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시즌까지 마친 KBO리그의 최대 볼거리인 FA 시장이 11일 개장했다. 올 시즌부터는 원 소속구단 우선 협상 기간이 사라져 한층 치열해진 경쟁이 예상됐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계약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여기에는 한국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라는 블랙홀이 FA 시장을 집어 삼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순실 파문과 관련해 대기업들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도 곱지 않은 상황이다. 이로 인해 주요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프로야구 구단이 FA 시장에 선뜻 거액을 투자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프로야구 역대 FA 최고액은 1년 전 NC와 계약한 박석민의 4년 총액 96억 원이다. 총액 100억 원을 넘긴 FA 계약은 아직 없었다. 하지만 외형적인 금액 발표와 달리 실제로 100억 원 벽을 일찌감치 넘어섰다는 의견도 있다. 상징적 금액인 100억 원을 넘어서는 것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계약액 자체를 축소 발표해 왔다는 목소리가 그것이다.
지난해 10개 구단 체제가 출범하면서 팀 성적을 좌우할 수 있는 대어급 선수는 상대적으로 부족해졌고, 자연스레 가치가 급등하며 FA 시장의 과열로 직결됐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 영향으로 대기업 소유의 프로야구단들이 '눈치 보기'에 들어간다면 FA 시장 역시 단숨에 얼어붙을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프로야구 시장 규모에 비해 몸값에 거품이 끼었다는 비판을 받아오던 상황이기에 최근 대기업들에 대한 따가운 시선을 감안하면 의도치 않게 FA 시장의 거품 현상이 한순간에 꺼져버릴 공산도 상당하다.
역대 FA 계약 최고액 10걸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물론 정반대 전망도 있다. 현 상황과 프로야구단은 무관하며, 기업 이미지 회복을 위해서라도 FA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다. 올해 FA 시장에는 김광현, 양현종, 차우찬, 최형우, 황재균 등 투타에 걸쳐 대어급 선수들이 쏟아진다.
사실 지난해와 같은 상황이라면 총액 100억 원을 넘기는 선수가 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특히 타 팀 이적이 아닌 원 소속팀 잔류일 경우, 팀에 대한 충성심 보상과 타 팀에 대한 자존심 경쟁의 일환으로 100억 원을 상회하는 계약이 속출할 당위성이 충분했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의 영향으로 대기업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비등한 가운데 100억 공식 발표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올해부터 원 소속 구단 우선 협상 기간이 사라져 FA들의 이적이 활발해질 것이란 예상과 달리 '눈치작전'으로 인해 발표를 늦추거나 실제 계약된 금액보다 낮춰 발표할 가능성이 커진 이유다.
대형 FA의 다수 등장과 최순실 사태가 겹치며 FA 시장은 기묘한 쌍곡선을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대기업의 적극적인 투자 없이 뜨거워질 수 없는 FA 시장이 향후 어떤 모습을 보일지 주목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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