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거품 발원지 넥센…시즌 후 부메랑 맞나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입력 2015.08.15 07:03  수정 2015.08.15 11:54

2012년 이택근 4년 50억원 계약이 거품의 시작

시즌 후 마무리 손승락 비롯해 유한준-이택근 FA

넥센은 올 시즌 후 이택근(왼쪽부터)-손승락-유한준이 FA를 맞는다. ⓒ 연합뉴스/넥센 히어로즈

KBO리그 오프시즌 뜨거운 화두는 역시나 과도하게 몸값이 부풀려진 FA 선수들의 계약이다.

매년 천문학적인 돈이 오가는 FA 시장은 올 시즌도 어김없이 대어급들이 등장을 앞두고 있다. 두산 김현수와 SK 정우람, 삼성 박석민, 한화 김태균은 사상 초유의 100억원대 계약이 가능한 선수들이다.

그렇다면 FA 거품의 발원지는 어디일까.

공교롭게도 ‘부자 구단’과는 이미지가 먼 넥센 히어로즈다. 넥센은 지난 2012년 LG에서 FA 자격을 얻은 이택근을 다시 데려오는데 성공했다. 이택근은 이전 시즌 고작 85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7 4홈런 29타점에 그쳤지만 친정팀 넥센과 4년 50억원이라는 대형 계약을 이끌어냈다.

이택근의 50억원은 FA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선수들의 눈높이가 달라졌고, 이를 맞추기 위해 구단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지갑을 열었다. 사실상 기준점이 마련된 셈이었다.

이듬해 FA 시장에 나온 김주찬도 이택근과 똑같은 액수를 받고 KIA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거품이라는 지적이 잇따랐지만 예고편에 불과했다.

2013시즌 후에는 역대 1~3위의 계약이 성사됐다. 롯데 강민호가 4년간 75억원에 잔류를 선택하면서 심정수의 60억원을 9년 만에 깨뜨렸고, 정근우(4년 70억원), 이용규(4년 67억원)도 억소리나는 몸값을 자랑하게 됐다.

지난해는 윤석민(90억원), 최정(86억원), 장원준(84억원), 윤성환(80억원) 등 무려 4명의 선수들이 강민호의 기록을 쉽게 갈아치웠다. 이렇듯 FA 시장은 ‘거품’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선수들 몸값이 미친 듯 치솟고 있지만 각 구단들과 KBO는 이렇다 할 묘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가격 상승의 주범(?)인 넥센은 이택근 계약 이후 다시 조용해졌다. 트레이드를 통한 전력 보강에 주력했을 뿐, FA 시장에는 눈길조차 돌리지 않았다. 팀 내에서도 FA 자격을 얻은 선수들은 대어급과는 거리가 멀었다. 장타력을 갖춘 이성열이 지난해 FA가 됐지만, 줄다리기 끝에 계약금 없이 연봉 2억 5000만원에 계약했고, 올 시즌 한화로 트레이드됐다.

하지만 올 시즌 후에는 상황이 다르다. 반드시 붙잡아야 할 핵심 전력들이 FA를 맞이하기 때문이다. 마무리 투수 손승락을 비롯해 유한준, 이택근, 마정길이 그들이다. 일각에서는 자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넥센이 부메랑을 맞게 될 것이란 우려까지 내놓고 있다.

이중 최대어는 단연 손승락이다.

1982년생인 손승락은 적지 않은 나이가 걸림돌이지만 SK 정우람과 함께 유이한 마무리 투수다. 세 차례 구원왕을 따냈고 2013년에는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까지 따내 등 전적이 화려하다. 다소 기복이 있다는 흠이 있지만 손승락만한 마무리를 구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지난해 안지만의 역대 구원투수 FA 최고액(4년 65억원)을 가볍게 뛰어넘을 전망이다.

뒤늦게 꽃을 피운 유한준도 충분히 대어급으로 분류된다. 사실 유한준은 ‘가격대 성능비’에서 줄곧 KBO리그 최고라는 선수로 꾸준히 꼽혀왔다. 그러다 지난해 생애 첫 20홈런을 기록하더니 올 시즌에는 아예 ‘FA로이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1981년생의 나이가 최대 단점이지만 ‘대박’을 꿈꿔볼 수 있다.

넥센 캡틴 이택근은 지난 4년간 특출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부진하지도 않았다. 팀이 필요한 순간 홈런을 쳐주고 적시타를 만들어내며 도루 능력까지 지닌 살림꾼 역할을 도맡았다. 무엇보다 팀의 주장이라는 프리미엄까지 안고 있어 잔류할 명분이 명확하다.

‘한국판 머니볼’로 통하는 넥센은 상식과 편견을 뛰어넘는 선견지명으로 지금의 강팀이 될 수 있었다. 어느덧 우승을 노릴 수 있는 팀으로 발돋움했고, 전력을 유지하려면 적극적인 투자 또한 이뤄져야 한다. 기존 선수들을 지킬 수 있는지의 여부는 넥센이 명문구단으로 가기 위한 또 다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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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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