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태현 "전지현 없는 '엽기녀', 욕 먹을 각오"

부수정 기자

입력 2016.05.12 07:43  수정 2016.05.12 07:57

'엽기적인 그녀2'로 15년 만에 견우 역

에프엑스 중국인 멤버 빅토리아와 호흡

배우 차태현은 영화 '엽기적인 그녀2'로 15년 만에 견우 역을 맡았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이렇게 고민한 적은 처음이에요. 이 정도로 고민하면서까지 해야 하나 싶었어요. 제가 잃으면 잃었지, 얻을 게 뭐가 있겠어요? 하하."

15년 만에 견우로 돌아온 차태현(40)은 모든 걸 해탈한 모습이었다. 그가 출연한 '엽기적인 그녀2'(감독 조근식·12일 개봉)는 그녀 역의 전지현 대신 걸그룹 에프엑스 중국인 멤버 빅토리아를 내세웠다.

전작 팬들의 반발은 거셌다. 전지현 없는 엽기적인 그녀는 없거니와, 한국어에 서툰 걸그룹 출신 연기자를 내세웠다는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전지현을 비구니 설정으로 한 건 전작에 대한 예의를 저버렸다는 비판이 일었다.

10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차태현은 "욕 많이 먹을 걸 예상했다"며 "전편에 대한 부담은 전혀 없다. 다만, 전지현 씨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걱정과 부담이 있다"고 했다.

'엽기적인 그녀2'에 출연하기까지 고민한 흔적들이 그의 입에서 나왔다.

배우 차태현은 영화 '엽기적인 그녀2'에서 견우 역을 맡아 빅토리아와 호흡을 맞췄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그녀를 살리고 싶어서 비구니 설정을 만들었다는데 솔직히 이해할 수 없었어요. 전지현 씨의 부재는 제게 큰 문제로 다가왔어요. 전작에서는 전지현 씨가 120% 이상을 보여줬기 때문에 빨리 개봉했으면 했답니다. 이번 편을 찍으면서 전지현 씨에게 미안했어요. 많은 고민 끝에 작품을 선택했습니다. 예전엔 시나리오만 보고 영화를 선택했다면 이제는 여러 가지 이유를 고려하고 영화를 결정해요. 저 혼자만의 작업은 아니니까요."

그러면서 "속편을 나, 전지현 씨가 아닌 다른 사람이 했어도 상관없을 것이다. 아마 지금보단 욕을 덜 먹지 않을까?"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욕먹을 각오를 하면서까지 '엽기적인 그녀2'를 선택한 차태현은 "견우를 다시 보고 싶은 이유가 가장 컸다"고 했다.

"좋은 원작을 풍부하게 각색하면 공감 가는 이야기가 될 듯했어요. 직장 생활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그렇죠. 전편이 그녀 이야기라면 이번 편은 견우 이야기예요. 견우를 둘러싼 여러 상황, 견우가 난관을 헤쳐 나가는 모습들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전편과의 비교는 피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한 그는 "관객들이 두 시간 동안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한다"며 "특히 배성우 형과 붙는 장면은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관전 포인트를 전했다.

"전편이 너무 크게 성공해서 큰 영화처럼 보이는 것 같은데 전편은 규모가 작아요. 속편도 그렇고요. 제작사에서 그냥 두기 아까운 콘텐츠라고 생각해서 속편을 만들었답니다. 지현이가 안 나오는 상황에서 2시간 동안 관객들을 재밌게 만드는 게 가장 큰 고민이었죠. 애드리브도 가장 많이 시도했고요."

배우 차태현은 영화 '엽기적인 그녀2'에 출연하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다고 토로했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전편은 숱한 명장면, 명대사를 탄생시켰다. 이번 편은 어떨까. 차태현은 "음...전편에 비해선 정말 많은 차이가 난다"고 웃은 뒤 "배성우 형과 만든 장면은 기억에 남을 정도로 재밌었다"고 했다.

'엽기적인 그녀2'는 한국과 중국의 합작 프로젝트로 진행됐다. 중국인 빅토리아를 비롯해 일본인 후지이 미나도 나온다.

차태현은 "두 배우가 한국어로 연기하는 걸 보고 대단하다고 느꼈다"며 "내가 만약 '빅토리아와 후지이 미나였다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생각도 들 만큼 두 배우의 열정이 대단했다"고 했다.

차태현은 또 "한·중 합작 프로젝트로 찍었는데 다음에 이런 프로젝트를 또 한다면 나라마다 버전을 다르게 찍는 것도 방법인 듯하다"며 "이번 영화를 통해 배웠다"고 말했다.

영화는 흥행 중인 '캡틴 아메리카:시빌워'를 피해 개봉을 일주일 뒤로 미뤘다. 그는 "히어로 열 두명이 나오는데 어쩌겠냐"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렸을 땐 치기 어린 마음에 '해봅시다' 했을 텐데 이번은 아니에요. 여러 사람이 관련된 작업이라 제 자존심 따위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하하. 사실 전 극장이 있는 배급사와 일해본 적 없어서 이런 상황을 이해합니다. 아예 뒤로 밀리다면 뭐라고 얘기했을 테지만 일주일 뒤면 뭐...정면대결보다 더 낫죠(웃음)."

KBS2 '해피선데이-1박2일'에 출연 중인 그는 시사회 직후 "예능에 너무 출연해서 인지 견우를 보고 내 모습이 떠오른다"고 했다.

배우 차태현은 영화 '엽기적인 그녀2'에 대해 "전편에 대한 부담은 없고, 전지현의 부재가 가장 큰 부담"이라고 했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견우는 저와 정말 비슷해요. 제가 지금까지 한 역할 대부분이 제 모습과 닮았고요. 대중이 절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걸 좋아해요. 여기에 장, 단점이 있는 거죠. 자연스럽지만 비슷하고 식상하다는 거. 개인적으로는 오랜만에 견우를 만나서 재밌게 찍었어요. 찍기 전과 후엔 많이 고민했지만. 영화를 처음 봤을 땐 '차태현'이란 아이가 있었어요. 아내에게 물어봤더니 아니라고 하더군요. 제 눈에만 보인 것 같아요."

배우이면서도 예능을 오랫동안 할 수 있었던 비결을 묻자 "맡아온 캐릭터가 '1박2일' 속 내 이미지와 비슷한 덕분"이라며 "스릴러 작품도 많이 들어오긴 하는데 아직 마음에 든 작품은 없다"고 했다.

차태현은 첫사랑 아내와 결혼한 순정파 남편으로도 유명하다. 여성 팬들의 판타지를 자극하는 부분이다. "멋진 남편이라는 포장이 과하게 됐죠. 첫사랑과 결혼한 게 이렇게까지 기사화될지 몰랐죠. 아내는 이런 부분을 무서워해요. 아내에게 영화 인터뷰할 때 안 좋은 기사 쏟아질 거라고 걱정말라고 했죠. 하하."

아빠 차태현은 어떤 모습이냐고 물었더니 "집안일을 잘 안 하는 대신 애를 본다"며 "애 보는 게 너무 힘들다"고 웃었다.

개구쟁이 소년 같은 차태현은 친근한 이미지다. '1박2일'은 그런 그의 모습을 극대화시켰다. 무려 5년째 '1박2일'을 하고 있는 차태현은 한국기업평판연구소 예능 방송인 브랜드평판 5월 조사에서 유재석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2'에 출연한 차태현은 "공감 포인트가 있는 영화이니 재밌게 봐달라"고 당부했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어휴, 유느님은 못 이기죠. 이겨도 골치 아파. 네가 뭔데 그렇겠죠? 흐흐. 예전엔 배우와 예능인 사이에서 혼란스러웠는데 어제 생각을 정리했어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자고. 변신에 대한 생각은 언제든지 있으니 배우로서의 도전도 기대해주세요."

영화 홍보차 중국 후난위성TV 예능프로그램 '쾌락대본영'에 출연하기도 한 차태현은 "중국 예능 측에서 섭외가 들어오면 잠깐씩 하는 것도 괜찮은 듯하다"며 "'쾌락대본영'에서 '한국에서 온 리액션의 왕'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차태현은 대세 송중기, 박보검과 같은 소속사 식구다. 세 배우는 절친한 사이. 후배인 송중기와 박보검은 차태현 같은 사람, 선배가 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트리플' 봤을 때 중기가 너무 잘해서 잘될 것 같았어요. 중기가 '태양의 후예'로 뜨기 전에 보검이가 '응팔'로 떴는데 연예계 생활 20년 하면서 이런 경험은 처음입니다. 한 회사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배우가 두 명이나 나왔고, 인기를 번갈아 가면서 누리는 걸 보고 참 신기했죠(웃음)."

마지막으로 "개봉 전부터 욕을 많이 먹고 있다"는 말을 재차 강조한 차태현은 "공감할 수 있는 웃음 포인트가 있으니 재밌게만 봐주셨으면 한다"고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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