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전 끝에 탈락’ 침대축구 욕할 것 없다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입력 2016.08.14 10:00  수정 2016.08.14 10:01

온두라스와의 8강전서 1-0 패배, 탈락

한국이 무실점 또는 선제 득점했다면 온두라스의 침대축구도 없었다. ⓒ 게티이미지

신태용호의 여정은 여기까지였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축구대표팀은 14일(한국시각) 브라질 벨루오리존치 미네이랑 경기장에서 열린 온두라스와의 올림픽 8강전에서 0-1로 패했다.

이날 대표팀은 일방적으로 온두라스 골문을 두들기고도 상대의 수비와 로페스 골키퍼의 선방에 막혀 득점포를 가동하는데 실패했다. 특히 윙어로 나선 손흥민은 수차례 기회를 살리지 못해 패배의 원흉으로 지목됐다.

반면, 온두라스는 빠르고 날카로운 역습으로 승리를 움켜쥐었다. 온두라스는 후반 14분, 손흥민의 패스 미스를 가로챈 뒤 곧바로 공격으로 전환했고, 한국의 측면을 허문 뒤 쇄도해 들어오던 엘리스가 결승골을 넣었다.

경기가 마냥 매끄러웠던 것만은 아니었다. 특히 온두라스는 승기를 잡자 시간을 끌기 위해 일명 ‘침대 축구’를 구사하기 시작했다.

온두라스 선수들은 작은 충돌에도 너나 할 것 없이 경기장에 쓰러졌고, 공이 아웃되면 다른 곳으로 던져 스로인을 방해하기도 했다. 특히 후반 44분에는 공격수 알베르스 엘리스가 자신이 파울을 범하고도 아파 죽겠다며 그라운드에 누워 일어나지 않았다. 엘리스의 지연작전(?)은 3~4분이나 지연시키는 효과로 이어졌다.

경기가 끝난 뒤 손흥민을 비롯한 한국 선수들은 온두라스의 침대축구와 인저리 타임에 대해 심판에게 하소연했지만 소용없는 노릇이었다.

무엇보다 한국 선수들이 상대 침대축구에 비난할 자격이 있는가에 대해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이다.

이날 한국은 볼 점유율에서 64%-36%로 압도했고 슈팅 숫자에서도 16-6으로 크게 앞섰다. 파울도 7개를 범하는 동안 23개를 이끌어내 무려 25차례의 프리킥 찬스를 얻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는 0-1패였다. 축구는 점유율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격언이 다시 한 번 입증되는 순간이었다.

상대의 시간 끌기 작전도 실점하지 않았다면 원천봉쇄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더군다나 한국 역시 지난 멕시코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1-0으로 앞서자 똑같이 시간을 끌어 상대의 분통을 터지게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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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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