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는 21일 신승현과 백창수를 제외하고 최동환과 서상우를 1군으로 불러들이는 엔트리 변화를 단행했다. 서상우는 25일 만에 1군에 복귀했다. 하지만 서상우는 21일 고척 넥센 히어로즈전에는 선발은 물론 교체로도 출전하지 않았다.
LG 양상문 감독의 서상우 기용은 갈지자 행보다. 서상우는 2016시즌 개막 엔트리에 내야수로 포함됐지만 아직도 확실한 포지션이 없다. 1루수로 주로 나서긴했지만 1군 실전에 나설 만한 수비력을 갖추지 못했다. 이로 인해 지명타자나 대타 외에는 경기에 나설 방법이 사실상 없었다. 하지만 지명타자 자리에는 박용택이라는 거목이 버티고 있었다.
LG 서상우 2016년 월별 기록. ⓒ 케이비리포트
결국, 서상우의 1군 출전 횟수는 갈수록 줄었다. 4월 20경기에서 71타석을 소화했지만, 5월에는 17경기에서 44타석을 소화하는 데 그쳤다. 6월에는 13경기에서 고작 14타석에 들어선 게 전부였다.
문제는 박용택이 지명타자로 출전하지 않는 경기에서도 서상우는 선발 출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 LG는 지명타자로 정주현 등이 나서는 경우가 많았다.
4월 타율 0.357를 찍었던 서상우의 타율은 5월 0.088, 6월 0.214로 급락했다. 풀타임 경험이 없는 젊은 타자를 1군에서 대타로만 활용하다보니 타격감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지난달 26일 서상우의 1군 말소는 때늦은 감이 있었지만 합당한 조치였다. 타격 부진으로 1군 활용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에서 퓨처스에서 1루수로 실전 경험을 쌓는 것이 선수 본인은 물론 팀에도 바람직한 방향이었다.
하지만 서상우는 후반기 시작인 7월 19일부터 엔트리에는 등록되지 않은 채 1군과 동행했다. 이 시점부터 서상우는 퓨처스 경기에는 출전하지 않았다. 1루수로서 퓨처스 실전이 한 경기라도 소중했지만 1군서 벤치만 지켰다.
21일 경기를 앞두고 서상우는 1군에 등록됐지만 대타로도 출전하지 못했다. 이날 LG는 1루수로 김용의가 선발 출전했고, 6회초 정성훈이 대타로 나와 경기가 종료될 때까지 1루수를 맡았다. 한 달도 안 된 퓨처스의 담금질만으로는 서상우가 1군 1루수로 투입되기 어렵다는 방증이었다.
납득하기 어려운 서상우 기용법은 작년에도 다르지 않았다. 2015년 8월 서상우는 0.390의 고감도 타율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상대 좌완 투수가 선발 등판한다는 이유로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8월 7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4타수 4안타 맹타를 휘두른 서상우는 이튿날 8일 잠실 두산 전에는 죄완 장원준이 선발 투수라는 이유로 출전하지 못했다.
8월 13일 문학 SK 전에서 5타수 3안타를 기록했지만 다음날 경기에는 상대 선발이 김광현이라는 이유로 역시 선발 출전하지 못했다. 8월 15일 잠실 KIA전에도 양현종이 선발로 예고되자 서상우는 선발 라인업에서 자취를 감췄다.
LG 양상문 감독 ⓒ LG 트윈스
양상문 감독이 방망이에 불이 붙은 서상우를 좌완 선발 투수를 상대로 출전시키지 않은 이유는 ‘다진다’는 것이었다. 경험이 부족한 타자가 위축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타격감이 좋은 젊은 타자가 벤치로 밀려나면 위축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결과였다. 좌완 에이스를 맞상대해 경험을 축적하며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양 감독은 원천봉쇄했다.
SK로 떠난 거포 유망주 최승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14년 9월 14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최승준은 3회말 1군 데뷔 첫 홈런을 터뜨렸지만, 4회초 곧바로 김용의로 교체됐다. 타격감이 좋을 때 한 타석이라도 더 소화하며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막혔다.
SK 이적 후 기량 만개한 최승준. ⓒ SK 와이번스
1군 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2015년 개막전 4번 타자의 중책을 갑자기 떠안은 최승준은 극도의 부진에 허덕인 끝에 4월을 끝으로 1군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시즌 종료 후 FA 정상호의 보상 선수로 SK로 이적한 최승준은 올 시즌 19개의 홈런을 몰아치며 거포의 잠재력이 만개했다.
LG의 야수 육성 정책은 올 시즌에도 방향성이 모호하다. 이형종과 윤진호는 1군에서 맹활약을 펼친 직후 엔트리에서 제외된 뒤 아직도 1군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기대주 서상우는 ‘반쪽 선수’로 굳어지고 있다. 야수 유망주가 LG에서 성장하지 못하고 타 팀에서 터지는 이유를 잠실야구장 탓으로만 돌려서는 안 되는 이유다. 글: 이용선/정리 및 기록: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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