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한약전문 인력에 대한 중장기 수급대책 없어...졸업생 취업 차질
한약관련학과의 인정기준 논란의 핵으로 떠올라...유사학과 인정시 자격증 남발 우려
한약사 국가고시 일부 특정 학교에만 자격 제한
국립순천대학교를 비롯한 한약관련학과 졸업생들의 진로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대책이 형평성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일부 학교 학생들의 무임승차로 애꿎은 학생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993년 한약을 다루는 문제로 논란이 됐던 약사와 한의사간 분쟁인 약사법파동 이후 96년 한약학과의 신설로 일단락 된 듯 했으나 한약사시험 자격을 두고 현재까지 해결되지 않아 끊임없이 학교 현장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정부의 한약 전문인력 수급계획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한약학과 설립전에 이미 개설된 한약관련학과들이 한약학과로 명칭을 바꾸고 한약사시험 자격을 부여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당시 한약학과는 한의대와 약대가 동시에 있는 학교로 한정해 개설됨으로써 경희대, 원광대, 우석대가 그 혜택을 받아 현재 세 학교에서 각 40명씩 1년에 120명의 한약사를 배출하고 있다.
하지만 한약학과의 신설 이전부터 이미 한약을 다루는 학교가 순천대 한약자원학과와 상지대 한약재료학과가 개설돼 있었고 이들 학교의 커리큘럼도 한약학과의 학습내용과 거의 비슷해 사실상 한약학과의 모태라고 할 수 있다.
한약사 시험 한약학사 졸업자만 응시자격 제한에 일부 기존 관련학과 반발
그동안 한약 관련 과목을 이수한 사람은 한약사 시험에 응시할 자격이 있었는데도 정부가 한약사시험 응시자격을 한약학사 학위자로 제한하도록 약사법을 개정한 것이 문제의 발단이 된다.
당초 한약관련학과에서 한약관련분야 20과목, 95학점만 이수하고 대학을 졸업할 경우 한약관련시험을 볼 수 있었으나 1997년 3월 6일 개정된 약사법 시행령에 따라 한약사시험 응시자격은 한약학과 졸업생으로 제한한 것이다.
실제 한약관련학과 3개대학(순천대.목포대.중부대) 학생들은 학과 명칭이 다르고, 입학년도가 늦다는 이유와 개정 약사법 시행령으로 한약사국가고시 응시자격을 박탈당하고 있으며, 또한 한약학과로 변경이 불허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름만 한약학과가 아니지 한약사와 같은 교과목(95학점)을 이수하고 있고 기존의 졸업생들도 대부분 한약사로 일하고 있는데 정부가 이름이 한약학과가 아니라는 이유로 한약관련학과에 한약사 응시자격을 주지 않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현재 순천대 한약자원학과의 경우 88~96학번까지 한약사시험 응시자격을 부여받아 2000년에 첫 시험을 치른 뒤 현재까지 약 300명의 한약사를 배출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기존 한약관련학과가 개설된 3개 대학은 이미 한약사를 배출도 했으며 한약학과와 거의 비슷한 교과목을 이수하고 있으니 반드시 한약사 시험 자격은 주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002년 이후 한약관련 유사학과 우후죽순 신설 파장에 따른 무임승차 논란
93년 약사법파동 이후 한약학과의 신설로 한약관련학과의 지위가 모호해지면서 보건복지부는 전국의 순천대, 목포대, 중부대 등 3개 대학의 한약관련학과 졸업생에게 ‘한약도매관리자’ 자격을 부여하게 된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갑자기 한약관련학과 인정 기준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기존 한약관련학과 학생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렇게 자격증을 얻을 수 있자 최근 각 대학들이 한약유통 자격을 줄 수 없으면서도 한약관련학과와 비슷한 유사학과를 만들어 현재 전국적으로 4년제 16~18개, 2년제 12개 대학 등 우후죽순으로 30여개나 생겨났다.
이는 교육부가 2002년까지는 학과 신설 및 증설을 통제 했지만 그 이후 각 대학이 학생모집에 어려움을 겪자 학과설치 자율화정책으로 제한을 대폭 풀어주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유사학과들은 급기야 기존의 한약관련학과들과 같은 지위를 요구하게 되고 보건복지부는 이들의 요구에 따라 자격요건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기존 관련학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현재 약사법이 인정하는 한약관련학과는 순천대와 중부대 한약자원학과, 목포대 생약자원학과 등 3곳으로 약사법 제37조 제3항에 규정돼 있으며 이들 학과의 졸업생은 한약도매관리자 자격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도매관리자 인력이 유통시장 규모보다 과포화상태에 이르고 있으며 현재의 졸업생들조차 한약관련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지난 2005년 말 전국의 한약 도매업소는 958곳인데 반해 도매 관리인은 이보다 훨씬 많은 6만 799명에 달하며, 신규로 한 해에 1445명의 한약사 등 도매관리 자격을 갖춘 인력이 배출되고 있다.
더구나 지역특화발전특구에 대한 규제특례법에 의해 한약도매업소 1곳당 1명의 한약업사 형태가 없어지고 업소 10곳당 1명의 한약업사만 두도록 해 한약관련학과 졸업생들이 실업자로 전락할 위기에 몰려 더욱 어려운 실정에 놓여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는 지난 3월 7일 한약관련학과 인정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1차 회의를 갖고 약사법 개정을 통해 유사학과의 한약도매관리자 자격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돼 다시 한 번 논란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한약관련학과 해당 교수는 “교육부나 보건복지부에서 한약전문 인력의 수급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못해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 정부가 좀 더 중장기적인 인력수급 대책안을 내놔야 한다” 고 말했다.
또 그는 “한약관련 유사학과의 향후 자격 인정여부에 대한 논란은 빨리 해소시키고 기존 한약관련학과는 한약학과로 개편하고 유명무실하게 된 약사법 제37조 3항은 삭제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학생들도 “한약사와 같은 교과목(95학점)을 이수하는데도 한약관련학과에 한약사 응시자격을 주지 않는 것은 잘못” 이라며 “시행령 통과와 한약사 응시자격을 받기 위한 투쟁은 계속 하겠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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