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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테러 보고도 강건너 불구경하는 금배지들


입력 2015.11.17 08:27 수정 2015.11.17 09:02        이슬기 기자/전형민 기자

여야 대립 속에 또 난항 겪는 테러방지법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이 시작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에서 '2015 테러 및 재난대응 종합훈련'을 앞두고 경찰특공대원들이 국회 상공에서 헬기로 강하 훈련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이 시작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에서 '2015 테러 및 재난대응 종합훈련'을 앞두고 경찰특공대원들이 국회 상공에서 헬기로 강하 훈련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지난 주말 프랑스 파리에서 벌어진 최악의 연쇄 테러를 계기로 국내에도 '테러방지법'의 필요성과 제정에 관한 논의가 다시 급부상하고 있다.

송영근 새누리당 의원은 16일 "지난 10년간 이라크, 예맨 등 30개국에서 171건의 테러가 발생했고 우리나라 국민은 72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며 테러방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송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유럽의 중심인 파리가 직접적인 테러를 당하면서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어느 곳도 테러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국민적 불안감이 높아만 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특히 "우리나라는 아직도 33년 전에 제정된 대통령훈령인 '국가대테러활동지침'에 의존하고 있어 현재 상태로는 체계적인 국가차원의 대응이 불가능하다"며 자신이 대표 발의한 '국가대테러 활동과 피해보전기본법' 제정안의 입법을 촉구했다.

하지만 관련 입법안을 비롯한 '테러방지'를 골자로 하는 법안들은 국가정보원에 '금융거래·통신이용 정보 분석' 권한을 줄지 여부를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본회의 통과에 난항이 예상돼 우리 국민은 테러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전망이다.

그 뿐만 아니라 대통령훈령 제309호 ‘국가 대 테러활동 지침’도 문제다. 훈령에 따르면 테러의 주체와 발생지역에 따라 소관부처가 달라진다. 북한의 소행이면 국방부 소관, 민간인 소행이면 경찰청 소관이며, 같은 폭탄 테러라도 역 내 기차에서 발생하면 국토교통부, 역 주변 도로에서 발생하면 경찰청 내 테러사건대책본부를 구성해야한다. 범인이 밝혀지기 전까진 사고를 종합적으로 관리할 컨트롤타워조차 설치할 수가 없다.

“테러가 뭥미?” 한국인 여전히 테러에 무관심

하지만 한국인들에게는 ‘테러’라는 개념조차 생소하다. 지난 2001년 미국에서 발생한 ‘9.11 테러’가 국내에 일시적인 충격을 주긴 했지만, 여전히 테러에 대해선 이슬람권 국가나 미국에서나 일어날 법한 사고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무엇보다 테러에 대응할 법률 자체가 없다. 그나마 1982년 창설된 육군 특전사 및 경찰의 대테러 부대는 법률에 의거한 부대가 아니라 대통령령 제 47호에 따라 만들어져 전문성과 구속력이 담보되지 않는다.

설사 테러가 발생했다고 해도, 사안의 종류나 테러를 일으킨 범인에 따라 정부 부처 간 업부 분장과 역할 및 행동 지침이 각각 다르다. 사안을 종합적으로 지휘할 대책본부 구성부터 어려운 이유다. 처벌조항이 없기 때문에 어떠한 법적 구속도 할 수 없다. 상황에 따라 국민 안전을 위한 헌법상의 권리 제한 역시 불가능하다.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이 시작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에서 '2015 테러 및 재난대응 종합훈련'을 앞두고 국회와 경찰특공대, 소방방재청 등 관계기관 관계자들이 훈련 연습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이 시작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에서 '2015 테러 및 재난대응 종합훈련'을 앞두고 국회와 경찰특공대, 소방방재청 등 관계기관 관계자들이 훈련 연습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탄저균이나 생물 테러 등 ‘화학 테러’에는 더더욱 속수무책이다. 국내 법규상 화학 테러의 정확한 유형과 주체가 밝혀진 다음에야 조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생물 테러는 보건복지부, 화학 테러는 환경부, 방사능 테러는 원자력안전위원회 소관으로 분류돼있어 수만 명이 인명피해를 당하고 난 뒤에야 대책본부를 만들 수 있는 실정이다.

물론 9.11 테러가 발생하자 국가정보원이 같은 해 11월 국가정보원의 발의로 ‘테러방지법’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당시 국가인권위원회와 진보 진영이 “테러의 개념이 모호하고 국정원의 권한이 비대해진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또한 내국인에 대한 국정원의 구속력이 커져 인권침해의 소지가 많고, 사생활 보호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주장도 제기되면서 법 추진이 중단됐다.

이후 2003년 11월에는 원안에서 모호성 문제가 제기됐던 ‘테러’의 개념을 ‘국제적으로 공인된 테러 관련 국제협약에서 범죄로 규정한 행위'로 제한하고, 테러단체도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지목하는 단체 또는 이와 연계된 단체'로 한정한 수정안이 국회 정보위원회를 통과했다. 문제는 테러방지법이 당초 군·경찰·국정원으로 분산됐던 대테러업무를 국정원장 산하 ‘대테러센터’로 집중시키면서, 또다시 국정원 권력 비대화 문제가 대두됐다.

특히 국정원이 테러리스트 의심대상자의 출입국과 금융거래 및 통신이용 내역 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오·남용의 소지가 있다는 비판을 받았고, 결국 16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채 폐기됐다. 이어 17대 국회에서도 같은 논란이 지속돼 법안이 통과되지 못했으며, 지난 2008년 이명박정부 당시 '국가대테러활동에 관한 기본법'으로 다시 발의됐으나 여전히 국회에 발목이 잡혀 있었다.

'김기종 테러' 겪었지만...또다른 김기종 막을 법 계류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 3월 발생한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사건’을 계기로 수년간 뒷전으로 밀려났던 테러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졌다. 마침 지난 2월 이병석 새누리당 의원이 대통령 소속으로 국가테러대책회의를 신설하고, 테러전투원 가담자 및 테러단체 구성·가입자 등에 대한 처벌을 골자로 한 ‘국민보호와 국민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을 대표발의한 만큼, 국회의 입법 움직임도 가속화됐다.

하지만 미 대사 피습사건이 발생한지 8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테러 관련 법안들은 국회에서 잠들어 있다. 지난 2013년 새누리당 서상기·송영근·이노근 의원이 각각 발의한 '국가 사이버테러 방지법'과 ‘국가대테러활동과 피해보전 등에 관한 기본법안’, ‘테러예방 및 대응에 관한 법률안’도 이른바 ‘독소조항’을 빌미로 각종 인권단체 측에서 ‘인권 침해 소지’를 들어 완강히 반대 입장을 피력하고 있어 소관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이에 대해 법안을 발의한 새누리당 의원들은 테러 문제는 국제적 추세나 국내 상황을 고려해 반드시 필요한 법이라는 입장이다. 국정원 권한 강화와 관련 새정치민주엽합의 우려는 해당 조항에 대해 안전장치를 만들어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정치적 관점에서 본질을 흐리면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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