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하급심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의 1심 선고공판 TV 생중계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재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재판의 공정성을 뒤흔들 만한 사안인데다, 국제적으로 우리 기업들의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는 일인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달 25일 대법관회의를 열고 재판장의 허가가 있으면 1, 2심 재판이라도 선고 과정을 TV 등을 통해 생중계할 수 있도록 ‘법정 방청 및 촬영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의 재판을 담당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오는 25일로 예정된 이 부회장과 삼성그룹 전직 임원들의 선고를 앞두고 생중계 여부를 검토 중이다.
전례가 없었던 하급심의 TV 생중계가 갑자기 검토된 배경은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 대한 전 국민적 관심이다. 이 부회장 재판도 박 전 대통령의 재판과 연관된 만큼 국민들의 관심이 크니 생중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일각에서 있었고, 법원도 관련 규칙을 개정한 것이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국민적 관심이 높을수록 재판의 TV 생중계가 재판부의 공정한 판단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반 재벌 정서가 극대화된 현 상황에서 TV 생중계를 하게 되면 재판부가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청와대가 앞장서 캐비닛 문건을 공개하는 등 박 전 대통령 관련 재판에 대해 강력한 신호를 던지고 있는 상황에서 재판부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판사는 평시에 대중에 얼굴을 노출시킬 일이 없는 일반인”이라며 “판사도 사람인데 자신의 얼굴이 실시간으로 노출되고 있는 상황에서 여론을 의식하지 않고 법리에 의거한 공정한 판결을 내리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과거에 하급심 TV 생중계 사례도 없었고, 필요성도 전혀 논의되지 않았었는데 갑자기 이번 재판에서 규칙을 바꾼 건 특검의 ‘여론재판’ 의도를 도와주는 꼴”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검이 이 부회장에 대한 재판 과정에서 ‘세기의 재판’, ‘정경유착의 본보기’, ‘편법승계 종지부’ 등을 언급하며 대중에 호소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는 점을 언급하며 “법정에 TV 카메라를 갖다 놓으면 특검의 여론몰이 쇼를 위한 무대를 마련해주는 것 밖에 안된다”고 지적했다.
1심 판결의 ‘여론몰이’ 효과가 상급심으로 전파될 가능성까지 언급된다. 상급심에서 판단이 달라질 수도 있는데 1심 판결이 생중계되면 그 내용이 일반 대중에게 확정된 판결처럼 각인될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상급심 재판부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생중계 영상이 국내 뿐 아니라 전 세계로 공유된다는 점도 문제다. 재계에서는 삼성 뿐 아니라 한국 기업 전체에 ‘전례 없는 국제적 망신’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기업인 만큼 적도 많다”면서 “이 부회장의 재판 모습이 생중계된다면 이를 악용해 삼성에 타격을 주려는 움직임이 수 없이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삼성전자의 해외 투자 관련 현지 대관업무나 글로벌 파트너링 등에도 악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작년 말 최순실 청문회 당시 대기업 총수들이 단체로 불려나갔을 때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었고, 한국 재계의 위신은 땅에 떨어졌다”면서 “대기업 총수의 재판 과정이 생중계된다면 한국 기업들의 이미지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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