 핵심으로 부각됐다.

당시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에너지전환(탈원전) 로드맵은 원전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내용을 담았다. 국내 원자력발전소를 2017년 24기에서 2031년 18기, 2038년 14기로 줄이는 방안이 거론됐다.

신한울 3·4호기, 천지 1·2호기 등 신규 원전 6기 계획은 전면 백지화됐다. 이렇게 탈원전에 집중하는 사이 지역에서는 갈등이 불거졌다. 신고리 원전 5·6호기는 시민들로 구성된 공론화위원회 의견을 거쳐 중단 위기를 넘겼다.

원전 산업은 급격하게 하향곡선을 그렸다. 주요 선진국에서 원전 산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상황에서 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원전 산업 수출에도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지난 8월 한국형 원전(APR 1400)이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설계인증(DC)까지 받았다. 그럼에도 수출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원전 관련 전문인력 육성도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해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입학생 32명 가운데 6명이 자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이스트는 올해 하반기 전공을 선택한 학생 98명 가운데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를 전공으로 선택한 학생이 전무했다. 모두 탈원전 정책의 영향이라는 시각이 크다.

ESS 화재는 올해 국정감사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우후죽순으로 밀어붙일 결과다. 2017년 8월부터 현재까지 발생한 ESS 설비화재는 모두 27건이다.

지난달 18일 산업부 종합 국감에서 자유한국당은 문 정부 들어 보류된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 재개를 압박하며 탈원전 정책이 산업 생태계를 망친다고 맹공을 펼쳤다.

이종배 자유한국당 의원은 “대한민국은 신재생 에너지 천국이 되기 위해 지옥행 탈원전 급행열차에 올라탔다”며 “전기요금 인상, 원전 생태계 붕괴, 한전공대 설립 졸속 추진 등 모든 것의 원인은 탈원전”이라고 지적했다.

탈원전에 대한 불만이 가중되자 정부는 지난달 ‘원전 전주기 수출 활성화’ 방안을 내놓으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이미 원전 산업이 붕괴되는 상황에서 수출 촉진이 효율성 있을지는 미지수다.

업계에서도 그간 대기업 수주사업에 의존해 온 중소·중견기업의 독자적 수출역량 제고를 위해 마케팅, 수출금융(자금지원, 해외인증비용 등), 연구개발(해외기준에 맞춘 설계 변경 등) 등 실질적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중소·중견기업의 독자적 수출역량과 글로벌 공급망 참여 부족, 다양한 서비스시장(운영·정비·해체 등) 진출 미진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며 “우리 원전수출산업도 원전 전주기, 중소·중견기업 중심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기업과 타협 없는 에너지전환정책은 ‘빚 좋은 개살구’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에너지전환이 에너지-사회시스템의 전반적인 전환을 의미해야 한다며 지자체와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 없이는 에너지전환이 어렵다고 조언했다.

현재까지 가장 성공적으로 에너지전환을 달성하는 국가 중 하나로 꼽히는 독일의 경우 에너지전환 정책이 각 부문을 아우르는 통합적 전환을 모색하며 추진되면서도 동시에 탈탄소화, 분산화, 그리고 디지털화라는 뚜렷한 방향을 향해 진행되고 있다는 사례를 들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독일 사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에너지전환 정책과 추진에 있어 국민 다수 지지를 이끌어 내는 것에 성공했다는 측면”이라며 “그러한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기반으로서 협동조합을 통한 시민 참여 확대와 지방 정부 역할 증대였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에너지전환을 실행하고 관련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주민 수용성 제고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독일 에너지 협동조합은 투명하고 민주적인 운영과 참여에 중점을 뒀다.

특히 에너지 생산을 통해 경제적 수익을 창출해 실질적인 이득을 선사한다는 측면으로 인해 에너지전환을 위한 각종 의사 결정에 있어서 지역주민 지지를 이끌어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아직까지 협동조합에 대한 인식과 이해가 부족한 우리나라의 경우 국내 에너지 협동조합 성공 사례를 발굴해 성공요인을 확산시키고 에너지 협동조합 이점과 잠재력에 대해 지속적으로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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