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은 지난 2014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침대축구를 펼치다 패하고 말았다. ⓒ 게티이미지
신태용호가 졸전 끝에 2회 연속 올림픽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축구대표팀은 14일(한국시각) 브라질 벨루오리존치 미네이랑 경기장에서 열린 온두라스와의 올림픽 8강전에서 0-1로 패했다.
이날 대표팀은 일방적으로 온두라스 골문을 두들기고도 상대의 수비와 로페스 골키퍼의 선방에 막혀 득점포를 가동하는데 실패했다. 특히 윙어로 나선 손흥민은 수차례 기회를 살리지 못해 패배의 원흉으로 지목됐다.
반면, 온두라스는 빠르고 날카로운 역습으로 승리를 움켜쥐었다. 온두라스는 후반 14분, 손흥민의 패스 미스를 가로챈 뒤 곧바로 공격으로 전환했고, 한국의 측면을 허문 뒤 쇄도해 들어오던 엘리스가 결승골을 넣었다.
경기 패배보다 화제가 된 장면은 바로 온두라스의 ‘침대 축구’였다.
온두라스 선수들은 작은 충돌에도 너나 할 것 없이 경기장에 쓰러졌고, 공이 아웃되면 다른 곳으로 던져 스로인을 방해하기도 했다. 특히 후반 44분에는 공격수 알베르스 엘리스가 자신이 파울을 범하고도 아파 죽겠다며 그라운드에 누워 일어나지 않았다. 엘리스의 지연작전(?)은 3~4분이나 지연시키는 효과로 이어졌다.
‘침대 축구’는 축구 종주국 잉글랜드에서 시작돼 1980~90년대 일부 동유럽 국가들이 본격적인 전술로 활용했다. 그리고 2000년대 이후 중동국가들에 의해 완성됐다는 평가다.
‘침대 축구’하면 한국 대표팀과 악연인 이란이 떠오르지만 사실 원조라고 볼 수 없다. ‘침대 축구’는 중동의 약체로 분류된 바레인과 카타르, 쿠웨이트 등이 강호들을 상대로 승점을 따내기 위한 시간벌기 전술로 사용했고, 이후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등이 약속이라도 한 듯 자연스레 받아들였다.
그리고 침대 축구는 이란에 의해 정점을 찍는다. 같은 이슬람 국가이지만 아랍인이 아닌 페르시아인으로 이뤄진 이란은 월등한 체격을 앞세워 오히려 힘 있는 유럽식 축구를 구사했다. 하지만 매번 ‘침대 축구’에 발목이 잡히자 자신들도 이 전술을 도입,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침대 축구’를 당하는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약이 오를 수밖에 없다. 선수들을 비롯해 코칭스태프, 심지어 팬들까지 분노를 터뜨리기 일쑤다.
물론 ‘침대 축구’는 양날의 검을 지니기도 한다.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기 때문에 시간 벌기용으로는 탁월하지만 동점 또는 역전을 내주는 일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FIFA에서 침대축구를 제재하는 분위기라 심판들이 경고를 주거나 곧바로 그라운드 밖으로 나갈 것을 주문하기도 한다.
‘침대 축구’를 봉쇄하기 위해서는 선제골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 필수다. 여기에 압도적인 공격을 더한다면 상대가 드러누울 여지조차 주지 않을 수 있다. 이번 온두라스전에서 신태용호는 아예 침대를 깔아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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