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명예회장이 유럽은 포기하더라도 아프리카와 아시아만 확실히 잡아도 110표를 얻어 당선될 수 있다. ⓒ 연합뉴스
국제축구연맹(FIFA) 수장을 향한 대한축구협회 정몽준 명예회장의 행보가 착착 진행되고 있다.
정 명예회장은 17일 프랑스 파리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직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로써 비공식적으로 언론을 통해 FIFA 회장직 출마 의중을 내비쳤던 정 명예회장의 의사가 최종 확정된 셈이다.
정 명예회장이 이번 선거에서 내건 전략은 '선점효과'로 풀이된다.
내년 2월26일 스위스에서 열리는 FIFA 회장직 선거까지는 6개월 이상 남았다. 회장직 출마 신청서 제출 최종 기한도 10월26일이라 시간이 꽤 있다.
게다가 차기 회장 후보 1순위로 거론되는 유럽축구연맹(UEFA)의 미셸 플라티니 회장 외에는 아직 누구도 정 명예회장처럼 선거 공약을 내건 이가 없다. 정 명예회장은 재빠르게 'FIFA 8대 공약'까지 내세워 전 세계 언론의 시선을 자신에게 끌어 모았다.
또 다른 전략은 '대비효과'로 풀이된다. 정 명예회장은 꾸준히 '반(反) 블래터' 노선을 밝혀왔다. 거기에 더해 이번엔 플라티니 UEFA 회장을 블래터 전임 FIFA 회장의 측근이라며 그가 FIFA를 개혁하기엔 역부족이라고 꼬집으며 뚜렷한 대결 구도를 만들었다.
이제는 자신에게 쏠린 시선을 얼마나 표로 챙기느냐가 관건이다. 정 명예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당선될 경우 4년 임기를 지키면 물러나겠다"고 선을 그어 연임에서 불거진 FIFA의 부정적 이미지에 ‘개혁적’이란 단어를 적극적으로 내밀었다.
발표한 8개의 공약만 보더라도 ▲회장과 집행위원회, 사법기구 '견제와 균형' 강화 ▲총회를 열린 토론의 장으로 변경 ▲회장직 임기 제한 ▲재정의 투명성 제고 ▲회장의 급여, 보너스, 제반 비용 공개 ▲각국 협회에 제공하는 재정지원프로그램의 합리적이고 유연한 분배와 증대 ▲FIFA 내 여성 대표성 제고 ▲여자월드컵 상금의 상향조정 등 FIFA의 재정 투명성과 균형감각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불과 4년 만에 거대한 조직인 FIFA를 어떻게 개혁하겠다는 것인지 구체성이 필요해 보인다. 그리고 그 구체성이 조금 더 아프리카를 위한 공약으로 이어진다면 큰 힘을 받게 될 수 있다. 실제 선거에서 아프리카의 표심이 정 명예회장의 당선 여부에 크게 작용할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FIFA 회장 선거는 209개 회원국이 1표씩 투표하는데 아프리카축구연맹이 54표로 가장 많은 표를 행사할 수 있다. 53표를 가진 유럽은 사실상 정 명예회장이 포기한 곳과도 같다. 남은 곳은 아시아(46표), 북중미카리브해(35표), 오세아니아(11표), 남미(10표)인데 여기서 아시아만 확실히 챙길 수 있다면 승부처는 아프리카다. 아프리카와 아시아만 제대로 잡아도 110표를 얻어 당선될 수 있다.
정 명예회장이 기자회견에서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주요 도시들이 유럽축구 구단들과 견줄 수 있는 구단을 보유하게 된다면 세계 축구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상상해 보라. 이것이 축구의 미래다"라고 했기 때문에 이 대목이 더욱 기대되는 동시에 아쉬운 부분이다. 아시아 표를 갈라 가져갈 수 있는 알리 빈 알 후세인 왕자(요르단)의 출마에도 대응책을 세워야 할 지점이다.
정몽준 명예회장은 분명 한국 축구 행정의 처음과 끝이다.
1994년부터 FIFA 부회장을 맡았으며 대기업 현대중공업을 등에 업은 재력과 정치적 경험으로 대한축구협회를 오랜 기간 이끌었다. 이런저런 잡음에 시달린 것도 사실이지만 2002한일월드컵 개최와 축구협회 조직의 기반을 닦은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2007년까지 4번이나 FIFA 부회장에 선출됐으며 2011년에는 17년간 세계 축구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FIFA 명예 부회장에 추대되기도 했다.
화려한 경력을 바탕으로 한껏 끌어 모은 전 세계의 시선과 그 안에 들어 있는 개혁적 신선함을 선거 때까지 어떻게 풀어갈 수 있느냐가 숙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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