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 김하늘인데 아쉬운 '나를 잊지 말아요'

부수정 기자

입력 2016.01.03 08:35  수정 2016.01.03 10:12

정우성 제작자·주연 나서 1인 2역 소화

이윤정 감독 연출…단편 장편으로 옮겨

배우 정우성과 김하늘이 2016년 감성 멜로 '나를 잊지 말아요'에 출연했다.ⓒCJ엔터테인먼트

"제 실종신고를 하고 싶습니다."

경찰서를 찾은 한 남자. 그가 잃어버린 사람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다.

지난 10년의 세월을 뛰어넘은 남자 석원(정우성). 잘 나가던 변호사였던 그는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10년 동안의 기억을 잃었다. 친구, 가족, 심지어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조차 흐릿하다.

병원을 찾은 석원은 자신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여자 진영(김하늘)을 만난다. 이전에도 스친 진영이 왠지 낯설지 않다. 어느 날 석원은 진영과 또 마주친다. 차가 무서워 자전거를 타는 석원, 그런 석원을 따라오는 진영.

진영은 갑자기 자신의 차에서 내려 석원의 품에 안겨 운다. 왜일까. 도대체 진영은 누구길래 석원만 보면 눈물을 흘리는 걸까.

두 사람은 마치 인연처럼 사랑에 빠진다. 석원은 진영이 어떤 여자인지도 모르지만 그녀와 함께하며 소소한 행복을 느낀다. 비 오는 날 다짜고짜 집에 불쑥 찾아와 "같이 살자"는 진영의 제안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 석원은 진영에게 무슨 일을 하는지, 과거엔 어떤 사람이었는지도 묻지 않는다. 현재의 진영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준다.

진영은 10년 전 과거에 머물러 있는 석원을 담담히 지켜본다. "왜 기억을 못 하느냐"고 다그치지도 않는다. 스마트폰에 놀라고 김연아, 류현진도 모르는 이 남자가 사랑스럽다.

사랑이 항상 순탄치 않듯, 두 사람도 위기를 맞는다. 석원이 조금씩 과거의 거억을 떠올리면서 진영은 불안해한다. 기억을 되살리려 애쓰는 석원에게 진영은 "그렇게 하면 기억이 돌아올 것 같아?"라고 쏘아붙인다.

배우 정우성과 김하늘이 2016년 감성 멜로 '나를 잊지 말아요'에서 연인으로 호흡을 맞췄다.ⓒCJ엔터테인먼트

진영의 친구는 석원에게 "진영이에 대해 모르는 게 많다"고 안타까워하고, 석원의 친구는 "진영에게 이제 모든 걸 털어놓으라"고 재촉한다. 진영과 석원은 과거 어떤 사이였고, 또 두 사람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나를 잊지 말아요'는 기억과 사랑에 대한 영화다. 교통사고 후 10년간의 기억을 잃어버린 채 깨어난 석원과 그 앞에 나타난 비밀스러운 여자 진영의 새로운 사랑을 그렸다.

이윤정 감독의 장편 첫 데뷔작으로 동명의 단편을 원작으로 했다. 단편은 2011년 미장센단편영화제에서 '사랑에 짧은 필름' 경쟁 부문에 선정된 바 있다.

정우성과 김하늘이 출연한다는 소식에 촬영 전부터 화제가 됐다. 정우성은 이 영화의 제작자로 나서 영화를 이끌었다. 제작사(주)더블유팩토리는 정우성의 영문 이름 이니셜에서 따왔다.

정우성은 "기성 제작자들은 이 영화가 지닌 독특함을 불편하게 생각했다"며 "영화의 개성을 살리고자 제작에 참여하게 됐다"고 전했다.

정우성의 말마따나 '나를 잊지 말아요'는 그간 흔히 봐왔던 멜로가 아니다. 감성 멜로에 미스터리 요소를 녹여냈다. 마냥 달콤하거나 질질 짜는 단순한 멜로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독특한 소재와 시도, 영화의 메시지는 칭찬할 만하다. 견딜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러운 상처를 지닌 남녀가 서로를 치유하는 모습, 기억을 잃은 남자의 외로움, 그 남자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한 여자의 진심이 와 닿는다.

영화는 석원과 진영의 숨겨진 비밀을 끌고 가다 후반부에 반전을 터뜨린다. 그런데 이 과정이 매끄럽지 않다.

정우성 김하늘 주연의 '나를 잊지 말아요'는 교통사고 후 10년간의 기억을 잃어버린 채 깨어난 석원과 그 앞에 나타난 비밀스러운 여자 진영의 새로운 사랑을 그렸다.ⓒCJ엔터테인먼트

미스터리 요소 때문인지 인물을 설명하는 과정이 불친절하다. 풀릴 듯 말 듯, 알 듯 모를 듯한 복선과 힌트가 곳곳에 숨어 있으나 선뜻 수긍이 가지 않는다.

사랑에 빠졌다가 싸우고 울고, 결국에 해피엔딩으로 귀결되는 전개에 익숙한 관객에겐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지점이다. 석원과 진영의 감정이 섬세하고 깊게 표현되지 않아 공감의 폭이 좁다. 마음을 울리는 감동과 여운도 부족하다.

김여사(장영남) 사건을 활용해 석원과 진영을 보여주는 부분은 생뚱맞게 느껴져 아쉽다. 굳이 이 사건이 필요했는지도 의문이다.

만듦새는 아쉽지만 정우성 김하늘의 연인 케미스트리(배우 간 호흡)는 빛난다.

마흔 살을 훌쩍 넘은 정우성은 여전히 멋있다. 기억을 잃은 한 남자의 모습을 특유의 깊은 눈빛으로 소화했다. 5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김하늘은 미모, 연기력이 물이 올랐다. 김하늘의 눈물엔 관객의 가슴을 건드리는 묘한 힘이 있다.

정우성은 "상처를 지닌 남녀가 서로를 이해하는 영화"라고 했고, 김하늘은 "영화를 통해 더 열심히 살아가고 내면적으로 성숙해져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기억을 잃어버린 남자와, 그 남자를 기억하려는 여자의 사랑을 통해 우리는 연약하지만 강하다는 걸 얘길 하고 싶었다"며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기억한다는 게 얼마나 대단하고 애틋한 일인지 알리고 싶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1월 7일 개봉. 15세 관람가. 상영시간 1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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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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