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무대'로 불리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K리그 출신 선수들을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최근 잉글랜드 축구계는 비유럽 출신 선수들의 진입장벽을 높이면서 큰 무대 진출을 노리는 K리그 출신 선수들의 고민도 덩달아 깊어지고 있다.
챔피언십(2부 리그) 블랙번에 입단하려던 김보경이 대표적인 사례다. 김보경은 바뀐 잉글랜드 축구협회(FA) 규정에 따라 워크퍼밋(노동허가) 발급에 애를 먹어 이적 시기를 놓쳤다.
과거 FA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상위 70위 이내 국가에서 최근 2년간 A매치 75%를 소화하면 워크퍼밋을 발급했다. 이로 인해 김보경을 포함해 이동국, 김두현, 조원희, 이청용, 지동원, 윤석영이 K리그 또는 J리그에서 곧장 영국 무대로 넘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사례는 앞으로 더욱 줄어들 분위기다. FA는 지난 5월 FIFA 랭킹 50위 이내 국가로 벽을 높였다. 8월 기준으로 FIFA 랭킹 54위인 한국은 해당되지 않는다. 대표팀에서 꾸준히 활약하고 월드컵까지 나갔지만 애초 기본 조건에서부터 탈락한 셈이다.
결국, 영국 무대로 건너가려면 다른 무대를 경험한 뒤 가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 됐다. 아니면 국가대표팀이 승승장구에 FIFA 랭킹을 끌어올리는 것도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또 다른 선택지는 ‘제3지대’로 향하는 길이다. 최근 거대 자금을 풀어내고 있는 중국이나 중동은 축구를 직업으로 하는 선수들에게 결코 외면할 수 없는 곳이다.
이들은 영국 무대보다 다소 위상은 떨어지지만 금전적인 혜택을 충분히 받을 수 있다. '도전 또는 현실'은 모든 선수들에게 닥치는 문제다. 광저우의 김영권이 구단과 재계약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유럽 무대 도전을 접은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과거 사례를 되짚었을 때 영국 무대로 곧장 진출한 선수들이 부침을 겪었다는 점도 주목된다.
가장 잉글랜드 무대에서 성공한 사례로 꼽히는 박지성은 네덜란드를 거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했다. 스완지 시티의 기성용 또한 스코틀랜드(셀틱)에서 적응기를 거쳤다. 설기현과 박주영도 각각 벨기에와 프랑스에서 유럽 축구를 경험하고 나서야 영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직행한 선수 중 이청용을 제외하면 전부 유럽의 이질적인 문화를 경험하고 꿈의 EPL 무대를 밟은 셈이다.
때문에 K리그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재성(전북), 김승대(포항), 권창훈(수원) 같은 선수들에게도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다. 이들이 지금 수준의 기량을 계속 유지해준다면 언젠가는 해외 진출 얘기가 자연스레 나올 것이다. 그리고 영국이 아니더라도 여타 유럽 무대로 향하느냐, 아니면 중국이나 중동에 진출하느냐의 갈림길에 놓이게 된다.
무턱대고 선수 개인을 향해 ‘도전하지 않고 현실만 택한다’고 왈가왈부할 수 있는 것만도 아니다. 그러나 도전 자체도 일단은 과거와 달라졌고, 그만큼 선택의 폭이 넓어진 최근의 축구 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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