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 앤더슨 실바의 뜨거운 포효

데일리안 스포츠 = 김태훈 기자

입력 2017.02.14 00:18  수정 2017.02.15 15:18

한 시대 풍미한 최다 방어 기록 보유자

불혹 넘어 미들급에서 4년여 만에 승리한 뒤 눈물

UFC 앤더슨 실바 ⓒ 게티이미지

전 UFC 챔피언 앤더슨 실바(42·브라질)가 6경기 만에 승리의 감격을 누렸다.

실바는 12일(한국시각) 미국 뉴욕 브루클린 바클레이센터에서 열린 ‘UFC 208’ 코메인이벤트 미들급 매치에서 엘리트 레슬러 출신의 ‘랭킹 8위’ 데릭 브런슨(33·미국)을 맞이해 판정승(29-28, 29-28, 30-27)을 거뒀다.

UFC 미들급에서 10차 방어의 금자탑을 쌓은 실바는 2012년 10월 스테판 보너(미국)를 TKO로 제압한 이후 4년 4개월 만에 감격적인 승리를 맛봤다. 실바는 현재 미들급 랭킹 7위다.

실바는 특유의 리듬을 타면서 변칙 공격을 이어갔다. 챔피언으로서 미들급을 호령하던 그때 그 모습을 연상시켰다. 넘치는 자신감에 가드를 내리고 상대의 약을 올리다가 위기를 자초하는 예전의 모습도 나왔다.

‘스파이더맨’ 실바의 모습을 기억하는 팬들의 추억을 깨우기에 충분했다.

잠시 초조했던 실바는 승리가 발표되자 포효한 뒤 “UFC 팬들과 화이트 대표에게 너무 감사하다. 인생을 걸고 싸우는 모든 사람들을 존경한다”는 소감을 전했다.

큰 경기를 숱하게 치르면서 승리를 차치한 뒤에도 이렇게 뜨겁게 포효한 적은 드물다. 정상에서 추락을 맛보고 시련을 겪은 뒤 40대가 되어 다시 일어서는 실바의 눈가에는 눈물까지 그렁그렁 맺혔다. 실바도 싸움꾼 이전에 한 남자였다.

이날 경기에서 실바는 브런슨의 태클을 효과적으로 방어하며 타격전을 이어갔다. ‘스파이더맨’으로 불렸던 실바의 트레이드마크 중 하나인 뒤돌려 차기가 나오자 관중석 곳곳에서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3라운드까지 타격전에서 근소한 우위를 점한 실바는 종료 1분을 앞두고 테이크다운을 허용했지만 끝까지 포인트를 지키며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뒀다.

미들급 챔피언이면서도 라이트헤비급 매치에도 이따금 나섰던 실바는 2013년 7월 11차 방어전에서 크리스 와이드먼(현 미들급 랭킹 4위)에게 패하며 꼬이기 시작했다. 와이드먼과의 2차전에서는 킥 과정에서 정강이 골절로 1년 이상의 공백을 가져야 했다.

2015년 1월 복귀전에서 닉 디아즈에게 판정승을 거뒀지만 금지약물 복용 양성 반응으로 무효 처리됐다. 지난해에는 현 미들급 챔피언 마이클 비스핑, 현 라이트헤비급 챔피언 다니엘 코미어에게 연달아 패하며 위력을 잃은 듯했다.

이날 역시 전반적으로 위력 자체는 분명 떨어졌다. 테이크다운 방어 동작도 예전보다 무뎌졌다. 비스핑과의 대결 때보다 체력도 많이 떨어졌다. 스피드나 반응 속도도 많이 쇠퇴했다.

하지만 불혹의 나이를 넘어 브런슨이라는 만만치 않은 강자를 제압, 역시 '싸움의 신'이라는 찬사를 이끌어냈다. 분명 전성기 위력은 아니지만 연명할 정도의 기량은 보여줬다.

큰 기대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타이틀샷은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이름값과 UFC 미들급에서의 상징성, 마흔을 넘긴 나이에 선보인 이 정도의 기량이라면 흥행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UFC 미들급에서 비중 있는 매치는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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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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