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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株 '상저하저'로 노선 변경?...삼성·하이닉스 ‘발등의 불’


입력 2019.06.24 06:00 수정 2019.06.24 06:08        백서원 기자

상저하저 현실화 우려 SK하이닉스 두 달 만에 18% 하락…KRX반도체 11%↓

증권가 하이닉스 4분기 적자 2700억원까지 예상…무역분쟁 방향 ‘촉각’

상저하저 현실화 우려 SK하이닉스 두 달 만에 18% 하락…KRX반도체 11%↓
증권가 하이닉스 4분기 적자 2700억원까지 예상…무역분쟁 방향 ‘촉각’


우리나라 수출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반도체 업황 회복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상저하고’가 우세했던 반도체 경기 전망이 ‘상저하저’ 쪽으로 무게추가 옮겨가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우리나라 수출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반도체 업황 회복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상저하고’가 우세했던 반도체 경기 전망이 ‘상저하저’ 쪽으로 무게추가 옮겨가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수출 20%을 차지하는 반도체 업황 회복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상저하고’가 우세했던 반도체 경기 전망이 ‘상저하저’ 쪽으로 무게추가 옮겨가고 있다. 국내외 증권사가 업종 선두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예상치를 낮추면서 투자자들의 긴장감도 커졌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실적이 올해 안에 마이너스로 내려앉을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1일 삼성전자는 전장 대비 0.44% 오른 4만5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전일 대비 2.08% 내린 6만59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두 종목은 최근 미·중 무역갈등 완화 기대감 등에 힘입어 주가가 동반 상승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상승세를 이어나간 반면, SK하이닉스는 다시 약세로 돌아섰다.

SK하이닉스 등 34개 종목으로 구성된 KRX 반도체 지수는 최근 두 달 동안 11.38% 감소했다. 이 중 19.52%의 비중을 차지하는 SK하이닉스가 지수 하락을 견인했다. 반도체 업종이 미·중 무역분쟁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가운데 SK하이닉스의 하락 폭이 가장 컸다. 미국계 큰손 투자자인 더 캐피털그룹은 국내 증시에서 지난 석 달 동안 SK하이닉스 주식을 500만주가량 팔아치웠다.

작년 7월 장중 9만원을 돌파한 SK하이닉스 주가는 올해 최저 5만원대를 찍기도 했다. 미국이 중국 기업인 화웨이 제재에 나서면서 화웨이 납품 물량이 많았던 SK하이닉스가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주가는 두 달 동안 17.82% 떨어졌다. 최근 한달 기준으로는 6.32% 하락한 반면,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5.9% 올랐다. 삼성전자는 화웨이에 대한 부품 매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고 IM사업부가 화웨이와 경쟁 관계에 있다는 점이 수혜로 지목됐다.

반도체 경기는 작년 말부터 호황이 꺾이며 긴장감이 확산됐다.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우려, 메모리반도체인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이 맞물렸다. 그러나 반도체주 주가가 앞으로 더 큰 폭의 하락을 면치 못할 것이란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시장에서 반도체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속속 나오면서다.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는 올해 반토막 난 D램 가격이 하반기에 최대 25%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화웨이 스마트폰 출하량 감소, 서버(대형 컴퓨터) 수요 둔화 등을 이유로 들었다. 미국의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바닥을 통과하는 시점이 D램의 경우 올 4분기에서 내년 2분기로, 낸드플래시의 경우 올해 3분기에서 4분기로 미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초 정부와 반도체업계, 증시 전문가들은 반도체 업황이 올해 2분기를 바닥으로 한 ‘상저하고’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상저하저’가 현실화 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리스크와 함께 미국이 화웨이를 제재하면서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치는 시점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권성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하반기 개선 강도가 낮아지고 있으며 심지어 실적이 더 악화될 것이라는 의견도 팽배해지고 있다”며 “하반기 개선을 여전히 기대하고 있지만, 그 강도와 확신이 이전보다 낮아지면서 보다 방어적인 투자전략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증권가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2분기 실적 전망을 낮추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 전문가들이 평균적으로 예상한 SK하이닉스의 연간 매출액은 26조5551억원으로 1년 전 전망치(42조3410억원)보다 59.44% 줄어들었다. 영업이익 전망치는 19조5923억원에서 4조2425억원으로 무려 78.34% 감소했다. 적정 주가도 일년 만에 99.92% 추락했고 최근 한 달에만 6.89% 빠졌다.

삼성전자는 올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224조84922억원, 28조0579억원에 그칠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보다 영업이익이 절반 이상 쪼그라든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SK하이닉스 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 4조원대에서 3분기에 6조원대로 늘어났지만 올해 1분기 1조원대로 급감했다. 이번에는 국내외 투자업계가 4분기 적자 전망을 연이어 내놓으며 위기감에 불을 지폈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증권은 최근 SK하이닉스가 올해 2∼3분기 부진을 이어가다 4분기 영업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적자 전망치는 1730억원에 이른다. 국내 증권사인 메리츠종금증권은 “올해 4분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SK하이닉스의 적자가 이어질 것”이라며 UBS 전망치보다 더 악화된 4분기 영업적자 2776억원을 예상했다.

다만 이러한 전망은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전제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는 급변하고 있는 세계 정세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하반기 반도체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사업계획 전면 재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반도체 사장들은 모아 주말에 긴급회의를 열기도 했다.

거시경제 상황에 메모리 반도체 업황 개선이 늦춰지고 있지만 방향성은 견고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도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거시경제 이슈가 반도체업황 회복속도를 둔화시킬 수는 있어도 방향성 자체를 훼손할 수는 없다”며 “데이터센터가 보유한 D램 재고물량이 2분기 말에 정상수준으로 줄어드는 등 전방업체들의 반도체 재고가 소진되면서 기저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관측했다. 최 연구원은 “현재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는 최악의 상태를 가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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