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규칙-무질서의 매력…‘묻지마’ 예능프로그램

이준목 객원기자

입력 2007.02.24 12:59  수정

무한도전, 무릎팍 도사, 마빡이에 이르기까지

규칙도 없고 질서도 없다. 두드러지는 것은 오직 캐릭터뿐.

<무한도전>에서 <황금어장-무릎팍 도사><개그콘서트-마빡이>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개성이 뚜렷한 캐릭터들을 내세워 부조화속의 조화를 이야기하는 ‘묻지마’ 예능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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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프로그램의 내용이나 목적에 대해 ‘왜?’ 라는 질문은 의미가 없다. 시키는 사람도 없는데 끊임없이 이마를 때리며 자학하는 마빡이들, 스스로 대한민국 평균이하를 부르짖으며 굳이 도전할 필요가 없는 분야에 ‘무모한 도전’을 일삼는 여섯 남자들, 게스트의 고민을 해결해준다면서 종종 방향이 산으로 올라가는 것을 즐기는(?) 무릎팍 도사들. 모두 기존 예능프로그램의 전형성을 따르지 않는 독특한 구성과 유별한 캐릭터들을 보유하고 있다.

매주 나름의 미션이나 최소한의 대본은 있지만, 기본적으로 프로그램의 구성에 정해진 공식은 없다. 이들은 매주 호감과 비호감, 방송언어와 비속어, 설정과 애드립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든다. 관객에게 반말로 호통을 치고, 멤버들끼리 서로 티격태격하고, 심지어는 게스트마저 곤경에 몰아넣는다.

이처럼 가학성과 피학성을 수시로 넘나드는 ‘묻지마 개그’의 매력은 밉지 않은 발칙함에 있다. 이들의 요란함을 보고 가볍게 웃을 수 있는 것은 외국의 리얼리티쇼와 달리 그래도 시청자에게 지켜야할 선은 넘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공감대가 있기 때문. 대신 적어도 웃음의 소재에 있어서는 어떤 경계선도 존재하지 않으며 그 수위는 일반 예능프로그램의 기준을 훨씬 뛰어넘는다.

정종철이 다음번엔 얼마나 더 ‘고통스러운’ 마빡이 동작을 하게 될 것인지, 무한도전 여섯 멤버들의 엇갈린 경쟁관계와 사생활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무릎팍 도사들이 오늘은 또 어떤 자극성 유도심문으로 게스트의 민감한 돌출발언(?)을 이끌어내게 될 것인지 상상도 할 수 없다.

예측불허의 묻지마 개그프로그램들은 마치 모 방송국의 ‘돌발영상’을 연상시킨다. 바로 이런 어디로 튈지 모르는 무규칙성이야말로 젊은 팬들을 사로잡는 묻지마 예능프로그램만의 최대 매력이다.

마니아들은 왜 이처럼 묻지마 예능프로그램에 열광할까. 젊은 세대는 텍스트화된 메시지나 숨은 의미보다는 즉각적인 이미지와 시청각적인 요소에 반응한다. 격식과 규범에 얽매이지 않는 젊은 시청자들은 묻지마 예능프로그램들이 보여주는 출연자들의 파격적인 솔직함과 어디로 튈지 모르는 돌발성에 열렬한 호응을 보낸다.

묻지마 예능프로그램들은 겉보기에 파격적인 구성 가운데도 철저히 부조화 속의 조화를 유지하고 있다. 겉보기에 마냥 무질서한 듯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철저히 계산된 캐릭터간의 역할분담과 사전 구성과 적절하게 수위를 조절하는 선택적 편집의 힘이 뒷받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정교한 컴퓨터 PRG 게임처럼, 겉보기엔 자유도가 높아도 결코 본분을 벗어나지 않는 예능프로그램들은 그 돌출성과 자유분방함마저도 하나의 트렌드로 활용하는 영리한 컨셉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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