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현지 매체의 함정 취재에 걸려 감독직을 내려놓게 된 '빅샘' 샘 앨러다이스. ⓒ 게티이미지
‘빅 샘’ 샘 앨러다이스(61) 잉글랜드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부패 스캔들’로 취임 두 달 만에 낙마했다.
최근 영국 언론 ‘텔레그래프’ 탐사보도팀은 아시아 국가 에이전트 회사 대리인으로 위장하고 앨러다이스 감독에게 접근해 은밀한 거래를 제안했다.
여기서 앨러다이스 감독은 `서드파티` 규정을 피하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며 불법 행위에 먼저 나섰고 전임 감독인 로이 호지슨과 잉글랜드 축구협회(FA)까지 비난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을 일으켰다.
서드파티는 구단과 선수, 에이전트 외에 제3자가 선수에 대한 소유권을 공동으로 분할하는 것을 의미한다. 축구계 자본의 외부 유출과 불법적인 외부 자본의 유입으로 축구계 기반이 흔들릴 수 있기에 FIFA와 잉글랜드 축구협회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규정으로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앨러다이스 감독은 서드파티 회사라고 신분을 속인 취재팀에 1년에 40만 파운드(약 5억 7000만 원)를 받는 조건으로 엠버서더가 되겠다고 약속했으며, 서드파티 금지 규정은 터무니없는 제도라고 비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서드파티 규정을 우회하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며 취재팀에게 먼저 조건까지 제시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잉글랜드 축구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국가대표팀 감독이 앞장서 규정을 무시하고 부정행위를 주도했다는 사실에 영국 축구계는 큰 충격과 분노에 빠졌다.
앨러다이스 감독은 지난 7월부터 호지슨 감독의 뒤를 이어 잉글랜드 대표팀을 이끌고 있다. 그러나 지휘봉을 잡은 지 두 달 만에 최대의 위기에 봉착했다. 다수의 영국 현지 언론은 앨러다이스 감독을 해임해야 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앨러다이스 감독 본인도 사실상 향후 영국 내에서 감독 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울 만큼 이미지와 명성에 입은 타격이 크다.
앨러다이스 감독의 운명은 약 10년 전 스벤 고란 에릭손 전 감독을 연상시킨다. 스웨덴 출신의 에릭손 감독은 2006년 당시 지금은 폐간된 한 타블로이드지의 함정 취재에 속아 대표팀 감독직을 내려놓아야했다.
당시 에릭손은 중동의 거부로 위장하고 접근한 취재팀에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구단을 인수하고 자신을 감독으로 앉혀줄 것을 먼저 제안한 것이 드러났다.
또한 에릭손은 자신이 이끌고 있던 잉글랜드 대표팀 선수들에 대한 뒷이야기와 내부 정보까지 유출한 것으로 알려져 여론의 뭇매를 맞아야했다. 에릭손은 결국 독일월드컵이 끝난 후 사임했다.
일종의 ‘몰래카메라’라고 할 수 있는 함정취재라는 수단에 대해서는 공익을 빙자한 황색저널리즘이라는 점에서 비판적 시각도 없지 않다. 하지만 유혹에 쉽게 빠지는 것도 모자라 대표팀 감독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하고 부정행위에 동참하려 했던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앨러다이스는 이미 잉글랜드 대표팀 사령탑 취임 시절부터 자격 논란에 시달렸던 인물이다.
프로팀 감독으로 눈에 띄는 큰 실적을 올린 것도 아니었고, 거친 언행과 각종 비리 연루 의혹 등으로 구설이 많았던 인물이기도 하다. 잉글랜드 축구계는 이번 사태로 ‘감독 고르는 눈’이 없다는 사실만 다시 인증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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