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의 9일 결정은 기존에 병역혜택을 받은 선수에게 소급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 연합뉴스
KBO가 앞으로 국제대회를 통해 병역 면제 혜택을 받은 야구선수들에게 국가대표팀 차출 의무 규정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KBO는 9일 이사회를 소집하고 '국가대표 선수로 참가해 병역 혜택을 받은 선수는 해당 대회 이후부터 5년간 국제대회에 국가대표로 선발될 경우 반드시 참가하도록 의무화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이는 일부 국가대표 선수들이 병역혜택을 받은 이후 야구대표팀에 동기부여가 사라져 국가대표 발탁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반영한 결과다.
최근 몇 년간 국가대표가 일부 프로선수들의 병역혜택을 위한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경쟁률이 낮고 금메달 확률이 큰 아시안게임의 경우, 야구계가 노골적으로 프로구단의 병역미필 선수들 밀어주기에 나서며 본래의 취지가 퇴색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더구나 병역혜택을 받은 이후에는 일부 스타급 선수들이 더 이상 국가대표팀 차출을 꺼려한다는 말도 끊이지 않았다.
일례로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한 추신수는 2010년 당시 군입대와 영주권 사이에서 선택을 내려야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참여해 금메달을 따내면서 극적으로 병역혜택을 받았다. 추신수가 이후 메이저리그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가며 FA 대박까지 터뜨릴 수 있었던 데는 병역혜택의 영향이 컸다.
그러나 3년 뒤 2013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을 앞두고 대표팀 차출에 응하지 않았다. 마침 추신수가 그 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는 상황이었기에 ‘몸을 사린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도 했다. 내용이야 어찌됐든 결과적으로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었다. 야구 선수들의 병역혜택에 따른 의무조항을 삽입해야한다는 여론이 악화되기 시작한 계기가 됐다.
1998 방콕 아시안게임을 통해 병역혜택을 받았던 박찬호는 무려 8년 뒤인 2006년 초대 월드베이스클래식에도 출전했다.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로 병역혜택을 받았던 류현진은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과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에도 출전해 국가의 부름에 최대한 응했다. 이승엽은 2000년대 이후에만 병역 혜택이 결정된 4개 대회에 출전해 후배들을 위한 ‘합법적 병역 브로커’로 활약하기도 했다.
물론 이들도 사정에 따라 대표팀을 고사한 경우는 있다. 그러나 어느덧 나이를 먹어 전성기가 지나거나 부상하는 등 특별 사유가 없는 이상 국가의 부름에 최대한 헌신적으로 나섰고, 병역혜택 등과 상관없이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개인의 이익만 생각한 것이 아니라 국가대표에 대한 자부심과 국가로부터 받은 혜택이라는 의무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KBO의 이번 결정은 올해 시즌이 끝나고 열리는 '프리미어 12'를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신설 대회인 프리미어 12에는 병역혜택 같은 보상은 없다. 대신 3위 이상에 오를 경우, 선수 소집일부터 대표팀 해산일까지 FA(자유계약선수) 등록일수를 산정해 반영하기로 했다. 포상금도 지급된다.
KBO의 이번 결정은 이미 기존에 병역혜택을 받은 선수에게 소급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KBO는 현실적인 면을 고려해 오는 2018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부터 이런 규정을 도입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적어도 이번 KBO의 이번 결정이 스타 선수들에게는 하나의 가이드라인이 될 전망이다. 이미 병역혜택을 받은 선수라고 해도 향후 국가대표 차출에 대한 태도에 따라 규정 자체보다 더 엄격한 '여론'의 심판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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