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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와 국회가 정면 충돌한다면? 후폭풍 미리보기


입력 2015.06.18 10:36 수정 2015.06.18 10:44        조소영 기자

행정-입법 수장들 간 '자존심 싸움' 벌어질 듯

유승민 입지 이어 김무성 거취 또한 관심사로

거부권 행사 '해도, 안해도' 이득은 야당에게

정의화 국회의장이 지난 15일 오후 국회의장 집무실에서 국회법 개정안과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안 처리 등 논의를 위해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와 회동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정의화 국회의장이 지난 15일 오후 국회의장 집무실에서 국회법 개정안과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안 처리 등 논의를 위해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와 회동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국회법 개정안의 운명이 청와대의 손으로 넘어갔다. 여야와 정의화 국회의장은 지난 15일 국회법 개정안 중 '수정·변경을 요구한다'는 문구를 '요청'으로 바꿔 정부로 이송했다. 이에 관한 청와대의 선택은 크게 두 가지로 갈린다. 넘어온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과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다. 현재 청와대는 전자의 입장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입법부의 권위 존중,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의 장기화 속 '정치놀음'을 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해 후자의 입장을 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만약 청와대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이득을 보는 곳은 야당일 것으로 분석된다. 청와대의 법안 수용시 야당은 자신들이 주장했던 국회법 개정안이 '성공적 통과'를 하게 됐다는 주장이 가능해진다. 이와 함께 행정부와 입법부 간 팽팽했던 '긴장의 끈'이 다소 느슨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청관계는 지금보다 더 오묘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원치 않는 법을 받게 만든 새누리당, 특히 야당과 협상했던 유승민 원내대표에 대한 원망을 안고도 그와 손발을 맞춰야하는 상황이 연출되기 때문이다.

청와대, 거부권 행사 가능성 커…상황 복잡해질 듯

하지만 청와대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제로(0)에 가깝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6일 수정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한 글자 고쳤던데, 우리 입장은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정의화 의장 또한 17일 기자들과 만나 "내가 어제 이병기 실장(청와대 비서실장)에게 '거부권 행사를 안하는 게 좋겠다'는 요지로 전화를 했는데 (이 실장이) 상당히 완강한 것 같더라"고 전했다. 청와대는 거부권 행사 시한인 15일을 최대한 활용해 이르면 23일, 늦으면 30일 국무회의에서 거부권 행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거부권을 행사하게 되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상황이 확연히 복잡해진다. 일단 삼권분립의 두 축인 행정부와 입법부 수장들 간 '자존심 싸움'이 벌어지는 모양새가 된다.

청와대에 이송된 국회법 개정안은 '입법부의 수장'인 정 의장의 중재안인데 이를 청와대가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입법부를 무시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 또 정 의장은 거부권이 행사돼 법안이 다시 국회로 돌아오면 헌법 53조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뜻을 밝혔는데 이는 해당 법안이 사라지길 바라는 청와대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처사다.

헌법 53조 4항은 '재의의 요구가 있을 때에는 국회는 재의에 부치고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전과 같은 의결을 하면 그 법률안은 법률로서 확정된다'고 돼있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국회법 개정안이 송부된 직후부터 친박-비박 의원들 간 갈등이 폭발했다. 친박의원들은 "위헌요소가 있는 법을 청와대에게 받으라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입장이고 비박의원들은 "정 의장이 중재안을 만들고 여야 합의를 거친 국회의 '합의의 상징'을 깨는 게 옳느냐"고 주장한다.

이 같은 갈등은 청와대가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다시 법안이 돌아오게 됐을 시 새누리당이 해당 법안을 자동폐기하느냐, 재의결에 부치느냐를 두고 의원총회 등에서 논의의 과정을 거쳐야 할 때 더 격렬해질 것으로 보인다.

유승민 입지 '흔들'…김무성에게 끼치는 영향은?

결론적으로는 둘 중 어떤 결정을 하든지간에 유 원내대표의 자리가 상당히 흔들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고위원회나 의총을 통해 19대 국회 종료(2016년 5월)까지 법안을 재의결에 부치지 않기로 결정(자동폐기)하게 되면 당청 간 갈등은 일시적으로 해소할 수 있겠지만 협상을 주도했던 유 원내대표는 당 안팎으로 입지가 대폭 줄어들게 된다.

재의결에 부쳤을 때는 박근혜 대통령과 정면승부를 하겠다는 의지로 비칠 수 있는데다 이때 법안이 부결될 경우, 협상 대상자인 야당으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김무성 대표 또한 '유 원내대표의 운명'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유 원내대표와 동지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유승민 책임론'이 김 대표에게까지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항간에서는 내년 총선 준비를 하는데 있어 한때는 친박이었지만 현재는 비박에 가까운 두 사람을 이번 기회에 내치고 '친박 지도부'를 꾸리는 기회로 삼으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김 대표가 문제의 법안에 있어 일정 정도 거리를 두고 메르스 현장 행보 등 '마이웨이'를 하고 있기 때문에 큰 영향은 받지 않을 것으로도 관측된다.

한편 청와대가 거부권을 행사했을 때도 가장 이득을 보는 쪽은 야당일 것으로 보인다.

국회법 개정안이 자동폐기되거나 재의결 시 부결된다면 당장은 아쉽겠지만 이 때문에 야당은 한동안 여권을 정당하게 공격할 명분을 얻게 된다. 또 향후 여권과의 협상에서 이번 일을 두고 우위에 설 수도 있다. 다만 이 때문에 '온건 협상파'인 유 원내대표가 물러나고 후임으로 강경파가 들어설 수도 있다는 게 야당으로선 단점이다.

조소영 기자 (cho1175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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