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잘알' 네빌 판할꼴, 진정한 멘탈왕?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입력 2016.02.12 11:31  수정 2016.02.13 11:58

네빌, 해설가 시절 맨유 판할 등에게 독설 작렬

발렌시아 감독 선임 후 판할 보다 못한 성적으로 궁지

네빌은 얼마 전까지 자신이 그토록 조롱하던 판 할 감독과 판에 박은 듯 똑같은 처지가 되고 만 것이다. ⓒ 게티이미지

‘정신 승리’라는 표현이 있다.

좋지 않은 상황을 부정하거나 혹은 자기 혼자만 좋은 상황으로 치부해 스스로의 정신적 위안을 추구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물론 혼자만의 관점이긴 하지만 이런 방식에 익숙해지면 어떤 불리한 상황에서도 주눅 들지 않을 만큼의 ‘멘탈왕’으로 거듭날 수도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루이스 판 할 감독과 발렌시아 게리 네빌 감독은 그런 면에서 동병상련의 처지에 놓여있다. 맨유의 과거(레전드 선수)와 현재(감독)라는 연결 고리로 묶여있는 둘은 올 시즌 자신이 이끌고 있는 팀의 성적 부진으로 안팎에서 뭇매를 맞고 있다.

부진에 대한 계속되는 비판과 경질론에서도 시종일관 현실을 부정하고 당당한 정신승리 경향을 보인다는 것도 닮은꼴이다.

공교롭게도 '축잘알' 네빌은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판 할을 공격하는 위치에 있었다. 영국 축구 방송의 해설위원으로 활약하던 네빌은 자신의 친정팀 맨유의 부진을 놓고 판 할 감독의 용병술과 리더십에 대해 여러 차례 혹독한 비판을 가했다.

“오늘 판 할의 경기는 역사상 최악이었다”, “맨유가 전통적인 색깔을 잃고 지루한 축구가 됐다” 등 거칠게 뱉었다. 네빌 발언에 판 할 감독은 공개석상에서 “팀 사정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무책임한 발언을 한다”며 불쾌한 심기를 드러냈다.

네빌은 비단 맨유 뿐만 아니라 여러 팀에 대해 거침없는 독설을 날리며 ‘감독 킬러’ ‘모두까기 인형’으로 등극하기도 했다. 하지만 네빌이 올 시즌 발렌시아의 감독으로 갑작스럽게 선임되며 상황이 바뀌었다. 이전까지 해설자 위치에서 다른 감독과 선수들을 평가하는 입장이었던 네빌이 같은 위치에서 평가를 받아야하는 입장이 되어버린 것이다.

입담만큼 현장에서의 지도력도 출중했으면 좋았겠지만 유감스럽게도 네빌은 그렇지 못했다. 네빌이 이끄는 발렌시아는 감독 교체 이후에도 리그 12경기 연속 무승에 그치며 극심한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왕컵대회에서는 준결승까지 올랐으나 바르셀로나에 1차전에서 0-7 참패를 당했다.

불과 두 달 전만해도 반신반의하면서도 네빌의 선임을 기대 섞인 눈으로 바라보던 발렌시아 팬들의 분노는 폭발할 수밖에 없었다. 네빌은 발렌시아 사령탑 부임 2개월도 안되어 경질설에 시달리고 있다. 얼마 전까지 자신이 그토록 조롱하던 판 할 감독과 판에 박은 듯 똑같은 처지가 되고 만 것이다.

한편, 판 할 감독의 처지도 별로 달라진 것은 없다. 맨유는 올 시즌 우승은커녕 챔피언스리그 출전권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며 영국 언론에서는 끊임없이 판 할의 경질과 주제 무리뉴의 부임설을 거론하며 판 할을 압박하고 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는 것은 판 할과 네빌의 공통점이다. 판 할 감독은 이미 지난해부터 계속된 경질설에 굴하지 않고 영국 언론과 끊임없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네빌 감독도 여전히 물러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팬들의 성원이 더 절실하다”고 말한다. 진정한 멘탈왕의 경지로 향하고 있다고 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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