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 '위기극복 3인방' 성과에 '훈장'

박영국 기자

입력 2015.12.16 16:17  수정 2015.12.16 16:21

김창근 의장 유임, 정철길·김영태 부회장 승진

경영공백, 시황악화 등 위기 속 그룹 및 계열사 안정적으로 이끈 공로

왼쪽부터 김창근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정철길 에너지·화학위원장(SK이노베이션 부회장), 김영태 커뮤티케이션위원장(부회장).ⓒSK그룹

최태원 SK 회장이 경영복귀 이후 단행한 첫 임원인사의 핵심은 ‘체제 변화’가 아닌 경영공백과 대내외적 위기 상황에 적절히 대처해온 수펙스추구협의회 수뇌부 및 주력 계열사 수장들에 대한 성과 보상이었다.

그룹 총수가 주도하는 경영체제로의 변화가 아닌, 오히려 수펙스추구협의회 및 각 계열사별 CEO의 역할과 책임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조직개편과 임원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SK그룹은 16일 김창근 의장과 관계사 CEO들이 참석한 가운데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열고 2016년 그룹의 조직개편 및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이날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과 김영태 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의 부회장 승진이다. 또한 그룹 내에서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의 위치였던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계속해서 자리를 지키게 된 것도 중요 포인트다.

이들 세 명은 최태원 회장이 수감 중이던 2년 7개월 간의 경영공백 기간 동안 SK그룹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온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정철길 부회장은 SK C&C 사장 시절 방산비리에 연루돼 검찰 조사를 받는 등 커리어에 타격을 받는 사건이 있었지만 그룹 내 에너지·화학 계열사들을 이끄는 SK이노베이션이 저유가와 공급과잉으로 어려움에 처한 시기에 대표이사를 맡아 위기를 극복하고 실적 회복을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재신임이 됐을 뿐 아니라 부회장 승진이라는 훈장까지 받게 됐다.

김영태 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 역시 그룹 운영 체제의 성공적 안착과 최근 위기극복을 위한 구성원 역량 결집 등의 공로를 인정받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특히 커뮤니케이션위원장이 그룹의 대외 관계를 책임지는 위치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업 이미지 개선을 통해 최 회장의 광복절 특별사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점도 김 부회장의 승진 배경 중 하나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최 회장이 부재중인 상황에서 그룹의 수장 자리를 대행하면서 SK그룹 특유의 지배구조 체제인 ‘따로 또 같이’ 체제를 중심으로 그룹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온 점을 인정받아 계속해서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맡게 됐다.

이들 세 명은 새로 개편된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핵심 멤버의 역할을 하게 된다.

이날 SK그룹은 그동안 6개의 위원회와 1개의 특별위원회로 운영되던 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 위원회를 7개로 재편했다.

재편의 핵심은 기존 전략위원회와 ICT기술·성장특별위원회를 통합해 ‘에너지·화학위원회’와 ‘ICT위원회’ 등 2개의 위원회로 다시 나눈 것이다. 수펙스추구협의회 내에서 그룹의 양대 축인 에너지·화학 분야와 ICT를 담당하는 핵심 위원회의 역할을 하게 된다.

에너지·화학위원회는 이날 승진한 정철길 부회장이, ICT위원회는 기존 임형규 ICT기술·성장특별위원장이 이끌게 된다.

이같은 인사의 방향성은 최태원 회장이 지난 10월 제주 CEO세미나에서 밝힌 ‘수펙스추구협의회의 그룹 컨트롤터워로서의 역할 격상’ 방침과도 일맥상통한다.

당시 최 회장은 “그동안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SK그룹이 흔들림이 없었던 것은 김창근 의장과 각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수펙스추구협의회가 ‘따로 또 같이’ 3.0 체제의 구심점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면서 “따로 또 같이 3.0 체제는 우리가 고민한 지배구조 가운데 현재로서 가장 좋은 답인 것이 분명한 만큼 신념을 갖고 지속적으로 진화·발전시켜 나가자”고 강조한 바 있다.

‘따로 또 같이 3.0’은 각 관계사 CEO 주도의 자율·책임경영을 본격화하고 그룹 차원의 효과적 지원을 위한 수펙스추구협의회의 역할과 전문성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40대 ‘젊은 피’를 대거 수혈하며 ‘세대교체’를 지향한 것도 이번 임원인사의 특징 중 하나다.

올해로 만 44세인 71년생 송진화 사장을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사장에 보임할 정도로 과감한 인사가 이뤄졌다. 지난해 전체 임원승진의 48% 수준이었던 40대 승진자는 올해는 59%까지 높아졌다.

SK그룹 이만우 PR팀장은 “아직 끝나지 않은 위기상황과 불확실한 미래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젊고 유능한 인재를 전진배치하는 세대교체형 인사를 단행했다”면서 “이를 통해 창조적 혁신을 바탕으로 기업가치를 높이고 경제활성화를 위해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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