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광석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들이다. 그의 삶이 곧 음악이고, 공연은 그가 살아가는 방식이었다. 사람들이 기억하는 것도 그의 '음악'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매년 그의 기일에 맞춰 많은 팬들이 그를 추억하곤 하지만, 이 역시 그가 남긴 4장의 앨범에만 국한되는 경우가 많다. 의외로 그가 그룹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멤버이자, 동물원의 멤버였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이 많지 않다.
그런 측면에서 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은 사람들에게 김광석을 추억하는 또 하나의 길잡이 역할을 해준다. 김광석의 안타까운 죽음과 음악 뒤편에 가려져 있던 그의 삶과 고뇌, 음악에 대한 열정이 이처럼 잘 담은 작품은 흔치 않기 때문이다.
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은 1988년 고(故) 김광석과 그룹 동물원 멤버들의 첫 만남부터 국내 최고 뮤지션으로 거듭나기까지, 실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공연은 그룹 동물원의 멤버인 창기가 '그 친구'의 기일을 맞아 오래된 연습실을 찾아 그와 함께했던 푸른 청춘의 시간들을 회상하는 장면을 담은 '잊혀지는 것'으로 시작을 알린다.
특히 1987년 다섯 멤버들에게 지하 연습실이 처음 생기던 날의 에피소드, 그리고 이들이 함께 라디오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를 즐겨 듣던 풋풋한 모습, 국내 최고 뮤지션으로 부상하며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 프로그램에 실제 출연하기까지의 과정들은 관객들의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한다.
또 기일 때마다 연습실을 찾는 동물원 멤버들이 그를 그리워하는 모습은 공연이 끝난 이후에도 진한 여운을 남긴다. 여기에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 동물원 멤버들의 짝사랑 스토리를 담아내며 풋풋했던 그 때 그 시절을 돌아보게끔 만들었다.
김광석을 '그 친구'로 설정한 것도 흥미롭다. 그를 특별히 미화하지도 비하하지도 않는다. 멤버간의 갈등과 김광석의 탈퇴, 그러면서도 서로를 사랑했고 그리워했던 친구들의 마음이 잘 드러날 수 있었던 건 김광석이나 동물원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연출력 덕분이다.
물론, 이 작품의 가장 큰 힘은 역시 음악일 것이다. 시대의 아픔과 삶의 애환을 노래했던 동물원과 김광석의 음악은 결국 그들의 이야기와 융합될 때 더 큰 힘을 발휘하는 듯했다. 그들의 음악이 곧 그들의 삶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동물원 멤버였던 박기영 음악감독의 참여가 작품의 이야기는 물론, 음악에도 진정성을 부여한다. 무대와 음악 곳곳에 담겨 있는 디테일한 설정들, 그 당시 그 아날로그 감성이 주는 재미는 그가 있었기에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김광석을 연기한 최승열도 빼놓을 수 없는 주역이다. 최승열은 마치 '김광석의 환생'을 보는 듯한 열창으로 관객들을 휘어잡았다. 김광석과 비슷한 듯하면서도 자신만의 개성까지 담아낸 그의 목소리가 없었다면 작품의 감동도 이끌어낼 수 없었을 것이다. 김광석의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놓치기 아까운 작품이다.
'그 여름, 동물원'은 2015년 초연의 성공에 힘입어 다시 한 번 관객들을 찾아왔다. 그 친구(김광석) 역에 홍경민과 최승열, 창기 역에 이승열과 임진웅이 캐스팅됐다. 이밖에 김준호, 방제호, 유제윤, 최성욱, 홍종화, 최신권 등이 출연하며 내년 1월 22일까지 한전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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