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31일 지상파 3사 연기의 신 선정
KBS 시청률 부진 고민…MBC·SBS 박빙
한 해를 마감하는 시상식 시즌이 돌아왔다.
공동 수상, 나눠주기식 시상이 이어지면서 '그들만의 잔치'라는 비판도 있지만 방송사 연말 시상식은 여전히 시청자의 관심사다. 특히 '시상식의 꽃' 연기대상은 한 해 동안 시청자들을 울리고 웃겼던 작품과 배우들을 한눈에 담는 자리라 매번 화제가 된다.
지상파 3사는 늘 그렇듯 "올해는 공동 수상을 없애고 공정한 시상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과연 누가, 어떤 작품이 대상 트로피를 품에 안을까.
올해 대상 경쟁이 가장 치열한 방송사는 SBS다. '펀치', '용팔이, '애인있어요', '육룡이 나르샤' 등 시청률과 화제성에서 성공한 작품을 많이 내놓았다.
MBC는 지성, 황정음, 그리고 전인화의 삼파전이다. KBS는 주말극을 제외하곤 주중 드라마에서 시청률 부진에 허덕이면서 수상자 배출에 고민하는 모양새다.
가장 먼저 스타트를 끊을 방송사는 MBC(30일 오후 8시55분)다. KBS와 SBS는 31일 오후 8시30분, 8시55분에 각각 열린다. 방송사별로 유력한 대상 후보들을 살펴보자.
MBC 지성·황정음·전인화 팽팽한 대결
우선 MBC는 '지성이면 정음' 커플, 지성-황정음이 대상 후보로 꼽힌다. 올 초 종영한 '킬미, 힐미'에서 두 번째 호흡을 맞춘 두 사람은 KBS2 '비밀'에 이어 또 찰떡궁합을 이뤄냈다. 시청률은 10% 미만이었지만 화제성만은 단연 최고였다.
드라마의 중심에는 다중인격 캐릭터 차도현 역을 맡은 지성이 있다. 무려 7개의 인격을 소화한 지성은 페리박, 신세기, 안요나, 미스터 엑스 등 가지각색의 캐릭터를 신들린 연기력으로 표현했다.
캐릭터를 생생하게 보여준 탓일까. 지성은 17세 여고생 안요나로 분했을 때 바른 틴트를 완판 시키며 남자 배우 최초로 '틴트 완판남'이 됐다.
특히 지성은 비슷한 소재로, 같은 시간대 방송한 현빈 한지민 주연의 '하이드 지킬, 나'를 보란 듯이 꺾으며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단순히 이름값이 아닌 그의 연기력으로 이뤄낸 값진 성과였다.
올해를 빛낸 최고 탤런트(한국갤럽 조사)로 선정된 황정음은 '킬미, 힐미'에 이어 올가을 방송한 '그녀는 예뻤다'에서 훨훨 날았다. 주근깨 폭탄머리 '못생긴' 김혜진으로 분한 그녀는 온몸을 불사르는 코믹 연기로 폭소와 연민을 자아냈다.
경쟁작 '용팔이' 인기에도 고정 시청자를 확보한 건 여주인공 황정음 덕이다. 여느 여배우라면 피했을 '못난이' 캐릭터를, 이 용감한 여배우는 거리낌 없이 받아들였다. 황정음을 비롯해 박서준, 최시원, 고준희 등 몸에 꼭 맞는 캐릭터를 만난 배우들, 그리고 탄탄한 대본 덕분에 드라마는 15%를 돌파하며 수목극 정상을 차지했다.
주말극 '내딸, 금사월'의 전인화를 빼놓으면 서운하다. 김순옥 작가의 이 드라마에서 전인화는 답답한 고구마 캐릭터 금사월(백진희)을 위해 고군부툰하는 신득예 역을 맡았다. 딸 사월이가 위험에 처할 때마다 '뿅' 하고 나타나 모든 일을 해결해주는 모습에 '득예 신(神)'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전인화의 탄탄한 연기력뿐만 아니라 세월을 비켜간 듯한 미모, 스타일도 볼거리다. 막장이라는 비판에도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건 전인화의 존재감 덕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KBS '프로듀사' 김수현 vs '착하지 않은 여자들' 김혜자
올해 KBS는 우울한 분위기다. 주중 미니시리즈에서 10%를 넘긴 드라마를 찾아보기 힘들 뿐만 아니라 5% 미만대 성적표를 받아든 작품도 있기 때문.
몇 안되는 흥행작 중 대상 후보로 가장 먼저 오른 이는 김수현이다. '별에서 온 그대' 이후 박지은 작가와 다시 만난 김수현은 어리바리신인 PD 백승찬으로 분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KBS 예능국이 처음으로 만든 이 드라마는 시청률 10% 후반대를 기록하며 시청률과 화제성 면에서 큰 성과를 냈다.
김수현을 비롯해 차태현, 공효진, 아이유 등 톱스타 캐스팅을 자랑한다. 이들 중 김수현은 단연 독보적이었다. 실수 연발이지만 진중하면서도 귀여운 캐릭터를 김수현 특유의 독특한 매력으로 소화했다.
드라마는 애초 예능국의 일상을 파헤치겠다는 의도를 벗어나 '기승전연애'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어쨌든 김수현 효과는 톡톡히 봤다.
중년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선 채시라와 김혜자가 버티고 있다. 짜임새 있는 이야기로 호평을 받은 이 드라마엔 그 흔한 톱스타, 아이돌도 없다. 연기 잘하는 배우들만 있을 뿐. 오랜만에 안방으로 돌아온 채시라와 '국민엄마' 김혜자의 명연기를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장사의 신-객주2015'의 장혁과 '별난 며느리', '부탁해요 엄마'에 출연한 고두심도 대상 후보로 거론된다.
SBS '용팔이' 주원 vs '애인있어요' 김현주
SBS는 흥행작이 꽤 많아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우선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용팔이'의 주원이 대상 1순위다. 상대 역 김태희가 누워 있을 때 홀로 극을 이끈 주원은 어린 나이에도 준수한 연기력으로 극을 책임졌다. 극 후반부로 갈수록 이야기와 전개가 허술해 비판을 받았으나 주원의 원맨쇼는 빛났다.
'애인있어요'의 김현주는 도해강(기억 잃기 전·후), 독고용기, 독고온기 등 1인 4역을 맡아 20년 연기 경력을 뽐냈다. 시청률은 10% 미만이지만 반응은 뜨거웠다. "김현주에게 연기대상을 줘야 한다"는 글이 이어질 정도. 김현주와 '심장 폭행남' 지진희의 케미스트리(배우 간 호흡) 역시 빛난다.
박경수 작가의 권력 3부작 '펀치'의 김래원과 조재현도 주목할 만하다. 김래원과 조재현이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는 연기가 일품이었다. 박 작가의 필력과 만나 배우들의 매끈한 연기는 심장을 쫄깃하게 했다. 시청률, 작품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작품이다.
정성주 작가와 안판석 감독이 만난 '풍문으로 들었소' 또한 화제작이었다. 상류층을 비꼰 블랙 코미디는 유준상 유호정의 걸출한 연기와 어울려 폭소를 자아냈다. 두 사람 외에 조연들 역시 단단해 누구 하나 극에서 빗나가는 배우가 없었다.
현재 월화극 1위를 고수 중인 '육룡이 나르샤'의 김명민, 유아인도 대상 후보로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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