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마술사' 유승호-고아라 비주얼과 신파만

이한철 기자

입력 2015.12.25 10:34  수정 2015.12.25 10:32

유승호 고아라 복귀작 대대적 홍보

빤한 사극 로맨스 전개에 '아쉬움'

'조선마술사'는 유승호가 전역 후 출연한 첫 영화다. ⓒ 롯데 엔터테인먼트

유승호와 고아라의 하이틴 로맨스, 딱 거기까지였다.

영화 '조선마술사'는 조선 최고의 마술사를 둘러싼 사랑과 대결, 운명을 거스르게 되는 로맨스 사극이다. 평안도 최대 유곽 물랑루의 자랑이자 의주의 보배인 조선 최고 마술사 환희(유승호 분)와 청나라 11번째 왕자빈으로 혼례를 치르러 떠나는 청명(고아라 분)의 사랑이 가슴 절절하게 펼쳐진다.

'번지점프를 하다' '혈의 누' '후궁: 제왕의 첩' 등 매 작품마다 섬세한 감정선과 아름다운 영상미를 추구해온 김대승 감독의 신작이다. 전작에 비해 한층 젊고 발랄한 느낌으로 젊은 관객들에게 어필할 만한 작품으로 기대를 모았다.

실제로 '비주얼 커플' 유승호와 고아라의 모습은 관객들을 흐뭇하게 한다. 유승호는 특유의 곱상한 외모에 군 전역 후 늠름해진 모습으로 카리스마를 발산하며 치명적인 매력의 마술사 환희 역을 효과적으로 살려낸다.

고아라 역시 '응답하라 1994'에서 보여준 여동생처럼 귀여우면서 한편으로 지켜주고 싶은 연기의 큰 물줄기를 그대로 보여준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이들이 전작들을 통해 선보인 모습에서 한 발짝 더 진화한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다는 점이다.

고아라는 '조선마술사'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이지 못했다. ⓒ 롯데 엔터테인먼트

환희와 청명은 모든 것을 버리고 도망가고 싶지만, 자신에 의해 목숨이 좌지우지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운명을 받아들이는 인물이다. 환희에게는 자신만 바라보는 남사당패들의 생계가 달려 있고, 청명에겐 더 나아가 조선의 운명이 달려 있다.

영화 전반부엔 이 같은 두 캐릭터를 설명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지만, 좀처럼 관객들의 공감을 얻지 못한다. 게다가 두 사람의 사랑이 무르익는 중반 이후엔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로 변질되고 만다.

무엇보다 유승호와 고아라가 환희와 청명의 캐릭터를 섬세하게 설명해주지 못하다 보니, 지루한 감이 없지 않다. 이들이 사랑에 빠져드는 과정 또한 매끄럽지 못했고, 오히려 후반부 곁가지 사건들이 더해진 뒤에야 영화에 리듬감이 생겼다.

후반부 두 사람의 감정이 최고조로 달할 땐, 관객들의 눈물을 자극하기도 하지만 가슴 깊이 뜨거워지는 느낌은 아니다.

제목에 걸맞은 화려한 마술 또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 물론, 현 시대를 살아가는 관객들에게 조선시대 마술은 그저 초라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단순한 마술도 얼마나 화려하게 꾸며낼 수 있느냐가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다. 하지만 유승호의 멋스러움에만 기댄 마술 연출은 아쉬움을 자아낸다.

조연들의 캐릭터도 크게 두드러지지 못한다. 이경영, 곽도원, 박찰민, 조달환, 조윤희 등 화려한 조연진이 뒤를 받쳤지만 누구 하나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곽도원이 연기하는 청나라 최고의 마술사 귀몰과 환희와 관계, 조윤희가 연기하는 보음과 환희의 관계는 영화를 보는 내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다행스러운 건 간간히 보여주는 미술적 요소, 판타지의 세계로 이끄는 듯한 영상미가 볼 만하다는 점이다.

한편, 언론시사회에 참석한 김대승 감독은 "관객들에게 판타스틱하고 꿈꾸는 듯한 시간을 선사하고 싶었다"고 작품의 변을 남겼다. 하지만 한 작품을 끌고 가기엔 역부족인 주연배우의 연기력과 엉성한 스토리 탓에 관객들의 반응은 크게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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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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