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주민 "총리에 폭력 시위, 주민이 했을리가..."

목용재 기자

입력 2016.07.19 09:45  수정 2016.07.19 15:12

"일방적 배치가 문제지 북핵 옹호 아니야"

"버스 엎자고 말한 사람 성주군민 아닐 것"

5일 사드배치와 관련, 경북 성주군청에서 주민설명회를 가진 황교안 국무총리가 주민들에게 막히자 미니버스를 빠져나와 경호관들의 보호를 받으며 승용차로 향하고 있다. 황 총리는 이날 6시간 30분만에 군청을 빠져 나갔다.ⓒ연합뉴스

황교안 국무총리와 한민구 국방부장관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 배치 지역으로 결정된 경상북도 성주를 찾아간 지난 15일 발생한 물리적 충돌사태에 대해 현지 주민들은 당황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성주 주민들은 황 총리와 한 장관이 온 당일 "사드배치 반대"를 강력하게 주장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평화시위"라는 구호를 붙이면서 물리적 충돌을 일으키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황 총리가 탑승한 차량에 달려들거나 차량 진입로에 장애물을 끌고 오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상황에 대해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이다.

특히 현장에서는 일부 시위자가 마이크를 잡고 "북핵은 남쪽하고 싸우기 위한 핵무기가 아니다. 북핵은 미국과의 협상용이고 북한이 아무리 핵을 개발했다고 해도 우리가 무기를 개발하면 되나. 그래서 북한이 핵을 터뜨려야 되나"라면서 '북핵옹호' 발언을 내뱉기도 했다.

황 총리와 한 장관이 성주를 방문한 15일 당시 현장에 있었던 현지주민 김모 씨는 18일 '데일리안'과 전화인터뷰에서 "불순단체들이 주민들을 선동해서 발언하는 것 자체가 이건 아니지 않나"면서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성주 사람들 누구도 '버스를 엎자', 총리나 장관이 탑승한 차량을 민 사람이 없다. 국가 통수권자 대리인에게 그렇게 하는 것은 성주 사람들은 생각도 못해봤다"고 말했다.

김 씨는 "성주도 하나의 작은 정부나 다름없고 큰 정부의 관계자들이 와서 저런 일(폭력사태)이 벌어지니까 (당황스럽다)"면서 "특히 촌에 계시는 어르신들은 잘 모른다. 사드, 북한 이런 것에 대해 모르는데 선동적인 발언이 나오면 어르신들이 현혹될까봐 나 스스로 성이 나서서 문제의 본질을 얘기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사드배치가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문제제기가 아니라 이 문제를 자꾸 이념적으로, 북한 옹호식으로 발언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것에 대해 성이 난다"면서 "일부 시위자들이 북한 옹호를 하고 있는데, 그런 얘기를 듣다보면 문제의 본질이 흐려지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북한 옹호, 미국에 대한 적대감 등으로 인해 성주 주민들이 남남갈등을 일으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김 씨는 사드 배치가 현지 주민들에 대한 정부차원의 설득작업이 전혀 없이 이뤄진 점에 대해 분노했다. 사드 배치 결정 과정에 대해 현지 주민들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김 씨는 "우리가 분노하는 것은 정부가 우리한테 아무런 설득작업을 벌이지 않았다는 것"이라면서 "최선의 방법이 없다면 차후라도 배치 결정을 내리기 전에 주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거나 토의하는 작업을 벌여야 했었던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그는 "정부가 너무 일방적으로 대화 없이 성주 땅에 사드를 배치했다는 것이 가장 정부가 잘못한 점"이라면서 "(성주) 민의를 잘 들어보고, 국민들 의견도 수렴한 다음에 대통령한테 보고를 해야 하는데 그런 과정이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재복 성주사드배치저지 투쟁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지난 15일 벌어진 과격시위와 관련 "황 총리 방문 때 폭력 사태가 발생한 점은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 위원장은 성주 주민 차원의 사드배치 반대 시위에 외부인이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외지인들은 성주와 상경 집회때 절대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 성주 투쟁의 진정성이 의심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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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용재 기자 (morkk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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