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 정신과 정치적 기업가 정신의 차이는?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15.08.01 09:26  수정 2015.08.01 09:27

<자유경제스쿨>정치적 이권만 호시탐탐 노리며 국가의 부를 파괴

국회 의사당 진입로에 있는´좌회전 금지´와 ´일방통행´ 표지판이 선명하게 보이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지난 해 7월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취임하면서 “지도에 없는 길을 가야 한다”고 외친 바 있다. 이 말 속에는 정부 관료의 절박한 개척자 또는 기업가 정신이 스며있음을 엿볼 수 있다.

최근 우리 사회에는 창조경제와 관련하여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이라는 말이 크게 유행하고 있다. 기업가 정신이라는 말은 경제 또는 시장과 관련하여 언급되는 게 일반적이지만, 그 개념이 다소 모호한 게 사실이다. 배고픈 사자나 호랑이가 먹잇감을 구하기 위하여 ‘호시탐탐’(虎視眈眈) 기회를 엿보는 모습을 상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대체로 기업가 정신은 창조적 파괴를 통한 자본주의 경제발전의 주요 추동력(推動力)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정치시장에서도 기업가 정신이라는 게 있다. 이를 ‘정치적 기업가 정신’(political entrepreneurship)이라고 부른다. 일반 시장에서처럼 ‘정치시장’에서도 보통 사람들의 눈에는 띄지 않은 이익이나 지대 획득 기회들이 많다. 그러한 이익을 가로채려면 정치시장에서도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

커즈너(I. Kirzner)는 ‘기업가 정신을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기회를 포착하려고 애쓰는 행위’로 정의했다. 또한 홀콤(R. Holcombe)은 ‘정치적 기업가 정신은 어떤 사람이 정치적 이익의 기회를 쫒아 행동할 때 발생한다’고 했다. 따라서 정치적 기업가 정신이란 “어떤 사람이 자신이 바라는 정치적 결과를 얻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는 행위”라고 정의할 수 있다.

특히 지대 추구 활동이 만연된 사회에서 정치적 기업가 정신은 다른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지대를 추구할 수 있는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는 것을 말한다. 이를 실천하는 ‘정치적 기업가(political entrepreneur)’는 정치시장에서 새로운 정치적 사업을 발견하는 사람, 정부가 제공하는 보조금, 보호조치, 규제, 계약 등을 포획하여 이익을 얻으려는 사업가들, 대중 영합적인 정책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경력과 인기를 얻으려는 정치인 등을 말한다.

시장에서의 기업가 정신과 마찬가지로 정치적 기업가 정신이 발동하려면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이익을 획득할 수 있는 기회가 존재해야 하고, 둘째 그러한 이익 획득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두 눈을 부릅뜨고 사방을 살펴야 하며, 셋째 일단 기회가 포착되면 민첩하게 움직여 그것을 낚아채야만 한다.

그러나 정치적 기업가 정신은 시장에서의 기업가 정신과 두 가지 면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우선, 시장에서의 기업가 정신은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며 경제가 완전균형 상태에 있으면 가져갈 이익이 남아 있지 않는다. 반면에 정치적 기업가 정신은 사람들 간에 ‘강제적으로’ 자원이 이전되기 때문에 정치적 이익 기회가 항상 존재한다. 다음으로 시장에서의 기업가 정신은 사회적으로 후생을 항상 증진시키지만, 정치적 기업가 정신은 사회적 후생을 감소시킬 수 있다.

민주정치에서 정치적 기업가들은 착취적이고 비효율적인 정책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다. 정치적 기업가들이 생산적 기업가들보다 착취적 기회를 추구하는 주된 이유는 이익이 더 크고, 또 혜택이 관련 당사자들에게만 집중되기 때문이다. 보몰(W. Baumol)은 이들을 ‘비생산적 또는 파괴적 기업가’라고 불렀다. 정치적 기업가 정신의 본질이 네거티브 섬(negative sum)적인 지대추구 행위를 통해 국가의 부(富)를 파괴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한 나라의 정권이 바뀌면 새로운 사업들이 넘쳐나며 이들은 정치적 기업가들에게 지대 획득의 기회의 장(場)을 제공해 준다. 한미 FTA, 4대강 사업, 해외자원 개발, 복지사업, 창조경제 등 대형 국책사업들은 정치적 기업가들에게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해 준다. 대형 국책 사업을 둘러싼 낭비 사례가 보도될 때마다 언론은 그저 ‘혈세 낭비’니 ‘국민의 눈먼 돈’이라고만 말할 뿐이다. 그러나 이들 사업이 보통 사람들 눈엔 그저 ‘눈먼 돈’으로 보이지만, 정치적 기업가들에게는 그들이 항상 호시탐탐 노려왔던 이익(지대) 획득의 절호의 기회를 제공해 준다.

정치적 기업가 정신은 시장에서의 기업가 정신과 몇 가지 면에서 차이가 있다. 우선, 사적 기업가 정신은 주로 ‘변화’와 관련되어 있다. 슘페터(J. Schumpeter)는 자본주의 시장에서의 기업가 정신을 ‘창조적 파괴의 끝없는 과정’이라고 보았다. 반면에 정치적 기업가 정신은 변화보다는 ‘현상 유지’를 선호한다. 즉, 정치적 특권이나 예산, 지위 등을 보호하거나 유지하는 데에만 관심이 있다. 다음으로, 정치적 기업가 정신은 사회적 잉여보다는 낭비를 초래한다. 지대 추구 행위가 항상 사회적으로 낭비를 가져오기 때문에 지대 추구 기회를 발견하는 기업가 정신도 항상 사회적으로 낭비를 낳는다.

정치적 기업가들은 정치적 이익 기회를 포획하기 위해 몇 가지 전략을 사용한다. 먼저, 이들은 비용과 편익이 별개로 발생하는 환경을 좋아한다. 즉, 이들에게는 비용을 부담하는 사람들과 혜택을 얻는 사람들이 서로 다른 곳에서 활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비용 부담자들과 수혜자들을 분리하는 것이 정치적 기업가들의 상투적인 활동이다. 일찍이 밀턴 프리드먼(M. Friedman)은 ‘세상엔 공짜가 없다’고 단언했지만, 정치적 기업가들은 자신의 ‘고객’의 점심 값을 다른 사람들이 부담하도록 하는 방법을 찾는다.

다음으로, 지대 추구에 종사하는 정치적 기업가들은 다른 사람들의 이익을 위협하는 법률이나 규제를 도입함으로써 소위 ‘지대 채취’(rent extraction)에 관여한다. 정치인들과 관료들은 마치 윌리엄 포크너(William Faulkner)가 말한 “진흙 길을 만든 농부”와 같이 행동함으로써 지대를 채취해 간다. 진흙 길 농부란 ‘진흙 길을 만들어 지나가는 차들이 진흙 길에 빠지게 한 후 대가를 받고 진흙 길에서 빼주는 농부’를 말하며, 여기서 농부는 지대 채취자이다. 또한 정치적 기업가들은 정책을 상징적으로만 선전하는 소위 ‘정책 상징주의’를 좋아한다.

우리나라의 창조경제 관련 사업들에서 정치적 기업가들이 세금을 낭비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을까? 지난 정부에서 4대강 관련 산업, 해외자원 개발과 관련하여 우리는 이미 수많은 정치적 기업가들을 보아왔다. 시장에서의 경제적 기업가들과는 달리 ‘정치적 기업가들’은 큰 정부, 재정적자 그리고 세금 낭비의 주범들이다. 오늘날 지대추구가 번창하고 있는 사회에서 정치적 기업가들은 더욱 활개를 치고 있다.

글/이성규 안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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