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토트넘의 손흥민이 EPL 9월의 선수로 선정되는 등 역대급 활약을 펼칠 것으로 보였지만, 이후 침체기에 빠지며 골 사냥에 제동이 걸린 모습이다.
그나마 주전 자리를 꿰차고 있는 손흥민은 나은 편이다. 스완지 시티 기성용과 크리스탈 팰리스의 이청용은 입지가 불안정하며 급기야 이적설에 휘말리고 있다.
분데스리가에서는 지동원이 4호골을 터뜨리며 모처럼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반면, 한솥밥을 먹는 구자철은 부상으로 공백 중이며, 박주호, 김진수는 아예 이적을 준비하고 있다. 한 시즌을 풀타임으로 치르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한국인 유럽파 가운데 한 시즌 최다골 기록은 누가 지니고 있을까. 지금까지 10골 이상 넣은 경험이 있는 선수는 6명이며, 횟수로 따지면 15회다.
2004-05시즌 박지성(PSV 에인트호번), 44경기 11골
박지성은 PSV에서의 마지막 시즌, 자신의 이름을 유럽 전역에 알리게 된다. AS 모나코와의 16강전을 시작으로 올랭피크 리옹과의 8강전에서 특유의 엄청난 활동량을 펼쳤고, AC 밀란과의 4강전은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한국 선수 최고의 활약으로 꼽힌다.
이때 박지성은 리그에서 7골, 컵대회에서 2골, 그리고 챔피언스리그에서 2골 등 총 11골을 넣었다. 박지성은 유럽무대 두 자리 수 득점은 이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화려한 공격수로 주목받은 박지성은 이듬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한다.
2015-16시즌 석현준(비토리아), 20경기 11골
석현준이 기록한 지난해 11골은 박지성의 최다골과 같다. 하지만 석현준은 박지성의 절반만 뛰고도 같은 골 수를 기록했다.
석현준은 지난해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CD 나시오날에서 비토리아로 이적했다. 이적 3경기 만에 첫 골을 뽑아낸 석현준은 계속해서 공격포인트를 쌓았고, 유럽 무대에서 뛴 한국 선수로는 6번째로 10골을 돌파한 선수가 됐다. 비토리아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FC 포르투로 이적한 석현준은 현재 트라브존스포르에 몸담고 있다.
2010-11시즌 박주영(AS 모나코), 35경기 12골
박주영의 2010-11시즌은 그의 커리어 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부상 여파로 인해 주전 자리마저 위협받았지만 11월부터 골 폭풍이 시작됐고, 전반기 6골을 넣으며 기사회생한다.
하지만 1월 한 달을 특유의 ‘기도 세리머니’로 인한 무릎 부상으로 날린 박주영은 2월에 돌아와 다시 골 사냥에 나섰고, 팀의 강등과 함께 그를 눈 여겨본 아르센 벵거 감독의 눈에 띄어 아스날로 이적하게 된다.
2002-03시즌 설기현(안더레흐트), 43경기 13골
설기현은 유럽 데뷔 시즌이었던 2000-01시즌 로열 앤트워프에서 11골(27경기)을 넣어 주목받았고, 곧바로 벨기에 명문 안더레흐트로 이적한다. 이곳에서도 설기현은 팀의 중심이었다.
월드컵이 끝난 뒤 기세를 몰아 리그에서 12골, 유럽 무대에서 1골을 더해 자신의 시즌 최다골은 13골을 넣어 이름값을 크게 높였다. 이후 설기현은 한 시즌을 더 벨기에에 몸담다 2004-05시즌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리그), 울버햄턴으로 이적한다.
손흥민은 차범근의 기록을 깰 후보로 꼽힌다. ⓒ 연합뉴스
2014-15시즌 손흥민(레버쿠젠), 42경기 17골
‘슈퍼 탤런트’ 손흥민의 잠재력이 완전히 폭발한 시즌이다. 이전 시즌 12골로 이미 가능성을 인정받았던 손흥민은 다소 기복이 있었지만 시즌 전체로 봤을 때 안정적인 풀타임 시즌을 보냈다.
당시 손흥민은 리그에서 11골, 컵 대회에서는 1골, 그리고 챔피언스리그에서 5골을 퍼부어 총 17골을 몰아쳤다. 하지만 챔피언스리그 예선에서의 기록은 공식 집계가 되지 않기 때문에 2골을 뺀 15골이 그의 공식 기록이다. 손흥민이 유럽 무대서 두 자리 수 이상 기록한 시즌은 모두 세 차례.
1985-86시즌 차범근(레버쿠젠), 38경기 19골
한국 축구를 논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 바로 ‘차붐’ 차범근이다. 차범근은 프랑크푸르트에서 레버쿠젠으로 이적한 뒤 세 번째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친다.
리그에서만 17골을 넣은 차범근은 포칼컵에서 2골을 더했고, 총 19골로 시즌을 마친다. 더욱 대단한 점은 2경기에 한 번 꼴로 득점했다는 점이다. 7시즌 연속 두 자리 득점이 마감된 해이긴 했지만, 차범근은 마지막을 가장 화려하게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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