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얼굴을 만지고 있다. 오른쪽은 서청원 최고위원.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최근 본인의 가족사 문제를 두고 정면돌파를 택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지지율 상승을 등에 엎고 본격적으로 대권 행보를 시작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김 대표는 지난 한 주, 부친인 고 김용주 전 전남방직 회장의 친일 논란을 적극 해명하는데 많은 힘을 쏟았다. 지난달 29일 경북 포항을 찾아 부친이 설립한 영흥초등학교를 방문한 그는 학교 입구에 세워져 있는 김 전 회장의 흉상을 찾아 묵념했다. 이어 김 전 회장 친일 의혹에 대한 반박자료와 김 전 회장의 평전 '강을 건너는 산'을 흉상 앞에 내려두고 자리를 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가 모든 정치 이슈를 잠식시키며 김 대표를 향한 야당의 공세가 커지는 상황에서 부친의 흉상을 찾아가 묵념을 하는 것은 정치권의 논란을 키우기에 충분한 행동으로 보였다. '아들로서 부친을 향한 마음은 이해하지만 왜 지금 이런 행동을 하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김 대표는 꿋꿋했다.
이어진 학교 관계자와의 간담회에서 그는 "당시 한반도 안에서 숨쉬고 살면서 어쩔 수 없(이 일본을 돕)는 경우도 많았을 것"이라며 "(부친이) 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배고팠던 사람들을 많이 도와줬을 뿐 아니라 독립군 자금도 많이 댔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지금 다 비판만 받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친일 의혹 부인을 넘어 애국 행적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됐다.
그는 이어 "모두가 가질 수 밖에 없던 민족의 비극을 정쟁으로 과장, 왜곡, 비판하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이라고 부친을 감쌌다.
이에 앞선 27일에는 국회 출입기자를 대상으로 '고 김용주 선생의 친일행적 논란에 대한 입장'이라는 보도자료와 김 전 회장의 평전(강을 건너는 산)을 배포하며 적극적으로 반박에 나서기도 했다. 그는 입장 자료를 통해 "애국적 활동이 있었다면 그 역시 있는 그대로 편향 없는 객관적 판단과 평가가 있어야 한다"며 "이념과 진영의 논리, 그리고 정치적인 의도 없이 모든 사실들을 종합적으로 신중하게 고려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동안 부친 친일 의혹에 껄끄러워하던 김 대표가 직접적으로 해당 사안을 언급하는 것은 차기 대선의 유력한 여권 후보로 꼽히는 상황에서 하루 빨리 이 문제를 털고 가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을 낳게 하기 충분했다.
그는 부친 문제만큼 크게 이슈가 됐던 이른바 '마약 사위' 사건에 대해서도 스스럼없이 이야기했다. 포항 일정을 마친 뒤 서울에서 기자들과 맥주 회동을 가진 김 대표는 사위와 딸의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털어놓은 것. 또한 처남 최양오 현대경제연구원 고문의 출마에 관한 이야기도 했다. 웬만해서 그의 입을 통해 개인사를 듣기 힘들었던 취재진의 입장으로서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가정사 털자 치솟은 지지율, 때 마침 이사한다는 김무성…본격 대권행보 가동?
이 모든 것이 대권을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줄을 잇는 가운데 김 대표의 지지율은 점차 상승하고 있는 추세다. 지난 2일 발표된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의 10월 5주 차 정례조사에 따르면 김 대표의 지지율은 전주 대비 1.6%P 상승한 19.0%를 기록, 3주 연속 상승가도를 달리며 여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선두를 지켰다.
김 대표의 지지율은 구체적으로 대통령 지지층(5.8%p↑), 새누리당 지지층(4.5%p↑), 보수층(4.9%p↑)을 중심으로 상승했다. 이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여론이 확산되며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전주 대비 2.4%P 하락한 44.5%P를 하락한 가운데 나온 결과라 더욱 눈에 띈다. 새누리당의 지지율도 전주 대비 0.8%p 하락한 40.6%를 기록, 2주 연속 떨어졌다.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지지율이 동반부진한 가운데 여당 대표의 지지율만이 오르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조사는 지난 10월 26일부터 30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2644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 및 자동응답 방식으로 조사한 것이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1.9%p다.
이 같은 결과는 대권 가도를 위한 움직임에 더욱 날개를 달아줬다는 평가다. 김 대표를 앞지를만한 인물이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박기태 전 경주대 총장은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김 대표의 지지율만 오르고 있는 것은 현재 여권에 김 대표를 대체할 다른 인물이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탄력을 받은 김 대표는 현재 살고 있는 서울 여의도 인근 한 대형 아파트에서 서대문구 연희동 단독주택으로 집을 옮길 것으로 전해졌다.
연희동은 전두환·노태우 등 전직 대통령을 배출한 곳이며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거주했던 동교동과도 인접해 정치적 상징성이 높은 곳이다. 때문에 가정사를 나름 정리하고 지지율 상승마저 얻은 김 대표가 대선을 앞두고 연희동으로 거주지를 옮기는 것은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라는 시선이 존재한다.
김 대표는 3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사도 대선에 대비한 움직임이 아니냐'는 질문에 "아니다. (그런 말) 하지마라"며 "단독주택에서 살고 싶은데 여의도에서 가장 가깝고 싼 곳이 연희동"이라고 일축했지만 다른 목적이 있을 것이라는 의구심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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