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명심보감, 돌변할지 모를 쇼월터 인내심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입력 2016.03.13 08:16  수정 2016.03.13 08:17

김현수 시범경기 첫 안타 때려내며 맘고생 털어

쇼월터 감독, 실력으로만 평가하는 냉철함

김현수가 쇼월터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지금의 부진을 떨쳐야 한다. ⓒ 연합뉴스

볼티모어 김현수가 시범경기 마수걸이 안타를 뽑아내며 그동안의 맘고생을 털어냈다.

김현수는 11일(한국시간) 에드 스미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의 시범경기서 6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 사구 1개를 기록했다.

시범경기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여전히 부진한 성적을 유지 중이지만 일단 김현수는 벅 쇼월터 감독의 올 시즌 구상에 포함되어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쇼월터 감독은 자칫 긴 슬럼프에 빠질 수 있었던 김현수를 위해 아낌없는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실제로 쇼월터 감독은 김현수의 무안타 행진이 계속될 당시 “빠른 볼을 너무 의식하다 보니 배트가 먼저 나가게 되고, 이로 인해 변화구 대처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라며 지적했다.

여기에 부진 탈출을 위해 선수 멘탈 관리에도 적극적이었다. “김현수가 범타에 그쳤을 때 한국 미디어들이 달려들어 질문한다. 물론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꼬집은 것이 대표적이다.

쇼월터 감독이 김현수를 신뢰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가 가진 능력치가 올 시즌 볼티모어 성적 반등의 중요한 열쇠이기 때문이다. 볼티모어는 홈런왕 출신 크리스 데이비스를 필두로 거포 위주의 타선이 인상적인 팀이다.

하지만 약점도 분명하다. 라인업이 우타자 중심인 데다 외야수 기근에도 시달리고 있어 좌타 외야수인 김현수가 안성맞춤일 수 있다. 김현수의 강점은 뭐니 뭐니 해도 정확성을 앞세운 타격이다. KBO리그 시절 통산 삼진(501개)보다 볼넷이 597개로 더 많다. 뛰어난 타격은 물론 선구안까지 갖춘 그에게 700만 달러의 거금을 투자한 이유다.

물론 쇼월터 감독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서는 곤란하다. 그는 메이저리그 감독들 중 냉정하기로 소문난 사령탑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 선수들과의 인연도 썩 좋지 않은 편이다.

메이저리그를 오랫동안 본 야구팬들에게 쇼월터 감독하면 낯익은 장면 하나가 있다. 바로 텍사스 시절 박찬호와의 악연이다. 당시 5년간 6500만 달러의 잭팟을 터뜨리고 텍사스에 입성한 박찬호는 개막전 선발 투수로 나서는 등 팀의 에이스 중책을 맡았으나 부상 등의 불운이 겹치며 실패한 계약이 되고 말았다.

급기야 박찬호가 경기 초반부터 난타를 당하거나 볼넷을 남발하며 고전하는 모습을 보이면 어김없이 더그아웃에서 뛰어나오는 이가 있었다. 바로 쇼월터 감독이었다. 당시 쇼월터 감독은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별다른 대화 없이 곧바로 투수교체를 지시하곤 했다. 물론 쇼월터 감독은 한때 박찬호에 대해 "인품과 존재감, 인내심 등 3P를 두루 갖춘 선수"고 칭찬하기도 했지만 어디까지나 립서비스였다.

2014시즌 볼티모어에 입성했던 윤석민도 마찬가지였다. 스프링캠프서 인상적이지 못한 모습을 보인 윤석민은 아예 쇼월터 감독 머릿속에서 지워지고 말았다. 급기야 9월 로스터 확장 때에도 윤석민을 철저하게 외면했고, 결국 한 시즌 만에 결별 수순을 밟고 말았다.

쇼월터 감독은 지금까지 김현수는 물론 선수에 대해 언급할 때마다 쓴 소리 대신 걱정 어린 조언으로 힘을 북돋아 주는 스타일이다. 다만 기량이 자신의 기준에 맞지 않는다면 냉정하게 내치기도 한다. 과연 김현수와 쇼월터 감독의 궁합은 어떻게 전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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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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