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현지화? 마냥 웃을 수 없는 슈틸리케호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입력 2016.11.17 07:26  수정 2016.11.17 08:44

중국 리그 활약 중인 수비수들 실수로 "중국 현지화" 비아냥

특정 리그와 선수에 대한 문제로만 보기 어려워

한국 축구대표팀 슈틸리케 감독. ⓒ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번에도 문제는 수비로부터 시작됐다. 힘겹게 역전승을 거두며 한숨을 돌리기는 했지만 향후 일정과 경기력을 생각하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한국은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우즈베키스탄전에서 2-1 신승했다. 전반 24분 중앙 수비수 김기희의 헤딩 백패스 실수가 빌미가 되어 선제골을 헌납했지만, 후반 들어 남태희와 구자철의 연속골로 힘겨운 2-1 승리를 따냈다.

한국은 2차예선까지만 해도 무실점으로 전승 행진을 이어갔다. 지난해 아시안컵에서도 6경기 2실점으로 좋았다. 공격력은 다소 아쉬웠어도 강력한 수비를 바탕으로 한 실리축구는 슈틸리케호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최종예선 들어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한국은 5경기에서 벌써 6골을 실점했다. 무실점으로 막아낸 경기는 시리아와의 2차전(0-0) 뿐이다. 그나마 공격에서 8골을 뽑아 3승을 챙겼지만, 모두 홈에서 넣은 골이었다. 시리아/이란과의 원정에서는 무득점에 그칠 만큼 기복이 컸다.

최근 3경기에서는 모두 끌려 다니다가 김신욱을 투입한 후반에야 공격이 살아났다. 슈틸리케 감독의 플랜 A가 그만큼 통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최종예선에서 슈틸리케호는 최전방 공격수가 기록한 득점이 없다.

실점도 대부분이 상대보다 수비진 실수에서 비롯됐다는 것도 불안한 대목이다. 거의 매 경기 실점과 직결되는 치명적인 실수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중국과의 1차전에서는 오재석, 카타르와의 3차전에서는 홍정호가 위험지역에서 안이한 볼처리와 패스미스로 대형사고를 초래했다. 실책 릴레이는 우즈벡전에서 김기희로 이어졌다.

한국-우즈벡전에서 치명적인 실수 저지른 김기희. ⓒ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수비 불안의 원인에 대해서는 좀 더 냉철하게 살펴볼 필요도 있다. 최근 실점과 연결되는 실수를 저지른 수비수들이 집중적인 비난을 받는가하면, 특정 리그 소속을 타깃 삼아 '중국 현지화'같은 근거 없는 유언비어가 퍼지기도 했다.

우즈벡전만 해도 이날 김기희가 치명적인 실책을 저지르기는 했지만 수비 불안은 김기희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유럽파 박주호 역시 동점골을 어시스트하기 직전, 위험지역에서 안이한 볼 처리로 실점이나 다름없는 아찔한 위기를 내주기도 했다.

현재 슈틸리케호의 수비 불안은 단순히 특정 선수나 리그의 문제가 아니다. 근본적으로 선수선발의 원칙과 연속성에 관한 모순이다. 최종예선 이후 슈틸리케호의 포백 라인은 한 번도 동일한 라인업으로 경기에 나선 적이 없다. 오랜 시간 손발을 맞추기 어려운 대표팀에서 선수들의 잦은 변화는 최상의 조직력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든다.

2차 예선 당시 약팀들을 상대로 했던 쉬운 승리에 도취돼 내부 경쟁체제와 대안 발굴에 소홀했던 것이 강팀들을 상대하는 최종예선에서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는 셈이다. 비효율적인 공격전술과 안정감이 떨어지는 수비 조합에 대한 근본적 재정비가 없다면 한국의 러시아월드컵 진출은 여전히 장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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