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규민 어깨 펴도 되는 이유, 기억하라 2008 봉중근

데일리안 스포츠 = 김평호 기자

입력 2015.11.24 09:23  수정 2015.11.24 09:25

부상과 불운 속 아쉬웠던 프리미어12 활약

2009 WBC서 에이스로 등극한 봉중근 참고

부상과 불운이 겹치면서 ‘2015 WBSC 프리미어12’에서 제 몫을 다 하지 못한 우규민. ⓒ 연합뉴스

우규민 어깨 펴도 되는 이유, 기억하라 2008 봉중근

감격의 우승을 차지했지만 팀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생각에 그 누구보다도 아쉬움이 크다. 그러나 아쉬워할 필요가 전혀 없다. 우규민(LG)에게는 ‘2015 WBSC 프리미어12’보다 더 큰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기다리고 있다.

사실 우규민은 이번 대표팀 합류를 앞두고 큰 기대를 모았다. 그는 올시즌 25경기에 나와 11승 9패 평균자책점 3.42의 뛰어난 성적을 올리며 당당히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평균자책점은 전체 4위이자 토종 선발 중에는 양현종(KIA)에 이어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특히 152.2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볼넷을 불과 17개밖에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제구력을 뽐냈다.

이번 대회에서 우규민은 김광현(SK), 장원준(두산), 차우찬(삼성) 등 뛰어난 좌완 투수들이 즐비한 대표팀 마운드의 균형을 맞춰줄 우완 언더핸드 투수로 중남미 국가를 상대로 활약이 기대됐다. 우규민 역시 지난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이후 9년 만에 다시 단 태극마크에 대한 애착을 드러내며 의욕을 불태웠다.

그러나 부상과 불운이 발목을 잡았다. 지난 5일 고척돔에서 열린 쿠바와의 슈퍼시리즈 2차전에 선발 등판한 우규민은 투구 중 타구에 오른손을 강타당하며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부상 여파로 우규민은 정작 본 대회에서는 선발로 나서지 못했고, 예선 베네수엘라전에서 당초 예상됐던 선발 투수가 아닌 중간 계투로 나와 1이닝만을 소화하는데 그쳤다.

또한 예선 미국전에서는 승부의 중요한 분수령이었던 연장 10회 승부치기 상황에서 등판, 아웃카운트 2개를 잘 잡아냈지만 주심의 결정적인 오심으로 결국 패전 투수가 되고 말았다. 이후 우규민은 미국과의 결승전에서 설욕을 노렸지만 등판 기회를 잡지 못하고, 결국 더그아웃에서 우승 순간을 지켜봤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대표팀 엔트리에 무려 8명이나 포함되며 ‘국대 베어스’로 불린 잠실 라이벌 두산의 선수들이 우승의 주역으로 함께 기쁨을 만끽했다. 반면 LG에서 유일하게 선발됐지만 제 몫을 하지 못한 우규민으로서는 대표팀에 제대로 기여하지 못한 게 두고두고 아쉬울 수밖에 없다.

2009년 WBC에서 일본 타선을 완벽하게 제압하며 ‘일본 킬러’로 등극한 봉중근. ⓒ 연합뉴스

하지만 우규민으로서는 전혀 아쉬워할 필요가 없다. 이번 경험을 토대로 다음 대회 때 제대로 된 실력 발휘를 하면 된다. 팀 선배 봉중근이 좋은 예다.

LG선수로는 유일하게 2008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한 봉중근은 당시 조별리그 대만전에 선발로 나서 5회까지 6실점 하는 등 대회 기간 동안 8.2이닝을 던져 평균자책점 8.31을 기록하는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을 남겼다.

당시 대표팀은 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전승 우승의 신화를 썼지만 봉중근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럽지 않은 대회였다. 그러나 봉중근은 이후 불과 1년 만에 대표팀의 에이스로 거듭났다.

2009년 WBC에 참가한 한국은 일본과 첫 경기에서 선발로 등판한 김광현이 1.1이닝 8실점으로 무너지며 치욕적인 7회 콜드 게임 패배를 안았다.

당시 분위기가 가라 않은 대표팀에 봉중근이 해결사로 등장했다. 1라운드 순위 결정전에서 다시 일본을 만난 한국은 선발로 나선 봉중근이 5.1이닝 무실점 역투를 펼치며 일본에 1-0으로 설욕했다. 봉중근은 2라운드에서도 일본 에이스 다르빗슈 유(텍사스)와의 맞대결에서 5.1이닝 1실점으로 한국의 4-1 승리에 기여했다.

이후 봉중근은 지금의 오재원(두산)이 그랬던 것처럼 새로운 ‘일본 킬러’로 등극하며 순식간에 영웅으로 자리잡았다. 당시 야구팬들은 봉중근을 안중근에 빗대 ‘의사 봉중근’이란 칭호를 붙여주며 환호했다.

우규민 역시 2017년에 열리는 WBC를 통해 충분히 만회가 가능하다. 올시즌 활약을 꾸준히 이어간다면 또 다시 한 번 태극마크를 달 자격이 충분한 우규민이다. 아직 대표팀에서 많은 것을 보여주지 못한 우규민이기에 프리미어12에서의 모습이 아쉽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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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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