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국회의장이 19대국회 정기국회 회기가 종료된 10일 국회 접견실에서 정치현안인 선거구 획정 문제와 노동개혁 법안 등 쟁점법안과 관련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국회의장으로서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역대 국회의장 중 최초로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한 정의화 국회의장은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종료된 10일 오후 2시 국회 접견실에 대국민담화를 갖고 단호한 어투로 공전을 거듭하는 선거구획정 문제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그는 "국민의 신성한 권리인 선거권을 침해하고 출마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일을 두고만 볼 수는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의장은 이어 "여야 지도부는 오늘부터 당장 밤을 새워서라도 머리를 맞대고 기준을 마련해서 선거구획정위원회에 (획정안을) 넘겨줘야 한다"며 "이마저 안 한다면 19대 국회는 존재할 이유가 없었던 국회로 최악의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8일 선거구획정과 관련 야당에 정상적 국회 운영을 촉구하는 당부의 말씀을 해달라며 의장실을 찾은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에게 정 의장은 "의장으로서 할 도리는 (다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선거구획정에 있어서는 새누리당이 좀 과하다"며 "새누리당이 내년 4월 선거를 원만히 치르기 위해 가장 공정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찾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본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는 이날 특히 "새누리당이 거대 여당으로서 형님인데 형님이 너무 자기 당의 이익, 당리에 너무 치우친 게 아니냐"며 "여러분이 정말 깊이 성찰해야 될 부분"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 의장은 대국민담화에서 "국회와 정부는 국가를 운영하는 수레의 두 바퀴와 같다"며 "각자의 기능에 충실하면서 또한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해 입법부로서 국회의 독립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 무언가 정상적이지 않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국회에) 소통의 노력보다는 비난의 화살만이 오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의장은 또한 입법기관이 아닌 정쟁의 장으로 변해버린 국회를 향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그는 "지금 우리 국회에는 국회의원과 상임위는 보이지 않고 교섭단체의 지도부만 보인다"며 "국회의원은 거수기가 되고, 상임위는 겉돌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선진화법에 대해서도 정 의장은 "선진화법이 높은 수준의 타협과 합의보다는 낮은 수준의 '거래'를 촉진하는 작용을 하고 있다"며 "하루빨리 국회선진화법의 보완을 서두르고 예측 가능한 국회, 효율적 국회 운영을 위한 개혁방안들을 처리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대국민담화 직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꽉 막힌' 선거구획정 협상을 풀어낼 정 의장의 '특단의 조치'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그러나 정 의장은 "특단의 조치는 개인적인 희망이며 지금 밝히는 것은 여야 협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여야 원내대표가 15일 본회의 전에 협의를 이루어 그 내용들이 본회의에서 의결되기를 바란다"고 답해 '특단의 조치'에 대해서 언급을 피했다. 정 의장이 언급한 '특단의 조치'는 큰 틀은 정해졌지만 아직 내부적으로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정 의장의 담화 직후 새누리당은 브리핑을 통해 오는 12일 10시부터 선거구획정에 대한 여야 3+3회동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문정림 새누리당 대변인은 이날 오후 3시 국회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여야 원내대표와 원내수석부대표,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간사가 함께 하는 '3+3회동'을 갖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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