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줌마 벗었다…김정호 빙의 '고산자' 차승원

부수정 기자

입력 2016.08.09 16:30  수정 2016.08.10 09:29

강우석 감독 3년 만의 복귀작서 주인공

"실존 인물 연기, 조심스럽고 고민 많아"

배우 차승원과 강우석 감독이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고산자)로 만났다.ⓒCJ엔터테인먼트

배우 차승원과 강우석 감독이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고산자)로 만났다.

박범신 작가의 소설 '고산자'를 원작으로 한 영화는 지도를 완성하기 위해 권력과 운명, 시대에 맞선 김정호의 감춰진 이야기를 담아낸다. 대동여지도를 완성한 김정호의 이야기를 처음으로 스크린에 옮긴 작품으로 CJ E&M이 120억원을 투자했다.

영화는 만인을 위한 정확한 지도를 만들고자 했던 김정호의 뜻을 좇는 동시에 영화적 상상력을 가미해 드라마틱한 재미를 준다.

'투캅스'(1993), '공공의 적'(2002)으로 대중에게 친근한 강 감독의 스무 번째 작품이자 첫 사극이다. 강 감독은 '전설의 주먹'(2013) 이후 3년 만의 스크린 복귀다.

9일 서울 압구정 CGV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강 감독은 "그간 닥치는 대로 영화를 찍었던 것 같다"며 "지쳐서 독서만 하던 중, 소설 '고산자'를 읽었는데 김정호라는 인물에 감명받아 영화화하고 싶었다. '김정호의 기록은 왜 없을까'라는 궁금증에서 출발했다"고 밝혔다.

강 감독은 이날 공개된 영상에서 "김정호가 만든 지도가 왜 목판이었으며, 그가 왜 그 시대 많은 사람에게 지도를 공유하고자 했을까 궁금했다"며 "우리 국토의 중요한 부분들을 담으려고 신경 썼다"고 전했다.

베테랑 감독이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초심으로 돌아갔다는 그는 "술자리에서 스태프에게 '이 영화 한 편으로 그동안 내가 만든 작품이 잊혔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영화를 만들 능력이 부족한 듯했고, 촬영하면서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토로했다.

박범신 작가의 소설 '고산자'를 원작으로 한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지도를 완성하기 위해 권력과 운명, 시대에 맞선 김정호의 감춰진 이야기를 담아낸다.ⓒCJ엔터테인먼트

소재가 소재인 만큼 대한민국 팔도의 절경을 즐길 수 있다. 제작진은 마라도부터 합천 황매산, 강원도 양양, 여수 여자만, 최북단 백두산까지 총 9개월간 106.240km에 달하는 거리를 두 발로 디디며 대한민국의 4계절을 담았다. 제작진과 차승원이 직접 백두산에 올라 촬영한 장면은 마치 CG로 착각할 정도다.

차승원의 캐스팅에 대해 강 감독은 "투자자가 꼽은 캐스팅 후보에 차승원과 톱스타 세 명이 있었다. 차승원은 키가 크고 외모가 현대적이라 김정호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걱정했는데, 주변에서 차승원을 추천했다. 차승원은 코미디 연기가 가능하면서 관객들을 울리는 배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 차승원이 김정호로 빙의한 것 같다는 얘기가 많았다"며 "영화 중반을 넘어가면 차승원이 아니라 김정호로 보일 것이다"고 전했다. 감독은 또 "현장에서 차승원을 이름이 아닌 김정호, 고산자로 불렀다. 차승원을 보고 '복을 받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고산자(古山子) 김정호를 연기하는 차승원은 "김정호의 기록은 두 줄밖에 안 되지만 그가 남겨 놓은 업적은 어마어마하다"며 "실존 인물의 사상이나 발자취를 자세히 알지 못해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처음 시나리오를 접했을 때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난감하기도 했다. 김정호 선생에 누가 되지 않는 영화가 됐으면 한다"고 고백했다.

차승원 주연의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강우석 감독이 3년 만에 복귀하는 작품이다.ⓒCJ엔터테인먼트

다른 사극과의 차별점을 묻자 '웃음과 해학이 있는 작품'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거라 한 장면, 한 장면을 허투루 넘어가지 않았고, 스스로를 내려놓고 연기했다. 영화 덕분에 겸손해졌다"고 했다.

유준상은 대동여지도를 독점하려는 시대의 권력 흥선대원군으로 분한다. 강 감독과는 '이끼', '전설의 주먹'에 이어 세 번째 호흡이다.

유준상은 "캐릭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내 인생이 새롭게 시작하는 느낌을 받았다"며 "영화를 찍으면서 인생을 공부했고, '고산자'는 내게 큰 영향을 끼친 작품이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관객들이 김정호의 가치관과 업적을 통해 이 시대에서 느끼지 못하는 부분들을 깨달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김인권은 대동여지도의 목판 제작을 돕는 인물 바우 역을, 남지현은 김정호의 딸 순실 역을 각각 맡았다.

김인권은 "영화를 통해 김정호가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을 알게 됐다"고 했고, 남지현은 "가족 입장에서 김정호를 생각하면서 연기했다"고 강조했다.

9월 7일 개봉.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