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가 또 한 번 승부조작과 불법 도박으로 얼룩지며 흥행가도에 적신호가 켜졌다. ⓒ 연합뉴스/넥센 히어로즈
9년 연속 500만 돌파한 날 승부조작과 도박 등 악재 재발방지 위한 고통 감내하지 않으면 팬들도 외면
KBO리그가 21일 9년 연속 500만 관중을 돌파하던 날 승부조작과 도박이라는 대형 악재도 함께 터졌다.
창원지검은 이날 NC 선발 투수 이태양과 상무에서 군 복무 중인 넥센 히어로즈 외야수 문우람은 돈을 받고 승부조작을 한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했다.
또한 ‘원정 도박 스캔들’과 불법 도박 사이트 개설 연루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안지만은 수사 결과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고, 삼성 구단은 결국 그와 계약을 해지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성환에게는 참고인 중지처분이 내려졌지만 추후 수사 결과에 따라 또 한 번 피바람이 불 확률이 크다.
역대 3번째 빠른 속도로 500만 관중 돌파한 기쁜 날에 초상집과도 같은 분위기가 연출됐다. 한국 프로야구의 슬픈 자화상이다.
당장 흥행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2008년 이후 9년 연속 500만 관중을 돌파한 KBO리그는 내심 868만이라는 사상 최대 관중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두산과 NC의 치열한 선두다툼과 가을 야구 진출이 걸려있는 5위 자리를 놓고 펼쳐지는 중위권 팀들의 치열한 순위 싸움은 관중몰이를 견인할 것으로 보였다. 올 시즌부터 좀 더 규모가 커진 새로운 구장을 홈으로 쓰게 된 삼성(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과 넥센(고척 스카이돔)은 홈 관중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이와 같은 흥행 열기가 마냥 지속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KBO리그는 이미 4년 전 박현준, 김성현 등의 승부조작으로 한 차례 풍파를 겪었음에도 똑같은 문제가 재발했다.
4년 전 해당 선수를 영구 제명하고 상시 모니터링 체제 구축, 신고자에 대한 포상 및 처벌 감면제 도입, 예방 교육 및 자정 활동 강화 등 사후 방지책을 마련한 KBO의 노력은 결국 유명무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4년 전과 비교했을 때 선수가 먼저 제안을 하는 등 조작 방법이 다양해졌고, 수수 금액 역시 커졌다. 검은 돈의 유혹에 빠진 선수들의 도적적 불감증은 물론 구단의 안이한 대처도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삼성의 경우 지난해 윤성환, 안지만, 임창용이 해외원정 도박 파문에 휩싸이자 임창용만 임의 탈퇴 처분하고 나머지 두 선수에 대해서는 ‘무죄추정 원칙’에 입각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원정 도박도 모자라 추가적으로 불법 도박 사이트 개설 혐의까지 받은 안지만의 사례는 구단의 안이한 대처가 더 큰 화를 불러온 케이스다.
투명성과 공정성이 기본이 돼야 할 스포츠에서 부정한 수단이 개입되는 것은 어떠한 목적으로도 정당화 될 수 없다. 특히, 4년 만에 재발한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그간 큰 성원을 보내온 상당수 팬들은 등을 돌릴 것으로 보인다.
이제 공은 KBO와 각 구단들에게로 넘어갔다. 이번 일을 일벌백계로 삼아 확실하게 승부조작과 도박에 대한 뿌리를 뽑고,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해야한다. 언제까지 줄곧 좋을 수 없다. 흥행에 도취돼 또 안이한 대처로 팬들에게 실망을 안긴다면 10년 연속 500만 관중 돌파의 길은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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