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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식 사태 만든 정치권 ‘관행의 덫’

  • [데일리안] 입력 2018.04.11 13:35
  • 수정 2018.04.11 14:07
  • 이슬기 기자

외유논란 ‘관행’으로 점철된 해명…여야 “다들 그래왔다”

‘국회 전수조사’ 주장에 김기식 사퇴 외친 한국당은 침묵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증권회사 대표이사들과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간담회를 갖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증권회사 대표이사들과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간담회를 갖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당시 관행에 비춰볼 때, 해임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결함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외유성 해외출장’ 논란으로 사퇴 압박을 받은 9일,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김 원장의 해외 출장이 모두 ‘적법’ 했다는 민정수석실의 조사 결과를 발표한 뒤 이같이 말했다. 또 “국민의 기대와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은 겸허하게 받아들이지만, 해임에 이르기까지 심각하지는 않다고 판단 내렸다”고도 했다.

다음날인 10일 논란의 당사자인 김 원장이 직접 입을 열었다. 역시 ‘관행’을 내세웠다. 김 원장은 피감기관의 돈으로 해외 출장을 다녀온 데 대해 “국민들의 따가운 질책을 피하지 않겠다”며 고개를 숙이면서도 "19대 국회까지는 국회에서 관행으로 이루어진 부분들이 있다“면서 ”그 당시에 관행이라 하더라도 스스로 더 경계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논리도 동일하다.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인 이학영 민주당 의원은 1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기식 의원이 외국 출장 갔던 당시에는 다른 의원들도 다들 그런 기회가 있으면 그렇게 갔었다. 그렇다고 해임하면 국회의원 아무도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 김 의원 해임을 주장하는 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일각에선 ‘전수조사’ 맞불 카드까지 나온다. 김 원장이 관행에 따라 피감기관의 재정으로 해외 출장을 갔고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이 비슷한 혜택을 누려온 만큼, 김 원장을 검찰 고발하려면 야당 의원들도 전수조사를 실시해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당시엔 다 그렇게 했다. 김 원장을 고발할 거면 국회의원 전수조사해서 다 검찰 고발해야한다”고 말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19대 국회의원 시절 정치자금 사용과 관련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19대 국회의원 시절 정치자금 사용과 관련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실제 이러한 행태는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정치권 전반에 깊숙이 퍼져있다. 보도에 따르면, 한국당 최경환·강효상 의원은 2016년 7월 30일부터 8월 4일까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지원으로 영국 런던을 다녀왔다. 당시 두 의원의 숙박비와 강 의원의 항공료로 약 940만원이 지출됐다. 물론 보고서에 명시된 출장 목적은 ‘영국의 EU탈퇴로 파생될 수 있는 경제적·정치적 파급효과’ 파악이다. 청와대와 김 원장 역시 공적인 목적으로 출장을 갔다는 입장이며, KIEP는 김 원장의 출장비용을 지불해 논란의 중심에 선 기관이다.

민주당에선 앞서 한국당이 여당 시절 이런 ‘관행’에 편승한 사례를 밝힐 경우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김기식 원장이 사과한 마당에 야당이 무리한 공격을 한다면, 우리도 그냥 넘겨버리지 않겠다”면서 전수조사 등 적극적인 대응 가능성을 내비쳤다.

한국당은 김 원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면서도, 전수조사 주장엔 입을 닫고 있다. 일부는 ‘물타기’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의원은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수조사 자체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전수조사 주장으로 소위 물타기를 해서 위기를 모면하려는 건 적절치 않다”고 했다.

반면 같은 당 하태경 의원은 지난 7일 페이스북에 “제2의 김기식이 있는지 국회를 전수조사해야한다”며 “이런 의구심을 국회가 스스로 안 풀어준다면 국회의 불신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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