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대통령 남자’ 윤상현-이재오의 다른 미래?

고수정 기자

입력 2016.03.17 05:30  수정 2016.03.17 05:33

‘읍참마속’ 윤상현, 불출마해도 구제될 가능성

‘고령’ 이재오, 낙선 시 재기 쉽지 않다는 분석

‘욕설 막말 파문’을 일으킨 친박계 인물인 윤상현 의원의 공천심사 결과가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박근혜써포터즈중앙회를 비롯한 6개 시민사회단체들이 윤상현 의원의 공천 배제를 반대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자료사진)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서울 은평을)이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한 가운데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이재오 의원의 지지자들이 공천배제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자료사진) ⓒ데일리안

전·현직 대통령의 남자들이 ‘추풍낙엽’ 신세가 됐다. 새누리당 내 ‘박근혜의 남자’로 불리는 윤상현 의원과 ‘이명박의 남자’로 불리는 이재오 의원이다. 두 사람은 나란히 공천에서 탈락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하지만 두 사람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르다. 현재 정치적 입지와 당내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김무성 대표를 겨냥한 막말 파문으로 논란을 일으킨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윤 의원과 친이(친이명박)계 좌장인 이 의원은 15일 나란히 컷오프됐다. 윤 의원이 단수 신청한 인천 남구을에는 현재 후보가 없는 상황이며, 이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은평구을에는 유재길 후보가 본선에 진출했다.

두 사람의 컷오프 이유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인천 맹주’로 불리고 있는 윤 의원을 그대로 뒀다간 총선의 핵심 승부처인 수도권 표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전날 “국회의원으로서 품위가 의심되는 사람은 국민에 내놓기 전에 우리가 걸러야 한다”라고 발언하면서 윤 의원의 공천 배제설이 돌았다.

특히 집권 4년 차를 맞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부담이 갈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윤 의원은 사석에서 박 대통령을 ‘누나’라고 부를 정도로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윤 의원의 컷오프 배경에는 박 대통령과의 사전 교감이 있었다는 말도 나온다.

이 의원은 친이계 좌장으로 대표적인 비박계로 분류된다. 박 대통령은 물론 친박계와 사사건건 각을 세워왔으며, 윤 의원의 막말 파문에 대해서도 공식 석상에서 “소위 실세라는 사람이 험한 말까지 섞어가며 공당의 대표를 솎아내라고 말한다는 것은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친박계의 공천 관여론을 펼쳤다.

또한 이 의원은 이 위원장이 앞서 밝힌 ‘고령의 다선 의원’ 등의 심사 기준에 해당돼 살생부에 꾸준히 언급돼 왔다. 이 위원장을 앞세운 친박계는 그에게 경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두 의원이 ‘낙천 동지’가 됐지만, 정치적 행보는 갈림길에 섰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전·현직 대통령의 남자라는 ‘뒷배경’이 그 이유다.

윤 의원은 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통한다. 그는 2002년 대선 때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에서 이회창 후보 정책특보를 맡으며 정계와 인연을 맺었다.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때는 박근혜 캠프 조직기획단장을, 2012년 대선에선 박근혜 캠프 공보단장을 맡으며 ‘박근혜의 남자’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에는 당 사무총장으로서 7·30 재보궐선거를 진두지휘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윤 의원이 낙천했지만 빠른 시일에 정치적 재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 보는 전망이 우세하다. TK(대구·경북)에서 진박(진실한 친박) 후보들을 살리는 대신 윤 의원이 '논개‘가 됐다는 분위기다.

진박 후보들은 박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로 낙인찍은 유승민 의원의 측근들에게 상대적으로 열세였다. 유 의원의 ‘손발’로 불리는 김희국·류성걸·이종훈 의원 등이 윤 의원과 함께 컷오프 배를 타면서 진박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높여줬다는 것이다. 비박계 의원들 7명도 컷오프됐다. 이 때문에 윤 의원이 다양한 형태로 ‘구제’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16일 본보와 통화에서 “여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아웃시켰다고 봐야 한다. 친박계에서 ‘윤상현이 다 책임질 일은 아니지 않느냐’라는 여론이 나오는 것으로 안다”면서 “윤 의원에게 재보선이든 정부 요직이든 어떠한 형태로든 기회를 줄 것”이라고 봤다.

다만 윤 의원이 무소속 출마도 고려하고 있어 친박계 내부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렇게 될 경우 박 대통령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국정운영에 불똥을 튄다는 우려 때문이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 의원이 무소속 출마할 가능성도 있는데 이 경우 박 대통령에게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겠느냐”라며 “수도권 선거에도 좋지 않을 듯”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윤 의원의 불출마를 전망하는 이도 적지 않다. 이 평론가는 “윤 의원이 무소속 출마하는 길은 스스로 죽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다시 회생할 수 있는 일은 자숙하면서 기회를 엿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장고에 들어간 상태다. 그는 여당의 험지로 꼽히는 지역에서 내리 5선을 지냈고, 지역구 관리에 워낙 정평이 나있던 터라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 의원을 쳐냈다. 이 때문에 비박계 공천 학살의 희생양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그는 무소속 출마를 검토 중이다. 5선의 중진 의원으로서의 중량감으로 여의도에 복귀할 수 있다는 시각이 있지만, 이 역시도 불투명하다. 역대 총선 결과를 볼 때 무소속이라는 깃발로 살아 돌아온 이는 많지 않다.

게다가 이 의원이 70세가 넘는 고령인 탓에 낙선하면 정치적 재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50대인 윤 의원과 전망이 갈리는 이유 중 하나다. 앞서 19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은 공천에서 이 의원의 측근인 진수희·권택기·유정현 의원 등을 모두 탈락시킨 바 있다. 이 의원은 5선 고지를 점령했으나, 그의 측근들은 야인으로 돌아가 현재 정계 복귀를 못하고 있다. 현재는 물론 20대 총선에서도 친박계가 당 주도권을 잡을 확률이 커 비박계인 이 의원이 측근들과 같은 길을 걸을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

여당 상황에 정통한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이 의원의 경우 나이도 있고 다시 일어서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조용히 넘어간다고 하더라도 구제가 될 것 같지도 않다. 무소속 출마 가능성이 크다고 봐야 한다. 이번 기회 놓치면 재기가 힘들지 않겠느냐. 이러나저러나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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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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