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준 84억 가치 증명…한껏 고무된 두산 V4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입력 2015.10.29 23:21  수정 2015.10.30 08:25

포스트시즌 4경기 등판해 3승, 팀 모두 승리

3차전 잡으며 두산 우승 확률 91.6% 상승

두산은 장원준이 등판한 모든 경기서 승리를 따내고 있다. ⓒ 연합뉴스

장원준의 신들린 투구가 두산을 우승에 한 발 더 다가서게 했다.

두산은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포스트시즌’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홈 3차전서 장원준의 호투에 힘입어 5-1 승리했다.

장원준은 우천으로 인해 경기가 두 차례나 지연됐음에도 불구하고 컨디션을 유지했고, 7.2이닝동안 6피안타 1실점으로 생애 첫 한국시리즈 승리를 챙겼다.

반면, 삼성은 선발 클로이드가 5이닝 5피안타 3실점으로 제몫을 해주지 못했고, 타선마저 터져주지 않으며 분위기가 가라앉고 말았다.

그동안 좌완 투수 부재가 팀의 최대 고민이었던 두산은 지난 겨울 FA 시장에서 역대 세 번째로 높은 금액(4년 84억원)을 지불하며 장원준을 데려왔다. 일각에서는 오버페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그도 그럴 것이 장원준은 단 한 번도 최고와는 거리가 먼 투수였기 때문이었다.

페넌트레이스에서는 12승 12패 평균자책점 4.08을 기록, 유희관과 함께 두산의 오랜 좌완 갈증을 해소시켜줬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장원준의 진짜 가치는 이번 포스트시즌서 드러났다.

장원준은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6이닝 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된데 이어 NC와의 플레이오프서는 2경기에 나와 13이닝 4실점, 1승을 거두는 등 승리의 파랑새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운명의 플레이오프 5차전에 선발로 나와 뚝심 있는 투구를 펼친 것이 인상 깊었다.

장원준은 승부의 향방을 가를 이번 한국시리즈 3차전에 적지 않은 부담을 안고 마운드에 올랐다. 현장 분위기는 투수에게 최악의 조건이었다. 급격히 추워진 날씨는 물론 경기 시작부터 내린 비로 인해 공을 던지는 것조차 어려웠다. 1회 선제 실점이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장원준은 침착했다. 오락가락하는 빗줄기로 인해 컨디션을 다잡기도 어려원 상황에서 춤추는 듯한 현란한 변화구로 삼성 타선을 농락했다. 2회 박한이에게 좌전 안타를 허용한 뒤 12타자 연속 범타 처리했고, 6회에도 박석민을 효과적으로 처리하며 실점 위기에서 벗어났다.

더욱 대단한 점은 작정이라도 한듯 이번 3차전에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는 점이다. 장원준은 6회를 마쳤을 때 이미 투구수 100개에 가까워졌지만 7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기가 막힌 땅볼 유도 능력을 선보였다.

이닝을 마치고 내려온 장원준에게 두산 팬들은 아낌없는 기립 박수를 보냈다. 이제는 마무리 이현승이 나설 차례였다. 하지만 장원준은 8회에도 다시 글러브를 잡았다. 선두 타자 구자욱에게 안타를 내줬지만 배영섭과 나바로를 잡아낸 뒤에야 이현승에게 마운드를 물려줬다.

김태형 감독의 뚝심도 박수 받아 마땅하다. 김 감독은 두산의 불펜 상황이 좋지 못하단 점을 인지, 어떡해서든 장원준을 오래 끌고 가고픈 바람이 있었고 선수는 기대에 부응했다. 더불어 이현승의 투구수를 19개로 최소화해 4차전 등판이 가능한 상태로 경기를 마쳤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1승 1패 뒤 3차전을 잡은 팀의 우승 확률은 무려 91.6%(12번 중 11번)에 달한다. 이만하면 두산이 9부 능선을 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두산은 지난 2013년 3승 1패로 앞서다 거짓말 같은 3연패로 우승을 놓친 적이 있다. 이에 선수들도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팀 분위기가 엉망인 삼성이 자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반면, 두산 선수들은 투혼으로 똘똘 뭉쳐 있다는 점이 2년 전과 다른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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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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