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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트랙 선거법, 문제는 ②] 지역구 후보 찍으면 그 당 비례 떨어진다


입력 2019.11.06 03:00 수정 2019.11.06 05:28        정도원 기자

비례 의석 배분 방식, 1차~우선~추가 '복잡'

사사오입했다 절사했다…소수점 되살아난다?

정당득표 낮은 정당, 더많은 비례 가져갈수도

비례 의석 배분 방식, 1차~우선~추가 '복잡'
사사오입했다 절사했다…소수점 되살아난다?
정당득표 낮은 정당, 더많은 비례 가져갈수도


정의당 대표단 이·취임식에서 심상정 대표가 당기를 흔들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정의당 대표단 이·취임식에서 심상정 대표가 당기를 흔들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돼 내달 본회의 부의를 앞두고 있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최악의 단점은 의석 배분 방식이 복잡하고 직관적이지 못하다는 점이 꼽힌다.

일반 국민은 자신이 지역구 후보와 비례대표 정당에 던진 각 표가 의석 배분에 어떻게 연동돼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없는 방식이다. 이러한 단점이 지적되자 군소정당 의원으로부터 "국민들은 산식(算式·계산방식) 필요 없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총선 결과, A당은 지역구 100석에 정당득표 40%, B당은 지역구 85석에 정당득표 35%, C당은 지역구 25석에 정당득표 15%, D당은 지역구 13석에 정당득표 6%, E당은 지역구 2석에 정당득표 4%를 한 경우를 가정하면, 현행 '병립형'은 지역구 의석은 그대로 인정하고 비례대표 의석만 각자 정당득표율대로 나눠가지면 된다. 직관적이라 국민이 이해하기 쉽다.

반면 '연동형'이 되면 의석 배분이 복잡해진다. A당은 정당득표율 40%라 전체 300석의 40%인 120석을 가져야 하는데 지역구가 100석이라 20석을 더 가져야 한다. 그러나 '준연동형'이라 연동률이 50%이므로 그 절반인 10석만 인정돼서 110석을 '일단' 얻는다.

B당은 정당득표율 35%라 105석이어야 하는데 지역구로 85석을 얻었으므로, 20석이 배정돼야 하지만 역시 절반 연동이라 95석이다. C당은 정당득표율 15%로 45석이어야 하는데, 지역구가 25석이라 20석을 더 얻어야 하지만 절반 연동으로 10석을 더 받아 35석이 된다.

D당은 정당득표율 6%라 18석이어야 하는데 지역구가 13석이라 5석을 더 받아야 한다. 연동률 50%이므로 2.5석인데 사사오입(四捨五入)을 해서 3석으로 간주한다. 이에 따라 지역구 13석에 비례대표 3석을 더해 일단 16석이다.

E당은 정당득표율 4%라 12석이어야 하는데 지역구가 2석에 불과해 10석을 더 얻어야 하고, 연동률 50% 적용해 5석으로 합계 7석이다.

현행 '병립형'은 지역구 의석은 그대로 인정하고 비례대표 의석만 각자 정당득표율대로 나눠가지면 돼서 직관적이라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반면, '연동형'이 되면 의석 배분이 복잡해진다. ⓒ유민봉 자유한국당 의원실 제작 현행 '병립형'은 지역구 의석은 그대로 인정하고 비례대표 의석만 각자 정당득표율대로 나눠가지면 돼서 직관적이라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반면, '연동형'이 되면 의석 배분이 복잡해진다. ⓒ유민봉 자유한국당 의원실 제작

그러면 A당 110석, B당 95석, C당 35석, D당 16석, E당 7석을 다 더하면 263석이다. 의원 정수는 300석인데 37석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복잡한 부분인 '잔여의석 배분 원칙'이 이 대목에서 적용된다.

잔여의석 37석을 다시 각 정당득표율로 나눈다. A당은 37석의 40%이므로 14.8석이 된다. 잔여의석 배분 때에는 1차 배분과는 달리 사사오입은 간 데 없고 소수점 아래는 '일단' 절사(切捨)한다. 14.8석이면 14석이 '우선배분'된다.

B당은 37석의 35%로 12.95석이라 12석, C당은 15% 5.55석으로 5석, D당은 6% 2.22석으로 2석, E당은 4% 1.48석으로 1석이 각자의 몫이 된다.

그 결과 A당 124석, B당 107석, C당 40석, D당 18석, E당 8석이 되는데, 이 의석을 모두 더해도 297석이다. 아직도 3석이 남는 셈이다.

이 3석을 잔여 추가배분하는 과정에서 절사(切捨)했던 소수점이 다시 살아난다. 추가배분에서 소수점이 높은 순서대로 1석씩 배정을 해주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95였던 B당이 먼저 1석, .8인 A당이 1석을 챙기며, 마지막 1석은 .55인 C당이 .48인 E당을 누르고 획득한다.

최종 의석은 △A당 지역구 100석 + 비례대표 10(1차 배분) + 14(잔여 우선배분) + 1(잔여 추가배분) = 125석 △B당 지역구 85석 + 비례대표 10 + 12 + 1 = 108석 △C당 지역구 25석 + 비례대표 10 + 5 + 1 = 41석 △D당 지역구 13석 + 비례대표 3 + 2 = 18석 △E당 지역구 2석 + 비례대표 5 + 1 = 8석이 된다.

A~E당의 의석을 다 더하면 263석이다. 300석에서 37석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복잡한 부분인 '잔여의석 배분 원칙'이 적용된다. ⓒ유민봉 자유한국당 의원실 제작 A~E당의 의석을 다 더하면 263석이다. 300석에서 37석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복잡한 부분인 '잔여의석 배분 원칙'이 적용된다. ⓒ유민봉 자유한국당 의원실 제작

비례대표 정당투표에서 정당득표율 6%를 한 D당이 비례대표 5석을 가져가는 반면, 정당득표율 4%에 그친 E당은 오히려 비례대표 6석으로 1석 더 가져가는 게 기이하지만, 이게 '연동형'과 '병립형'의 차이다. 지역민들이 원하는 후보를 지역구에 더 많이 공천해 더 많이 당선시킨 D당이 오히려 비례대표 당선자 수가 줄어드는 효과를 낳는다.

국민이 지역구 후보에게 던진 한 표가 오히려 그를 공천한 소속 정당의 비례대표 의석을 줄이고, 비례대표 정당투표에서 던진 한 표는 1차 배분, 잔여 우선배분, 잔여 추가배분이라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 소수점 사사오입과 절사를 오가며 의석이 배분된다. 국민이 자신이 던진 표가 어떻게 의석이 반영되는지 사실상 알 길이 없는 선거법이라는 지적이다.

"국민들은 산식(算式) 필요 없다. 컴퓨터 치는 방법만 이해하면 되지, 컴퓨터 부품까지 알 필요는 없다"는 것이 심상정 정의당 의원의 비유다.

이와 관련, 유민봉 자유한국당 의원실은 '카드뉴스'를 통해 "국회의원도 모르고 심지어 국민도 몰라도 된다는 게 (패스트트랙에 태워진) 선거법 개정안"이라며 "내 표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채 국민은 무작정 투표만 하라는 것이냐"라고 반문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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