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의 로커' 임재범 움직인 '히든싱어4'

부수정 기자

입력 2015.11.21 07:06  수정 2015.11.21 07:06

2012년 첫 방송 후 시즌4까지 이어져 인기

보아·신해철·이은미 출연…김연우 임재범 기대

JTBC 음악 예능 '히든싱어4'가 김연우 임재범 등의 출연으로 화제다.ⓒJTBC

'가수가 진짜 가수가 된다.' 종합편성채널 JTBC '히든싱어4'가 내세운 콘셉트다.

지난 2012년 12월 첫 방송한 '히든싱어'는 가수와 모창 능력자 간의 대결이라는 이색적인 주제로 올해 벌써 네 번째 시즌을 맞았다. 프로그램은 매년 화제를 모으며 JTBC의 효자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이번 시즌엔 지난 10월 3일 '아시아의 별' 보아를 비롯해 SG 워너비 김진호, 버즈 민경훈, 고 신해철, 이은미, 소찬휘, 그리고 김정민까지 다양한 장르의 가수가 출연했다.

'히든싱어'는 가수와 팬들이 만나는 장이 된다. 이는 시즌4까지 이어온 비결이다. 모창 능력자들은 그토록 만나고 싶었던 가수를 보며 눈물을 흘리는가 하면 힘들 때 노래로 위로받았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가수들 역시 팬들의 사연에 공감하며 눈물을 보인다. 누군가가 나를 생각하며 힘을 낸다는 사실이 얼마나 기쁘고 감동적인가. '히든싱어'가 다른 음악 프로그램과 차별화된 지점이 바로 이 부분, 가수의 팬의 교감이다.

지난 19일 서울 상암동 JTBC 사옥에서 만난 조승욱 CP도 이 점에 공감했다. '히든싱어'의 방송 포맷은 미국 NBC 유니버설을 통해 수출됐다. NBC 담당자는 '히든싱어'의 매력에 대해 "흥미진진하면서도 재밌고, 또 감동적이다"고 했다고 한다.

조 CP는 "'히든싱어'는 대단한 전설, 스타로서의 가수의 모습을 보여드리기도 하지만 팬들 마음속에 남은 스타의 모습을 끄집어내려고 한다"며 "시청자들도 좋아하는 가수를 떠올려 보며 행복한 추억을 공유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JTBC 음악 예능 '히든싱어4'는 지난 10월 방송에서 고 신해철 편을 선보여 큰 반향을 일으켰다.ⓒJTBC

이번 시즌에선 고 신해철 편이 가장 큰 반향을 일으켰다. 지난해 10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신해철은 팬들의 가슴 속에 영원히 기억될 뮤지션이다.

지난 10월 24일 방송된 고 신해철 편은 방송 직후 팬들로부터 "정말 슬펐다", "신해철이 그립다" 등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조 CP 역시 마찬가지였다. 가장 기억에 남은 편이었다고. 고 신해철 편은 고 김광석 편에 이어 고인이 된 원조 가수를 다룬 두 번째 방송이었다.

"모든 편이 기억에 남지만 아무래도 고 신해철 편을 잊지 못할 거예요. 특히 3라운드 '그대에게'는 더욱 그래요. 정말 신나는 노래가 너무 슬프게 들렸어요."

고인이 된 원조 가수와 모창 능력자의 무대를 함께 꾸미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요즘은 디지털 방식으로 음원을 제작해 음원을 분리하는 작업이 쉽지만 90년 대 앨범은 아날로그 방식으로 해서 음원이 훼손되거나 없어진 경우가 많다.

조 CP는 "신해철 씨 경우는 반주와 음원의 깨끗하게 분리된 곡이 두 곡뿐이었다"고 떠올렸다. 두 곡만으로 무대를 꾸미긴 역부족이다. 작가들이 나서서 신해철의 하드 디스크를 뒤지는 등 이리저리 찾은 끝에 한 곡을 겨우 건졌다. 유족 측이 찾은 곳도 추가해 '재즈카페, '날아라 병아리', '그대에게',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 등 총 네 곡의 무대를 준비했다.

좀처럼 방송에 나서지 않기로 유명한 '은둔형 로커' 임재범을 섭외한 것도 '신의 한 수'였다.

조 CP는 "임재범 씨는 방송 출연을 안 하시는 분이라 섭외하는 데 힘들었다"며 "시즌1부터 접촉해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난주에 임재범 편 녹화를 마쳤는데 기가 빨린 느낌이다"고 웃었다.

"원래 시즌4 초반 라인업으로 준비했는데 임재범 씨 건강이 좋지 않아서 후반부로 미뤘어요. 임재범 씨가 잡혀 있던 공연 일정도 미룰 만큼 건강이 안 좋았는데 '히든싱어' 제작진, 그리고 팬들과의 약속을 지켜줘서 감사하죠."

조 CP는 섭외 단계에서 임재범과 관련된 소문 때문에 걱정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우려와 달리 임재범 씨가 적극적으로 협조해주셨고, 팬들에게도 따뜻한 조언을 해주셨다. 속 깊은 이야기, 팬들과의 교감을 '히든싱어'에서 최초로 볼 수 있을 것이다"고 자신했다.

"임재범 씨가 중간중간에 '올드'한 유머도 하면서 웃음을 줬죠. 팬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비롯해 인간 임재범 씨를 볼 수 있습니다. 아울러 임재범 씨와 모창 능력자들의 명품 보컬의 향연을 감상할 수도 있고요."

JTBC 음악 예능 '히든싱어4'는 지난 2012년 첫 방송 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JTBC

'보컬의 신' 김연우의 출연도 관심사다. 김연우는 최근 MBC '일밤-복면가왕' 클레오파트라로 출연해 폭발적인 가창력을 뽐냈다.

김연우의 섭외 과정에 대해 조 CP는 "시즌2 때 출연하고 싶다고 먼저 얘기했다"며 "제작진도 '보컬의 신'이라 불리는 김연우 씨에게 도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여러 가지 문제로 시즌 2, 3에서 방송이 불발됐다가 이번 시즌에 하게 됐죠. 김연우 씨는 '보컬의 신'뿐만 아니라 '발성의 정석', '가창의 교과서'예요. 신에 도전하는 인간 모창 능력자들을 보는 재미가 관전 포인트입니다. 신과 인간의 대결이 어떤 식으로 펼쳐지는지 지켜봐 주세요. 상상도 못 할 결과가 나옵니다(웃음)."

'히든싱어'는 해외에서도 인기다. 태국에서 인기리에 방송됐고, 베트남에서는 동시간대 시청률 1위로 방송 중이다. 방송 예정인 신지 편에서는 프로그램의 해외 포맷을 담당한 NBC 담당자가 나올 계획이다. 너무 인기가 많았던 탓인지 중국에서는 '짝퉁판'이 나오기도 했다.

이제 남은 건 김연우 임재범 편에 이어 신지, 거미 편이다. 마지막엔 변진섭이 나와 팬들과 80년대 추억 여행을 떠난다.

매회 인기를 얻고 있는 터라 만족할 법도 한데 조 CP는 "비지상파 부분에서 1위를 한 것일 뿐"이라며 "아직 만족 못한다. 목마르다"고 미소 지었다.

벌써 네 번째 시즌을 맞은 '히든싱어'는 언제까지 갈까. 조 CP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작가들은 시즌 10까지 가자고 하는데...거참, 모르겠어요.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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