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시간 줄이고 인력 충원한 대기업들은 큰 혼란 없어
여력 없는 중소 제조업체는 사업주와 근로자 모두 불만
이달부터 시작된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으로 유통업계에서도 변화가 잇따르고 있다. 출근 시간은 늦추고 퇴근 시간은 앞당기는 등 근로시간 단축과 더불어 이에 따른 공백을 메우기 위한 추가 채용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비용과 인력이 상대적으로 충분한 대기업에 비해 그렇지 못한 중소기업에서는 체감온도가 낮은 편이다.
일부 업체들은 오히려 기업의 수익성 악화와 함께 근무여건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백화점, 대형마트 등 대기업 계열 유통업체들은 올 초부터 52시간 근무제에 맞춰 근무시간을 조정해 운영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이날부터 업계 최초로 본점과 강남점을 제외한 전점의 개점시간을 기존 오전 10시 30분에서 11시로 30분 늦춘다.
7월 본격 시행에 앞서 지난 3월부터 영등포점과 경기점, 광주점에서 11시 개점을 시범운영한 결과, 오전 시간대 방문객이 적어 쇼핑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면세점과 함께 운영 중인 본점과 강남점은 글로벌 관광객들의 쇼핑편의를 위해 기존 10시 30분 개점을 유지한다.
신세계그룹은 올해부터 오전 9시에 출근해 5시에 퇴근하는 주 35시간 근로제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이마트 운영시간도 기존 밤 12시에서 11시로 1시간 줄었다. 근무시간은 줄었지만 임금은 이전과 동일하다.
롯데마트도 지난달 1일부터 영업종료시간을 자정에서 오후 11시로 1시간 앞당겼다. 롯데마트는 영업시간 단축으로 자정까지 근무하는 인원 중 10% 가량을 오후 2시부터 5시까지의 피크 시간대 근무로 전환했다.
롯데제과, 롯데칠성, 롯데주류, 롯데푸드 등 롯데 식품 4개 계열사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생산량 감소 문제를 해소하고, 생산시스템의 적정 운영을 위해 지난 5월 중순부터 순차적으로 생산직 근로자 200여명을 추가 채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교대제 개편에 따른 운영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생산 라인별 시범 운영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성수기/비수기 계절적 수요량 변동을 감안해 노동조합과의 협의를 통해 3개월 단위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하는 등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을 앞두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이달부터 위탁 운영 중인 현대시티아울렛 가산점을 제외한 전국 19개 점포(백화점 15개, 아울렛 4개 점포) 직원들의 퇴근시각을 1시간 앞당긴다.
이에 따라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등 백화점 13개 점포와 현대아울렛 4개점(김포점·송도점·동대문점·가든파이브점)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기존 오전 10시에 출근해 오후 8시 퇴근하던 것에서, 퇴근시각이 오후 7시로 1시간 앞당겨진다.
단, 오전 11시에 개점하는 현대백화점 충청점과 디큐브시티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기존 오후 8시 30분 퇴근에서 1시간 앞당긴 오후 7시 30분에 퇴근한다. 퇴근시각 이후 폐점시각까지 약 1시간 동안 팀장(1명) 포함, 당직 직원 10여 명이 교대로 근무하게 된다.
올 초부터 인력을 늘리고 근무제를 개편해 큰 혼란이 없는 대기업 계열 유통업체들과 달리 중소 유통업체들은 아직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시행 초기 6개월 동안은 처벌을 미루겠다는 정부의 유예결정도 한 몫 했다. 중소기업의 경우 사업주와 근로자 간 입장차도 확연히 나타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생산성은 떨어지는 반면 인건비 부담이 늘어 수익성 악화를 걱정하는 반면 근로자들은 ‘나와는 상관없다’, ‘대기업 직원들과 괴리감만 늘 것 같다’ 등 우려의 목소리가 더 높다. 정부의 6개월 유예결정이 나면서 더욱 회사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제조업이 기반인 중소 식품업체에서 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계절에 따라 생산량의 차이가 큰 음료나 빙과 등 중소 식품업체의 경우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대응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지적이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초기 추가 채용에 대한 비용을 일부 정부가 부담해주기는 하지만 일거리가 떨어지는 계절에는 이들 유휴인력을 활용할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증가한 상황에 생산효율성만 가지고는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내 대형마트에 PB 음료상품을 납품하는 제조업체 관계자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대비해 지난달부터 2조2교대 근무에서 3조2교대 근무로 근무체계가 변경됐다”며 “회사에서는 비용 부담이 늘어 불만이고, 근로자들은 수당이 깎이면서 실질 임금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일을 더하고 추가 수당을 받고 싶다는 직원들도 많은데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근로자들도 눈치가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대부분 대기업의 경우 PC 자동오프제 등 야근을 방지하기 위해 여러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지만 이 같은 여력이 없는 중소 업체들은 회사나 상사의 눈치를 보느라 52시간을 넘기기 일쑤라는 것이다. 이전에는 각종 수당을 통해 보상을 받았다면 이제는 그에 따른 보상도 받기 힘들어졌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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