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조작 혐의로 도마에 올랐던 안양 KGC 인삼공사 전창진 감독(52)이 11일 경찰에 자진 출두했다.
전창진 감독은 11일 오전 11시 20분께 변호인단과 서울 중부경찰서를 방문해 경찰에 면담을 요청했다. 경찰 측은 아직 전창진 감독에 대한 소환 시점을 정하지 않은 상태였다.
전창진 감독은 이날 면담에서 “빨리 조사를 마치고 혐의를 벗고 싶다. 내 이름이 거론된 지 오래됐는데 아직도 수사가 진행되지 않아 의혹만 쌓여가고 있다.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고 구단에도 피해를 주고 있는 상황”이라며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창진 감독은 지난 시즌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에 억대의 돈을 걸고 자신이 지휘했던 부산KT 경기에서 승부조작에 나선 혐의를 받고 있다. 현재 승부조작에 연루된 지인 2명이 구속됐고 전창진 감독은 출국 금지 상태다. 하지만 전창진 감독 측은 “지인들이 전창진 감독의 이름을 도용해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며 혐의 내용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승부조작 파문이 처음 보도된 지 한 달이 돼가고 있는데 정작 전창진 감독에 대한 수사가 별다른 진전 조짐을 보이지 않으면서 분위기가 미묘하게 흐르고 있다. 2년 전 강동희 사건 당시 검찰수사에서 구속까지 상당히 신속하게 이뤄진 것과 대비된다.
이런 상황에서 피의자 혐의를 받고 있는 인물이 소환 통보도 받기 전에 자청해서 경찰에 면담을 신청하는 것도 흔한 일은 아니다. 전창진 감독 측이 자신들의 무혐의를 입증하는데 자신감을 가지고 있거나, 혹은 경찰 측이 뚜렷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KGC 구단도 “전창진 감독을 경질할 계획이 없다”며 변함없는 신뢰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경찰 측은 여전히 절차대로 진행 중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이다. 순서상 일단 구단 관계자와 선수들을 먼저 수사한 뒤 전창진 감독에 대한 소환이 진행되는 것일 뿐, 상황이 달라진 것은 없다는 반응이다.
경찰로서도 내심 진퇴양난일 수밖에 없다. 이대로 전창진 감독의 혐의가 사실무근으로 밝혀질 경우, 섣부른 수사와 언론플레이에 대한 여론의 역풍을 맞게 될 입장이라 순순히 물러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양 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만큼, 결정적인 증거가 나오지 않는 이상 진실공방이 단번에 가려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문제는 경찰의 수사가 늦어질수록 그 피해는 전창진 감독만이 아니라 KGC 구단과 KBL 이미지에도 더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한국농구에 대한 팬들의 불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전창진 감독에게도 문제는 있다. 승부조작 혐의가 드러난다면 전창진 감독은 영구제명이다. 천만다행으로 승부조작이 무혐의로 밝혀진다고 해도, 전 감독이 도의적인 책임은 피할 수 없다. 인맥이나 금전 관계를 분명히 정리하지 못해 도마에 오른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현역 감독이자 농구계 유명인사로서 이럴 때일수록 신중하고 사려 깊게 처신했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신의 문제도 정리하지 못했음에도 아직까지 KGC 사령탑 자리에 연연하고 있는 것도 도의적인 면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빨리 수사를 받고 싶다”는 전창진 감독의 벼랑 끝 전술이 과연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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