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롯데마트 매각 계약 체결…유통업계 “사드 보복 신호탄 될까” 기대감↑
호텔롯데‧롯데자산개발, 선양 프로젝트 담당 해외계열사에 잇단 자금 지원
롯데가 사드 문제로 중단됐던 중국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중국 롯데마트 일부 점포에 대해 현지 업체와 매각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최근에는 3조원 규모의 선양 프로젝트를 재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통업계는 롯데의 이 같은 움직임이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 철회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 26일 중국 베이징의 화북법인을 현지 유통사인 우메이 그룹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매각 대상 점포는 베이징 지역 마트 10개, 슈퍼마켓 11개 등 총 21곳이며, 매각 대금은 약 2485억원(14억2000만 위안)이다.
롯데쇼핑 측은 "이번 매각은 화북법인에 대한 외부 자산평가기관들의 평가 금액을 고려하면 자산가치에 부합하는 조건"이라며 "롯데쇼핑은 양사 간 전략적 파트너십 유지와 원만한 인수인계를 위해 매각 이후에도 화북법인에 대한 5% 지분을 보유한다"고 설명했다.
롯데쇼핑은 중국 화북법인 외 나머지 법인의 매각을 위해 현지 유통기업들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
화동법인(상해, 강소지역)은 현재 잠재 매수자들과 협상 중으로, 빠른 시일 내에 SPA(주식매매계약) 체결을 추진할 예정이며, 화중법인(중경, 성도지역) 및 동북법인(심양, 길림지역)의 경우, 지역 유통업체들과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이다.
롯데쇼핑은 현지 인수 희망 기업들과의 원활한 매각 협상 및 단기 차입금 상환을 위해 6819억원 규모의 증자도 실시한다.
사드 사태 이후 공사가 중단된 선양 프로젝트도 재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롯데가 3조원을 투자한 선양 프로젝트는 테마파크와 함께 쇼핑몰, 호텔, 아파트 등을 망라하는 일종의 롯데타운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당초 내년에 완공될 예정이었지만, 2016년 11월 이후 소방 점검 등의 이유로 공사가 중단되면서 개장 시점도 연기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중국 정부가 사드 보복 철회 방침을 밝히면서 공사 재개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특별 대표 자격으로 방한한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은 중국 단체관광 정상화, 롯데마트의 원활한 매각절차, 선양 롯데월드 정상화 등에 대해 "빠른 시일 내에 가시적 성과 나올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실제로 양제츠 정치국위원의 방한 이후 중국 지방정부가 롯데 공사 현장에 대한 소방 점검을 다시 실시하는 등 공사 재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롯데는 선양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해외 계열사에 자금을 지원하며 공사 재개를 준비하고 있다.
호텔롯데는 선양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호텔롯데 홀딩스 HK와 롯데 프로퍼티에 각각 214억4400만원, 145억700만원을 출자할 계획이다.
호텔롯데 홀딩스 HK는 선양 프로젝트에서 롯데월드 어드벤처 사업을 담당하는 회사로 6월 중 자금 지원이 이뤄질 예정이다. 롯데 프로퍼티는 5월 중에 출자가 진행될 예정이다.
호텔롯데는 두 곳의 해외 계열사 출자에 대해 “재무구조 개선과 선양 프로젝트의 원활한 사업 준비를 위한 자금”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자산개발도 지난 19일 이사회를 열고 롯데 프로퍼티에 408억8700만원을 출자하기로 결정했다. 내달 31일 자금 지원이 이뤄질 예정이며 그동안 공사 중단으로 인해 악화된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선양 프로젝트를 책임지고 있는 롯데 프로퍼티는 공사 중단으로 손실이 이어지고 있다.
공사가 중단된 2016년 2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이후 지난해에도 22억원의 손실을 냈다. 올 1분기에도 9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계속된 손실로 재무구조가 악화되면서 롯데쇼핑은 롯데 프로퍼티에 1억1950만달러(약 1284억원)의 지급보증에도 나서고 있다.
롯데지주 측은 “아직 중국 정부로부터 선양 프로젝트 재개에 대한 답을 들은 것은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현지 계열사의 재무구조 개선 목적과 더불어 공사 재개를 대비한 자금 지원 성격이 짙다”고 말했다.
이어 “롯데자산개발 등 관련 계열사에서 파견된 인력은 현장 인근에서 계속 상주 중”이라며 “공사 허가가 떨어질 경우 필요한 절차를 거쳐서 조속하게 공사를 재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유통업계 일각에서는 선양 프로젝트 재개에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노영민 주중 대사의 랴오닝 성 방문이 돌연 취소된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당초 노 대사는 지난 24일부터 랴오닝 성 선양을 방문해 선양 롯데월드 공사 현장을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중국 측 요청으로 일정이 연기됐다.
업계에서는 선양 프로젝트 공사 허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노 대사가 방문할 경우 이 문제를 다시 거론할 수 있어 이에 부담을 느끼고 연기를 요청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1년 반 가량 공사가 중단된 만큼 공사 재허가를 위해 거쳐야 할 절차가 아직 남아 있다는 의미로도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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