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경제 문제까지…경색되는 한일관계 해법은


입력 2019.07.02 02:00 수정 2019.07.02 05:59        이슬기 기자

전문가들 "정부, 대일해법 있었다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 것"

한일 정권갈등의 산물…아베 '반한감정' 文정부 '이념 수단'

전문가들 "정부, 대일해법 있었다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 것"
한일 정권갈등의 산물…아베 '반한감정' 文정부 '이념 수단'


문재인 대통령이 6월 28일 일본 오사카 국제컨벤션센터 인텍스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6월 28일 일본 오사카 국제컨벤션센터 인텍스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경색된 한일 관계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과거사를 둘러싼 불화의 불씨가 결국 경제로까지 옮겨 붙자 우리 정부가 관계조율에 나서야 한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선 꼬인 한일 관계를 풀 해법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1일 한국에 대한 수출관리 운용 정책을 개정해 TV와 스마트폰 등 반도체 제품 제조에 필요한 핵심 소재의 수출 규제를 오는 4일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수출 규제 품목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에칭가스, 리지스트 등 세 가지로 일본이 세계 시장의 70~90%를 점유하고 있다. 규제가 강화되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 기업들이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뜻이다.

일본 정부의 이번 조치는 그간 한국 수출 절차를 간소화하는 우대 조치를 철회하는 방식이지만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은 절차를 까다롭게 하는 것을 넘어 아예 수출을 금지하는 조치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일 관계가 '역사상 최악의 국면'을 맞이했음에도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자조하는 분위기다. 아베 정권이 정치적 목적으로 '반한 감정'을 이용하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 역시 한일 관계에서의 실익보다는 이념적 목표를 향해 매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한일 양국이 적어도 몇 년 동안은 감정의 골을 메우기 어려울 것이라고 단언했다. 아베 일본 총리가 반한 정서로 재미를 보는 상황에서 한국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을 내린 것은 '울고 싶은 사람 뺨을 때린 격'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조치는 이달 21일로 예정된 일본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나왔다.

김 전 원장은 "한국이 먼저 불질을 했다"며 "일본 정부의 감정이 너무 악화해 우리 정부가 태도를 바꾸더라도 일본 측에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외교 역시 반일 프레임을 향해 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전 원장은 "동북아 구도가 미국 대 중국으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한국과 일본의 입장이 이미 극명하게 갈렸다"며 "미국 입장에선 한미일 3국 공조로 중국을 견제해야 하는 데 한국이 빠진 격"이라고 설명했다.

한일 정권갈등의 산물…아베 '반한감정' 文정부 '이념 수단'

한일 관계 경색이 장기화 국면에 들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또 다른 전문가 역시 '별다른 해법이 없다'는 데 동의했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전문가가 보기에도 이 정부가 한일 관계를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방향이 보이지 않는다"며 "해법이 있었다면 일이 이렇게까지 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일본이 이런 조치를 취한 것은 유감이지만 우리 정부가 상황 관리를 잘못한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 정부가 위안부 합의를 파기하고 징용 배상 판결을 내린 데 이어 레이더 조준 논란까지 벌이면서 일본의 반한 감정을 부추겼다고 말했다.

양국 갈등이 계속되자 일본은 최근 한국에 '강경 모드'를 지속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징용 배상과 관련해 한일 양국 기업이 자발적으로 재원을 조성해 위자료를 주자고 한 제언을 단박에 거절했고, 지난달 말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도 한일정상회담을 사실상 거부했다. 한국 정부의 유화 모드 조성 시도가 번번이 일본에 의해 거절당했다는 얘기다.

외교부는 일본의 반도체 수출 규제 소식이 첫 보도된 지난달 30일 "전혀 통보받은 게 없다"는 반응을 보여 한일 양국간 외교 채널에 큰 균열이 있음을 재확인했다. 이에 이미 외교부 차원에서 문제를 풀 수 있는 시기는 한참 지났다는 주장도 나온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외교부 채널의 소통 부재는 이미 예상된 일이라고 평가했다. 남 교수는 "청와대의 태도를 맞추기 위해 외교부가 뒷짐을 지고 있었다고 본다"며 "결국 청와대가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청와대가 산업계 피해를 지켜보다 아우성 소리가 커지면 그제서야 움직일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반면 일본 입장에서는 경제적으로도 한국에 굽힐 이유가 많지 않다. 일본으로부터 핵심 부품을 수입해 완성품을 재수출하는 경제 구조를 가진 한국 경제가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경제계는 일본이 손가락을 부러뜨리는 정도라면 한국은 손목을 부러뜨려야 하는 격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결국 우리 정부의 외교 달래기가 실패로 돌아가면 우리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맞대응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김승 전 통일부장관 정책보좌관은 "외교관들이 일본의 진의 파악을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을 것"이라며 "일본이 이 조치를 실행에 옮길 때까지 잠시 지켜보다 WTO 제소하는 등 이에 준하는 조치를 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우리가 일본에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김 전 정책보좌관은 이어 "동맹국 사이에서 있을 수 없는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 일어났다"며 "문 정부가 태도를 전향적으로 바꿔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eulke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이슬기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