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씨 가족 "민노총, 허씨 자살전 가족 전화번호 적힌 유서 발견하고도 연락 안해"
민노총 측 "(우리가 가져온 2장의 유서)겉봉에는 가족 연락처 없어 미리 연락 못해"
한미 FTA에 반대해 지난 1일 시위 도중 분신한 허세욱씨 사건과 관련, 민주노총이 분신기도 가능성을 예측하고도 이를 방조했다는 의혹이 허씨의 가족들로부터 제기됐다.
허씨의 조카 허모씨는 4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작은아버지가 분신하기 전, 민주노총 조합원이 집에 찾아와 유서를 발견했고, 분명 유서 3장 중 가족들에게 남긴 것에 친동생의 전화번호를 적어 놨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은 가족에게 알리지 않았다"며 "자살기도를 방조했다는 심증이 간다"고 주장했다.
이 조카는 또 "작은아버지가 분신한 이후 TV를 보고서야 분신사실을 알았고, 방송사에 전화를 걸어 확인 한 뒤에야 옮겨진 병원도 찾아갈 수 있었다"며 "응급실 앞에서 민주노총 관계자에게 ´유서가 있다는 데 달라´고 했지만 그 관계자는 ´사본만 가지고 있을 뿐 원본은 없다´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카는 "원본이 없다던 사람들이 응급실 앞에서 얘기가 오가는 사이 기자들에게는 유서를 공개하더라"면서 "가족의 동의 없이 유서를 공개한 것도 이해할 수 없지만 원본이 없다던 사람들이 사본은 어떻게 가지고 있을 수 있는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조카는 "분신 전 후배라는 사람이 작은아버지 집에서 유서 3장 중 2장만 가지고 간 것도 의문이고, 처음에는 가족들에게 남긴 유서가 있다는 말도 하지 않아 3일에서야 경찰과 함께 작은아버지 집에 가서 나머지 유서를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가족들은 "가족들은 받지 않겠다는데 민주노총이 왜 수술비 모금운동을 벌이는지 모르겠다"며 "상반신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으며, 다리까지 절단해야하는 상태에서 살아도 식물인간 밖에는 안될 텐데, 가족들의 동의도 없이 민주노총이 주도해서 수술을 단행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다른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허씨는 당일(1일) 분신하기 전 낮 12시 50분께 후배 조합원에게 전화를 걸어 "한미 FTA 협상에 분노하고 나는 목숨을 끊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불길한 예감이 든 후배가 허씨의 위치를 묻자 허씨는 "(봉천동) 집으로 와라"고 했다는 것이다.
후배 조합원은 오후 2시 50분께 허씨의 집을 찾았으나 허씨와 만나지 못했고, 장롱안에서 유서를 발견, 민주노총 간부에게 이 사실을 알렸으며, 오후 3시 50분께 민주노총 사무실에 이 유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사이 민주노총 간부는 3시 30분께 허씨와 직접 통화를 했고, 통화 분위기에서 불길함 예감이 들어 허씨를 설득, 기자회견장에서 만나기로 했으며 경찰에게 전화해 허씨의 위치추적까지 요청했다는 것.
이후 3시 55분께 허씨는 한미 FTA 반대 시위도중 분신했고, 현재 한강성심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고 있다.
허씨 집에서 유서를 가져온 조합원 이모씨는 데일리안과 통화를 했으나 "자세한 사항은 민주노총 측에 충분히 설명했으니 그쪽으로 문의해 달라"고 요청했다.
반면 이 같은 가족들의 주장에 대한 민주노총의 주장은 다르다.
박석민 민주노총 대외협력실장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유서는 3개가 있었지만 하나는 가족들에게 남긴 글이라고 겉봉에 써놨길래 가져 오지 않았다"며 "우리가 가져온 유서중 하나는 FTA와 관련된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조합원들에게 남긴 것이었다"고 말했다.
´유서 겉봉에 전화번호가 있었다´는 가족들의 주장과 관련, 박 실장은 "(우리가 가져온 2장의 유서)겉봉에는 전화번호가 없었다"면서 "(전화번호가)있었다면 가족들에게 미리 연락을 하는 것이 사람의 도리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가족들의 연락처가 없어 당일 얼마나 힘들었는데... 분명 연락처가 없었고, 사진도 찍어놓았고 유서의 복사본도 가지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박 실장은 ´가족에게 유서를 왜 공개하지 않느냐´는 가족들의 주장에 대해선 "가족들은 그렇게 말하는 데 서운할 것이다. 하지만 불가피했다고 말씀을 드렸다"며 "정작 오늘 환자를 수술시킨 것 때문에 정신 없는 상황인데, 그것에는 관심을 갖지 않고 유서얘기를 물어보는지 이상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허씨 가족과 함께 허씨의 집에서 유서를 발견한 영등포서 관계자는 "가족들 앞으로 남겨진 편지 겉봉에는 전화번호가 있었고, 편지는 옷장에서 (내가)직접 찾은 것이다"라고 확인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