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이 지난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공천특위가 가니 공관위(공천관리위원회)가 왔다'
20대 총선에서 적용될 새누리당 공천 룰이 확정된 가운데 이제는 당 후보로 각 지역에 나설 인물을 결정할 공관위가 구성될 차례다. 예전 공심위(공관심사위원회)라는 이름으로 공천에 지대한 영향을 줬던 전례를 볼 때 이번 공관위는 공천특위 구성 당시와 마찬가지로 계파 간 갈등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25일 당 지도부에 따르면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 서청원 이인제 김태호 김을동 이정현 최고위원,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전날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겸한 회동을 갖고 공관위를 이번주 내에 구성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후 처음 열린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자연스레 이에 대한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지도부는 비공개 회의에서 큰 틀에서 공관위 구성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았으나 구체적인 인사 계획에 대해서는 정해진 게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최고위 이후 기자들과 만나 "아직 결정 안 했다. 정해진 바 없다"고 짧게 답했고 원 원내대표도 "자연스럽게 공관위 얘기가 나와 구성하기로 결정했다"면서도 인사 계획에 대해선 "아직 제가 말씀드릴 수가 없다"고 함구했다.
서 최고위원 역시 "하루, 이틀 상의 할 것이다. 상의가 충분히 안 끝났다"며 "아직 (내부 인사가 될지 외부 인사로 할지) 그런 것도 충분히 의논하지 않았기 때문에 의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주 내로 공관위 인선이 마무리 되면 다음 달부터 공천 신청을 받고 3월 중순까지는 지역구 공천을 마무리해 후보가 확정될 전망이다. 공관위원들은 각 최고위원들이 고루 추천해 10명 안팎으로 구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관위가 구성되면 앞서 공천특위에서 정해진 공천 룰을 바탕으로 후보를 결정하는 데 있어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18대 총선을 앞두고서는 공심위가 친이계의 주도로 '친박 학살'을 단행했고 지난 총선에서는 반대로 친박계가 주도해 사실상 '친이 학살'을 이끌었다.
이로 인해 두 번이나 공천에서 탈락한 김 대표가 상향식 공천을 주도하며 공관위의 영향력을 축소하려 하고 있지만 이번에도 역시 공관위의 역할은 무시하지 못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해진 공천 룰에 따르면 공관위 결정에 따라 특수지역은 100% 국민 여론조사로 후보를 결정할 수 있다.
또한 공천 부적격자(본회의·상임위·의총 출석 상황 등)를 공관위가 결정할 수 있으며 국민참여선거인단 대회 방식도 마찬가지로 공관위가 정한다. 이 때문에 당 내에서는 '심사'라는 단어가 '관리'라는 단어로 바뀐 것 뿐 여전히 공관위의 권한은 중요할 것이라는 의견이 팽배한 상태다.
이렇다보니 공관위 위원장 선임을 놓고 친박계와 비박계의 치열한 줄다리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서 최고위원으로 대표되는 친박계와 김 대표가 중심인 비박계는 앞서 공천특위 위원장을 놓고서도 충돌했고 결국 특위 구성 이야기가 나온지 3개월 가까운 시간을 보내고서야 황진하 사무총장으로 결정했다. 더군다나 이번엔 '친박 핵심' 최경환 의원이 비박계를 향해 강한 압박을 가할 가능성도 점쳐져 더욱 혼탁 양상을 띨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위원장 자리를 놓고 친박계가 4선의 이한구 전 원내대표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교사'로도 통하는 이 전 원 원내대표는 지난해 초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반면 비박계에서는 이 전 원내대표가 오를 경우 자신들의 입지가 줄어들 것을 우려해 6선의 강창희 전 국회의장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강창희 카드는 관철되지 못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서 최고위원 등 친박계는 강 전 의장이 18대 총선을 앞두고 공천심사위원을 맡았을 때 친박계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경험을 두고 강하게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비박계가 이석연 전 법제처장과 김능환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 김황식 전 국무총리 등 외부인사 쪽으로 눈길을 돌릴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공관위의 실무를 담당할 공관위원들은 각 최고위원들이 고루 추천해 10명 안팎으로 구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재 최고위원의 절반 이상을 친박계가 장악하고 있어 비박계의 반발에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단 비박의 황 총장과 홍문표 제1사무부총장은 당연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김 대표는 지난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과거엔 공천심사위원회였지만 이제는 관리위원회"라며 "이미 공천 룰이 확정된 만큼 이에 따라 공관위는 그 룰에 따라 관리만 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바람대로 공관위의 기능이 단지 '관리'에만 미칠 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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