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발동'은 중국에서 기획·제작된 작품이지만, 한국 배우와 스태프들이 대거 참여했다. ⓒ 케이알씨지
여행의 로망 중 하나를 꼽자면, 운명 같은 사랑일 것이다. 누구나 한 번쯤 꿈꿔보지만, 쉽게 경험하기 힘든 사랑의 로망, 그래서 사람들은 영화를 통해 대리 만족을 경험하길 원한다.
2일 개봉하는 영화 '연애의 발동: 상해 여자, 부산 남자(이하 연애의 발동)' 또한 누구나 한 번쯤은 가져봄 직한 국제 연애의 로망을 다룬 작품이다.
별자리 궁합을 믿는 여자(진의함)는 동생(진학동)과 여자친구(우혜림)의 결혼을 안 좋은 별자리 궁합을 이유로 막으려 하지만, 예비 사돈(지진희)과 얘기치 않은 사랑에 빠진다. 국적을 초월한 이들의 좌충우돌 사랑은 코믹과 신파를 오가며 흥미롭게 펼쳐진다.
하지만 애초부터 한국 관객들을 겨냥한 작품은 아니다. 한중합작 영화라기보다는, 엄밀히 말해 중국에서 기획·제작된 중국영화다. '화산고'(2001), '늑대의 유혹'(2004), '크로싱'(2008) 등을 연출한 김태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지만, 중국 시장을 염두에 두고 촬영된 작품인 것이다.
김태균 감독이 "족보를 따지자면 중국영화"라고 강조한 것도, 지진희가 "문화가 다르더라"고 말한 것도 사실은 한국 관객들에게 어필하기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걸 스스로 인정한 것으로 해석해도 큰 무리는 아니다.
실제로 '연애의 발동'은 부산을 배경으로 했다는 점만 빼면, 작품 전반에 깔린 분위기는 중국의 정서다. 특히 중국에선 하나의 대중적인 문화로 자리 잡은 '별자리'를 이야기의 중심에 뒀다는 점도 그렇다.
로맨틱코미디 특유의 발랄하고 사랑스런 매력이 작품 전반에 깔려 있지만, 이를 풀어가는 방식이나 코믹 코드 면에서도 한국과는 미묘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혜림(왼쪽)은 첫 연기에 도전해 비교적 무난한 연기력을 선보였다. ⓒ 케이알씨지
문제는 이를 극복해낼 만한 보편적인 정서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정서적 차이를 차치하더라도 이야기의 개연성이나 캐릭터의 감정 변화가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다.
애초부터 별자리 궁합에 집착하는 여성이나 지진희와 혜림을 부녀로 등장하는 설정에서 예감된 문제긴 하지만, 비현실적인 우연들이 지나칠 정도로 반복되면서 실소를 자아낸다. 때문에 작품이 진행될수록 이들의 사랑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에 대한 궁금증은 오히려 소멸돼간다.
또 화질이 썩 좋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TV 드라마조차 고화질에 익숙한 한국 관객들이라면 영화를 보는 내내 답답함을 느낄 것이 분명하다. 흔히 로맨틱 코미디 영화들은 아름다운 풍경과 영상미를 통해 낭만적인 분위기를 극대화하는 게 특징인데, 이 작품에선 그러한 노력의 흔적을 찾아보긴 어려웠다.
일부 더빙으로 이루어진 지진희의 중국어 연기도 아쉬움을 남긴다. '나쁜놈은 죽는다'에서 보여준 진백림의 한국어 연기를 생각하면, 더빙으로 보완한 점은 현명한 선택이다. 하지만 이 또한 작품의 완성도에 흠집을 남긴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2년 전 촬영된 작품이라 원더걸스 혜림의 풋풋하고 앳된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 정도다. 한국어와 중국어 모두 능숙한 혜림은 비교적 무난한 연기로 성장 가능성을 보여준다.
앞서 언급한대로 한국보다는 중국 시장을 겨냥한 작품인 만큼 지진희, 혜림보다는 진의함과 진학동의 매력이 더 부각된 작품이다.
특히 진의함은 귀엽고 청순한 매력을 십분 발휘한다. 중국의 떠오르는 청춘스타 진학동이 혜림과 우여곡절 결혼 골인 스토리를 펼칠 남자친구 역으로 분해 상큼한 커플 연기를 선보이며 기대감을 더한다. 두 배우의 매력을 중심으로 가볍게 보고 즐기기엔 무리가 없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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