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희 감독 신작 '미씽:사라진여자' 출연
보모 한매 역 파격 변신…충격 반전 주인공
이언희 감독 신작 '미씽:사라진여자' 출연
보모 한매 역 파격 변신…충격 반전 주인공
‘공블리’와 공효진, 그리고 한매와 수많은 캐릭터들.
배우 공효진은 왜 ‘공블리’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닐까. 그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로맨틱 코미디만 했던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로코를 많이 했던 것도 아니다. 하지만 ‘공효진’ 하면 ‘공블리’라는 수식어로 대변된다. 정작 본인은 그 ‘공블리’를 벗기 위해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공블리’가 싫은 건 절대 아니라는 손사레와 함께.
공효진이 이번에는 아이를 유괴하는 파격적인 변신을 단행하고 나섰다. 단순히 ‘유괴범’으로 치부될 캐릭터는 아니지만 어찌됐건 표면적인 역할은 ‘아이를 유괴한 여자’다.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는 보모 한매와 함께 사라진 아이, 그들을 쫓는 엄마 지선의 5일간의 추적극이다. 생계를 챙겨야 하는 워킹맘이자 아이를 잃은 여자 지선과 지선의 아이를 유괴한 여자 한매의 기막힌 사연이 극한 감정을 이끌어내는 감정 스릴러다.
공효진은 극중 중국인 보모 한매 역을 맡았다. 한 맺힌 여자라는 뜻이라도 담긴 듯, 한매는 한 맺힌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극적 반전을 이끄는 인물로 그려진다. 변화무쌍한 감정선을 그려야 하는 스펙트럼 넓은 캐릭터이기도 하다.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만난 공효진은 “여자영화에 대한 우려와 그로 인한 우여곡절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미씽’은 뻔한 범죄 영화도, 유괴 영화도, 스릴러도 아니다. 이번 작품을 선택한 이유다”라고 운을 뗐다.
“‘미씽’은 아이를 잃은 엄마와 그 아이를 데려간 여자 이야기에요.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관객들은 ‘또 유괴 이야기네’라며 별다른 기대를 안 하실 수도 있죠. 아니면 ‘다르다는데 뭐가 다른걸까’ 하면서 기대하는 분들도 계실거에요. 아마도 똑같은 유괴 영화고 그런 이야기였으면 출연을 안했을 거에요. 관객들을 불러들일 수 있는 그 무언가가 분명히 있어야 했거든요.”
공효진은 영화 ‘미씽’이 분명한 상업영화라고 했다. 즉, 뻔한 스토리에 설정이라면 그 영화는 이미 흥행에 성공할 수 없다는 것. ‘미씽’은 기존의 유괴영화와는 분명히 차별된 그 무언가가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메시지. 그 메시지 역시 뻔한 메시지는 분명 아니다.
공효진이 연기한 한매라는 역할을 소개하고 극 중 어떠한 인물로 묘사되고 있는지를 설명하는데는 어려움이 따른다. 그 만큼 중요한 인물이기도 하고 극적 반전을 이끄는 인물이다 보니 ‘스포일러’의 중심에 섰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어린이와 관련된 사항은 민감하죠. 영화 속 유괴가 소재가 된 이유 역시 그럴 거예요. 때문에 조심스럽기도 했고, 걱정도 돼요. 우리 영화는 누군가에게 공포심이나 경각심을 주는 사회적 메시지가 아니라 그러한 사회적 편견, 오해의 시선 속 소외된 여자, 그리고 엄마가 된 여자의 동질감, 극과 극 상황에서의 예상 밖 지점을 누르는 영화거든요. 말로 설명하긴 참 어렵죠?.”
공효진은 인터뷰가 어려운 영화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기사에서 캐릭터 설명을 직접적으로 할 수 없는 경우도 기자는 처음이다. 그렇게 ‘미씽’은 기대 이상의 허를 찌르는 장면과 스토리, 예상 밖 반전, 모든 것이 스포일러로 치부될 만큼 극적인 요소들이 곳곳에 배치된 영화다. 우스갯소리로 “휴대폰 한 번 보다간 중요 장면을 놓칠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그러면서도 공효진은 “한매는 다문화 가정으로 시집간 인물로, 실제 있을 법도 하고 있기도 했고, 그렇게 현실적인 캐릭터”라면서 “그 캐릭터를 어떤 심정으로 연기 했는지, 그들을 어떻게 이해했다고 말하기 조차도 조심스러운 인물”이라고 목소리를 낮췄다.
다만 이언희 감독, 엄지원 등 여성 스태프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고민했고, 공감하고 아파하며 연기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한매라는 캐릭터를 통해 또 다른 현실을 공감하게 됐고, 영화 속 또 하나의 캐릭터를 구축하게 됐다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미씽’을 본 남성, 여성 관객들의 시선 차가 있을 거 같아요. 엄마냐 여자냐, 엄마도 여자다 라는 건 분명 다른 시선이거든요. 남녀 반응이 극명하게 갈리는 영화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그렇게 이언희 감독과 두 배우가 외로운 투항을 한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해요.”
공효진이 이번 ‘미씽’과 한매라는 캐릭터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가지고 있는 이유다. 기존의 영화와는 분명 다른 캐릭터였고, 여전히 그 한매라는 여자에 대한 정답을 내리지 못했다. 때문에 영화를 본 관객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한매는 극중 분량이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며 그 만큼 극적 몰입도 역시 정점을 찍을 수 있는 캐릭터다. 데뷔 17년 차의 연기 내공을 절실히 엿볼 수 있는 기회다.
“분량이 적고 많음은 절대 중요하지 않은 영화였어요. ‘공블리’라는 수식어는 드라마 때문에 생긴거죠. 사실 드라마를 통해서는 밝고 경쾌한?. 시청자들에게 미소와 희망을 줄 수 있는 캐릭터를 하고 싶어요. 그러다 보니 ‘공블리’라는 밝은 수식어가 따라오는 거 같구요. 반대로 영화에서는 공블리의 정반대 캐릭터를 하고 싶어요. 그렇게 극과 극 캐릭터가 저와 맞는 거 같아요. 하나의 캐릭터에 구축되면 배우 인생은 끝이거든요. 앞으로도 영화 속 캐릭터는 파격적인 인물에 도전하고 싶어요. 사이코패스도 좋구요.”
공블리와 광기, 어쩌면 극과 극의 캐릭터로 공감을 어느 정도 얻을 수 있을지, 반대로 그의 반대에 박수갈채가 이어질 지는 관객들의 몫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미씽’ 속 공효진은 절대 공블리를 찾아볼 수 없다. 광기 서린 공효진의 또 다른 얼굴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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