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왕' 조용필이 2년 만의 전국투어 일산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다. ⓒ 데일리안 이한철 기자
'가왕' 조용필(65)이 다시 한 번 건재를 과시했다.
조용필은 21일 오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15 조용필&위대한탄생 전국투어 콘서트에서 2시간 30분간 약 25곡에 달하는 히트곡을 쉼 없이 쏟아내며 객석을 가득 채운 관중들을 열광시켰다.
사실 공연 전까지만 해도 기대보다 우려가 컸다. 지난 7월 허리디스크 수술과 함께 "3개월간 절대 안정" 진단을 받았고, 이 때문에 연말 공연 취소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투어 기간 중 감기로 인해 목소리 상태가 좋지 않았다. 실제로 이날 공연에서 팬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조용필의 목소리는 과거와 달리 생기가 없었다. 때문에 공연 초반엔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지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기우였다. 말할 때 목소리와 노래할 때 목소리는 따로 있었던 것. 조용필은 "감기가 걸려서 목소리가 많이 쉬었지만, 노래할 땐 목소리는 괜찮다"며 자신감을 보였고, 노래를 통해 증명해 보였다.
오히려 긴 휴식기를 보낸 뒤 돌아온 탓인지 조용필은 더 파워 있고, 정제된 목소리를 선보였다. 괜히 가왕이 아님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하는 무대였다.
이번 공연의 콘셉트는 '더 오리지널(The Originals)'다. 80~90년대 음반에 실려 있는 사운드와 편곡을 고스란히 되살리겠다는 것. 그간 늘 새로운 편곡, 새로운 창법으로 무대에 섰던 조용필로선 매우 이례적이고 특별한 결정이었기에 팬들의 기대도 컸다.
조용필의 공언대로 오프닝 곡 '고추잠자리'부터 1981년 3집 앨범에 실려 있는 오리지널 편곡을 그대로 되살렸다. 24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가요 사상 최장기간 1위곡으로 남아 있는 '고추잠자리'의 진면목을 34년 만에 라이브로 듣는 기쁨에 공연장 열기는 초반부터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어진 '못찾겠다 꾀꼬리'와 '단발머리'에서의 사운드 역시 오리지널 향수를 자극했다. 특히 '단발머리'의 삐용삐용 하는 전자드럼 소리가 압권이었다.
평소 공연장에서 즐겨 부르지 않았던 곡들은 이날 공연만이 주는 특별한 선물이었다. 1992년 14집 앨범 수록곡인 '추억에도 없는 이별'은 조용필 특유의 감성 발라드로 공연장을 감동으로 물들였다. 또 가장 강렬한 록 사운드를 들려준 '어둠이 끝나면'은 밴드 위대한 탄생의 저력을 실감케 했다.
후배 뮤지션들이 조용필의 숨은 명곡으로 꼽는 '그대의 향기는 흩나리고'와 '해바라기'는 이날 공연에 더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전 국민의 애창곡이 된 '그대 발길 머무는 곳에'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가 흘러나올 땐 떼창의 물결로 감동을 자아냈다.
지난 몇 년간 선보였던 무빙 스테이지는 이번엔 선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팬들과 더 가까이 다가가 함께 하려는 가왕의 진심이 고스란히 전해져 팬들의 오랜 기다림을 부족함 없이 보상해줬다.
평소보다 정적으로 흐르는 듯했던 공연은 후반부, 순식간에 분위기가 전환되면서 약 30분간 열광적인 록 콘서트로 진행됐다. 2013년 대한민국을 강타했던 '바운스'를 시작으로 '여행을 떠나요' '미지의 세계' '모나리자' 등 조용필을 대표하는 록 넘버들이 쉴 새 없이 쏟아졌고, 모든 관중들이 일어나 노래를 함께 부르며 춤을 추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두 차례에 걸쳐 앙코르 무대를 선보인 조용필은 '헬로'로 마지막을 장식하며 무대 뒤로 사라졌지만, 관객들은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한 채 한참 동안 조용필을 연호했다. "내 음악의 끝이 어딘지 모르겠지만, 갈 수 있을 때까지 가고 싶다"는 65세 '가왕'은 이렇게 2015년의 역사를 써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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